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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산책] 늦여름 연꽃과 목백일홍
2017년 09월 26일 (화) 13:17:54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kjp20@hanmail.net

   
▲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오래전 여름철 전주 덕진공원에서, 동네입구부터 스며드는 웬 향기가? 연꽃 향이었다, 먼저 연꽃 향기에 취하고 아름다운 자태에 빠졌다. 중국 송대 성리학자 주돈이(周敦頤: 1017년-1073년) 선생의 애련설(愛蓮說)이 생각난다.

“나는 유독 연을 사랑하니... 향기는 멀수록 더 맑아지고... 진흙에서 나왔으나 물들지 아니하고, 맑은 물결에 씻기면서도 요망하지 아니하고 속은 통하되 겉은 바르며, 넝쿨을 치지도 않고 가지를 뻗지도 않으면서, 우뚝 맑게 선 모습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되, 때 묻히기는 어려운 까닭”

서울시내 한가한 상가에서 지인 안내로 맛본 연밥도 특별히 맛있었다. 사찰에 핀 연꽃은 부처님의 깨달음의 경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올 여름 다가기 전에 꼭 가보기로 마음먹고 구름 낀 오후에, 이대 후문 건너 언덕을 숨차게 올라가자 봉원사 법당 앞에서도 연꽃 무리를 만나게 됐다.

이래저래 올여름도 잘 보냈다고 생각하다가 담양 일로, 연꽃과 함께 한여름을 장식하 목백일홍과 다시 한 번 만나게 됐다.

담양은 문향(文香)이 은근한 문학 골(文鄕)이다. 담양의 여름은 화려한 꽃 자태를 품어내는 배롱나무와 함께한다. 광주에서 담양으로 들어오는 입구부터 고서면-봉산면 길목의 활짝 핀 배롱나무 가로수 길은 우리를 무릉도원으로 이끄는 듯 환상에 빠지게 한다. 고서면에 위치한 명옥헌 연못을 둘러싸고 활짝 피어있는 배롱나무들 또한 압권이다.

국가명승인 명옥헌(鳴玉軒)은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에 위치하고 주변은 단감나무 과수원과 민가들이 있다. 이곳은 조선 중기 오희도(吳希道: 1583~1623)가 자연을 벗 삼아 살던 곳으로 그는 벼슬길에서 어전에서 사실을 기록하는데 민첩하였다하며, 아들 오이정(吳以井: 1619∼1655)이 명옥헌을 짓고 연못을 파고 배롱나무를 심어 원림을 만들었다.

배롱나무 꽃은 백일동안 꽃이 피는 나무라하여 목백일홍, 자미화(紫微花)라 하고, 꽃 색은 자색, 홍색, 백색 드물게는 담홍색도 있다. 산들바람이 불면 여러 개의 꽃송이가 예쁘게 흔들리는 모습이 매우 곱다고 했다. 풍격이 뛰어나서 중국에서는 관공서 안에 우리는 도성 안 고관대작 저택 정원에 많이 심었다. 원래 월동이 어려워서 남부지방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겨울철에 짚으로 감싸서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도 잘 자란다.

산림경제에 따르면 자미화는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는 꽃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손가락으로 긁으면 가지와 잎이 다 움직인다고 했다. 격물총론에는 나무가 미끄러워 원숭이도 미끄러진다 했고, 자잘한 꽃들이 모여 주먹만 한 꽃송이를 이루는데 한 가지에 여러 꽃송이가 달리고 한 송이에 여러 꽃이 붙어 있다고 했다.

조선시대 영조때 학자인 신경준(申景濬)은 순원화훼잡설에서 자미화는 멈출 때와 나아갈 때를 아는 절(節)이 있다고 했다.

“꽃 중에서 꽃잎이 큰 것은 쉽게 지니 이는 꽃잎이 절도가 없기 때문인데... 오직 자미화는 꽃잎이 매우 작아서... 이 때문에 꽃잎이 생기는 것이 매우 많고 꽃이 필 때에도 힘을 쓰는 것을 똑같게 한 적이 없는 것이다. 오늘 하나의 꽃이 피고 내일 하나의 꽃이 피며, 먼저 핀 꽃이 지려 할 때 그 뒤의 꽃이 이어서 피어난다. 많고 많은 꽃잎을 가지고 하루하루의 공을 나누었으니 어찌 쉽게 다함이 있겠는가? 아마도 절도의 의미를 터득함이 있는 듯하다. 이로써 백일 동안이나 붉은 빛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요, 이 때문에 세상에서 백일홍이라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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