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래 부르기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방송의 ‘나가수’에 이어 스타의 꿈을 키우려는 가수 지망생 수만명이 오디션을 보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한국인이 가진 가창에 대한 열기기 아닐까 싶다. 그 원조는 歌舞樂(가무악) 즐기는 민족 DNA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솔로뿐만 아니라 합창의 열기도 뜨겁다.

박칼린이 지휘한 ‘남격 합창단’의 감동이 이곳 저곳에서 합창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방송 이후에 합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엊그제는 남자의 자격 2탄으로 실버 합창단 오디션이 있어 노래에 읽힌 사연과 노래를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이 심사위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이런 여파로 새롭게 창단되는 합창단들이 많아졌으며 그간 어려움을 겪었던 각 학교들의 합창단 단원 모집도 수월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가하면 회원 5만명의 합창 카페 “합하세” 게시판에는 눈에 띠게 합창단 지원자들이 늘었고 합창 지휘를 공부 하고 싶다는 문의도 쇄도한다. 글 중에는 의사들이 합창단을 구성하고 지휘자를 구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필자는 중국 장춘을 거쳐 백두산에 다녀왔다. 그 여정 중에서 단동의 두만 강변에서 북한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두만강 유람선을 타는 선착장에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30여 쌍이 어울려 무희와 여흥을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은 관광버스에서 추는 막춤이 아니라 어느 정도 훈련되고 세련된 모습이었다. 주의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름대로 멋지게 노래하며 춤추며 자기들만의 유희를 즐기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여러 곳에서 목격되었는데 다름아닌 중국에 사는 조선족들이었다. 자고로 우리나라 민족은 이런 유흥과 여유와 멋을 알며 즐길 줄 아는 넉넉함이 있었다.

요즈음 한류가 동남아는 물론 유럽까지 위세를 떨치며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해에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상을 휩쓸다시피 한 것을 볼 때에 얼마 가지 않아서 클래식에서도 한류가 가능할 것이다. 합창 역시 르네상스 바람이 불고 있다.

제2 탄 남격 합창단 오디션에서 보여준 젊은이나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도 열창을 하며 커다란 감동을 주는 모습을 볼 때 노래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있는 자기 위안인가를 느끼게 한다.

합창은 악기와 달리 나이들어서도 누구나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행복이 멀리 있지 않고 돈없이도 인생을 즐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합창을 하면 연습하는 과정 중에 커다란 감동을 스스로 느끼게 되고, 합창을 하면 마음이 하나 되는 것을 알게 되고 합창을 하며 남들이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당부해 본다.

아울러 우리나라에 합창이 부흥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보고 더 많은 합창단 만들기 운동을 펼쳐야 하고 더 재미있고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는 곡을 개발해야하고, 한국의 멋과 흥이 들어간 곡들이 만들어져야하고, 또 작품성이 뛰어나 세계에 내 놓아 환영받을 작품도 만들어야 한다.

직장마다, 아파트마다, 학교마다, 동네마다 합창단을 만들어주고 좋은 지휘자를 양성해 합창으로 하나되고 서로 즐기는 나라가 된다면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모처럼의 가창 열기를 한데 모아 용광로를 만들어 세계가 부러워하는 합창강국으로 간다면 음악 강국 코리아가 K 팝에 이어 K 클래식으로 지구촌을 하나의 하모니로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전 국민이 합창하는 신나고 즐거운, 살맛나는 세상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