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땅그랑 지역 한인회가 29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현지인 부부 57쌍을 위한 합동결혼식을 마련했다. 합동결혼식을 마친 후 신랑신부 2쌍이 귀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이세호 땅그랑 한인회장, 아립 땅그랑 부시장, 김호영 주인도네시아 대사.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위성도시 땅그랑에서 29일 한인들의 도움으로 인도네시아인 부부 57쌍이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오전 땅그랑 소재 알-아좀 사원은 여느 날과 달리 한복을 차려 입고 행사를 준비하는 한인들과 설레는 표정의 신랑과 신부, 그리고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하객들로 분주했다.

단정한 차림의 50대 늦깎이 신랑부터 20대 새내기 신랑들이 쑥스러운 걸음걸이로 입장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신랑신부 2쌍이 종교부 공무원과 증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혼식을 치르고 있다.

땅그랑 한인회가 현지 진출 한인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현지인 부부 중 저소득층 가정과 결혼기간이 오래된 부부를 중심으로 선정해 혼인신고비용, 결혼반지 및 결혼식 비용 등 일체를 제공했다.

이세호 땅그랑 한인회장은 "경제적인 문제로 결혼식은 물론 혼인신고조차 하지 못한 부부 사이에 출생한 자녀들은 출생신고가 안돼 성장한 후에도 입학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딱한 생각이 들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손자가 다섯이나 된다는 룸시(49) 씨는 "이 나이에 결혼식을 올리게 돼 행복하다"며 "한국사람들과 인도네시아 정부에 감사한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합동결혼식에는 김호영 주 인도네시아 대사, 아립 땅그랑 부시장, 한인들과 현지주민들이 참석해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간을 가졌다.

신랑신부가 결혼식을 마치고 혼인증명서를 펼쳐 보이는 모습.

이번 행사를 후원한 지역신문사인 세틀라이트 뉴스의 바이하끼 이사는 "오늘 행사는 한인과 현지 주민들이 서로 이해하고 신뢰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회는 현지 사회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 합동결혼식 외에도 올해 합동할례와 의료봉사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25년 전 신발과 봉제 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국 투자기업들이 진출해 정착하면서 한인사회가 형성돼 지금은 5천여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