세금은 나라를 지켜내는 국민의 의무다. 고대시절부터 세금은 있어왔다. 원시시대를 거쳐 부족을 이루기 시작하며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세금이었다. 처음에는 지극히 기본적인 세금만이 거둬졌을 것이다. 그러나 집단규모가 점점 커지고, 구성원이 많아지면서 더 많은 세금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생겼고 그에 따라 세금의 종류는 늘어만 갔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세금은 집단 방어 비용에 가장 많이 투입되었을 것이다. 외부의 적이 침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첫째 싸울 수 있는 힘을 가진 남자들이 동원되었을 것이고, 이들에게는 무기가 필요했기에 이를 제작하는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부족시대의 세금사용이 집단안보에 치우쳤다면 국가를 형성한 현대에 와서는 어떨까. 그 때나 지금이나 국가방위에 많은 세금이 쓰이는 것은 조금도 변한 게 없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방예산에 들이는 돈이 큰 몫을 차지한다.

다만 예전과 다르다면 사회가 복잡해지고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복지 교육 의료 등 쓰이는 곳이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세계 모든 국가는 세금으로 거대한 국가를 운영한다. 세금은 국민의 의무로 헌법에 명시하여 “세금 없으면 권리도 없다”는 인식을 주입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 하에 모든 국민은 묵묵히 세금을 납부한다.

속으로는 불만이 있어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국가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방안이 나오기 전에는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내는 것이 의무요 사명이 되어 있다. 눈에 확 띄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은 세금을 납부한 이상의 혜택을 받기도 한다.

세금은 나만 내는 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다 내는 것이기 때문에 상호보완 작용이 월등하다. 자기가 낸 것 이상으로 받는 혜택이 크기도 하지만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믿지 못하고 세금을 많이 물리는 일에 대해서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수가 있다. 가령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의 경우 해당자들의 불만은 크다.

부자가 남긴 재산의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야 하는 사람들도 볼이 붓는다. 그만큼 세금은 내기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실정이다. 특히 부유한 사람들이 더 극성스러운 듯싶다. 이들은 우선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모두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데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돈은 이름 그대로 도는 것인데 돌기를 거부하면 자기 손해로 돌아오는 것임을 깨닫지 못한 자세다.

심지어 요행수로 걸려든 로또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원천징수하는 세금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는 경우도 있다. 참으로 한심하지 않은가. 원래 자기 것이 아니었던 것이 자기 것이 되었으면 조상에게라도 감사하면서 공짜 돈을 좋은 곳에 쓸 줄 알아야 할 게 아닌가.

이렇게 세금에 대한 지지리 못난 저항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등을 총동원하여 세금을 안 내거나 적게 내려고 발버둥치는 이들이 생긴다. 법률적 지식으로 무장된 이들 대리인들은 소송을 통하여 세금을 깎기도 하고 탕감 받기도 한다. 절세를 위한 몸부림은 탓할 게 못된다.

객관적 사실관계를 증명할 수만 있으면 합법적인 절세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에 속한다. 정부에서도 장려할 일이다. 다만 통째로 세금을 떼먹으려고 하는 절세는 법의 엄정한 추궁을 받아 마땅하다. 자기가 납부할 세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재산을 모두 부인이나 자식 앞으로 옮겨 무일푼인 것처럼 가장하는 경우 가증스러운 것 아니겠는가.

국세청에서는 지난 2월에 ‘숨긴 재산 무한추적팀’을 발족시켰다. 이들의 추적에 의해서 악성 체납자 62명의 재산을 조세채권으로 확보하거나 징수한 돈이 무려 8천6백33억이다. 겉으로는 자기 재산이 한 푼도 없는 사람이 매년 20여 차례 해외 골프여행을 다녔다. 살고 있는 60평 대형아파트는 배우자 이름으로 등기되어 있다. 주식양도 대금을 지인의 부인과 자녀들의 이름으로 차명하여 감춰 놓기도 하고 예금과 보험, 주식을 몽땅 해약해 현금으로 은닉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모럴헤져드의 극치를 이룬 행태다.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는 세금을 내고 싶어도 낼 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지만 이들은 돈이 넘쳐나면서 스스로 즐기기 위해서만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이다. 모든 국민이 똑같은 혜택을 받아야 할 세금을 저 혼자서 독식하려고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들은 국민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숨긴 재산을 찾아낸 국세청의 노고가 크지만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재산을 감춘 사람이 어찌 이들뿐이겠는가. 추적을 거듭할수록 눈송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들이 거미줄처럼 풀어져 나올 것이지만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적발해낼 수 있어야 국민의 갈채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국세청에서는 세금에 대한 국민 계도를 강화하고 특히 어려서부터 이에 대한 교육이 실시되어 국민의 저항감을 완화시키는데도 일익해야만 할 것이다. 세금은 의무니까 무조건 내라는 식은 전근대적 사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