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시민정신을 심어주고 다양한 야외생활을 통해 모험심과 단결심을 함양하는 조직으로 알려진 스카우트(Scout)는 160여개국에서 4,000만명이 가입한 세계적인 단체다. 한국에는 21개 지방·특수연맹 산하에 6,000여개 단위대가 조직돼 있으며 약 30만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참여하고 있지만 중국, 북한, 쿠바, 라오스 등은 세계스카우트연맹에 정식 가입하지 않고 있다.

▲ ‘상하이-쑤저우백범스카우트’이귀화 대장.

이귀화 상하이-쑤저우 백범스카우트단 대장(서울북부연맹 소속)은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청소년들이 스카우트 정신을 통해 건전한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인성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은 물론이고, 자립심과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는 걸 늘 생각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경쟁에 매몰된 아이들이 ‘우리’ 속에서 ‘나의 역할’을 찾기를 원했습니다. 겨루어서 이기는 것보다 스스로 성취감을 얻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스카우트 활동이 지금 이곳에서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생각하고 서툴지만 아이들과 같이 체득하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연맹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이긴 하지만, 자생적인 스카우트 조직(중국명 童軍)이 있어 연대 활동도 해나가고 있습니다.”

1907년 영국의 군인 베이든 포우엘 경이 창설한 스카우트의 목표는 대자연 속에서 단체생활(캠핑)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지도력의 배양하는 것이다. 훈련과정에서 책임감과 모험심, 연대의식을 통한 건전한 사고가 길러진다.

“최근 우리나라와 한국연맹에 큰 경사가 생겼습니다. 2023년 제25회 세계잼버리(jamboree) 대회를 전라북도 부안 새만금에 유치했습니다. 스카우트 역사가 오래된 유럽의 폴란드와 치열한 경합을 거친 끝에 성공하게 된 것이지요.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개최된 이후 두 번째 대규모 국제 청소년대회를 맞이하게 된 겁니다. 2023년 새만금 잼버리대회에는 167개국에서 5만명이 참가합니다. 우리나라의 국가 위상 재고는 물론이고,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글로벌 스카우트 정신을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 상하이-쑤저우백범스카우트단.

이귀화 대장의 중국과의 인연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에서 광고회사를 다니며 각종 책을 출간했고 기업체 사보를 제작하는 등 광고 업무를 하다가 우연하게 중국 상하이에 여행을 오게 된 것이 지금까지 중국에서 생활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현재는 ‘위드 디자인’이라는 광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상하이에서 비즈니스를 하던 중 스카우트를 접했고, 지도자과정 수료를 거쳐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됐다.

바쁜 회사 일을 하면서 철저한 무급봉사 형태인 스카우트활동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다. 스카우트 운영에 대한 깊은 소명의식이 없이는 지탱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상해·화동지역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특별한 곳입니다. 대한민국의 태동지가 된 상하이임시정부, 윤봉길의사의 의거로 유명한 홍커우공원(현 루쉰공원), 김구 선생의 가흥 피난처 등 독립운동의 발자취가 곳곳에 깃들어 있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우리 스카우트단 이름을 백범 김구 선생의 호를 따서 ‘상하이–쑤저우백범스카우트’로 정했습니다.”

2013년에 창단한 ‘상하이-쑤저우백범스카우트’는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두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초·중·고 학생들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매달 30-40명의 대원들이 집회나 야영활동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 상해 인근지역에는 한국과 달리 산이나 계곡이 없어, 야영지를 쉽게 구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상하이-쑤저우백범스카우트’는 창립 이래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과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키워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부터 매년 ‘상하이-쑤저우백범스카우트’ 가족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목해 가족 간 유대감을 돈독히 하고 자연에서의 야영을 통해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16년 4월 말에는 상해(上海)-소주(苏州)-항주(杭州)-가흥(嘉兴)-염성(盐城)-장사(长沙)-정주(郑州) 등 7개 지역 중국 스카우트(童軍)와 연합해 청소년 80여명과 지도자 20여명 등 총 100여명이 참가한 한중연합잼버리를 개최했다. 한국 대구에서 열린 제14회 한국잼버리에는 ‘상하이-쑤저우백범스카우트’ 외 재중국한국스카우트, 중국 동군 등 중국대표단 80여명이 참가했다.

2016년 9월 쑤저우 한국학교건립 기금모금을 위한 ‘상하이-쑤저우백범스카우트사랑나눔 벼룩시장 행사’에는 대원들과 지도자, 학부모 등 30여명이 참여해 봉사활동을 했다. 쑤저우후판광장에서 열린 이 바자회에서는 백범 대원들이 평소 소장하던 물건과 가족들이 모은 재활용 도서, 학용품, 잡화 생활용품, 영화DVD, 액세서리 등을 직접 판매하며 경제관념도 익히고 남을 돕는다는 스카우트 기본 정신을 즐겁게 실천했다. 이날 행사 수익금 1만 위안(한화 약 180만원)은 전액 쑤저우한국학교에 기증됐다.

▲ ‘상하이-쑤저우백범스카우트사랑나눔 벼룩시장 행사.

올해 8월에는 스카우트 아·태국제연맹 회원국 5개국과 한국 내 6개 연맹이 참가한 국제 청소년 잼버리 야영대회에 백범단을 비롯한 중국 동군 대원 총 40여명이 참가했다. 경북 고령군 일대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대원들은 고대왕국 대가야 문화를 제대로 학습하고 외국 대원들과의 국경 없는 교류를 갖는 귀한 시간을 체험했다.

이귀화 대장은 중국 내에서의 스카우트 활동에 일정한 제약이 따르고, 규모 면의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학생들이 입시위주의 공부로 인해 초등학교 때 스카우트에 입단해 활동하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탈퇴자가 많아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단순한 지식보다는 더불어 살아 갈수 있는 좋은 인성과 개척자 마인드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인생을 설계하고 담금질하는 노력도 중요하고요. 2023년 한국 새만금잼버리대회 유치를 계기로 우리 스카우트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우리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백범스카우트 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