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코윈 세계대회가 8월29일부터 9월1일까지 전라북도 군산에서 열렸다. 코윈은 여성가족부가 생긴 이듬해인 2002년 창립했으며, 2003년부터 세계대회를 개최해왔다. 세계한인여성들과 국내 여성들이 모여 교류하고, 함께 미래 역할을 논의하는 행사다.

나는 창립 당시 인도네시아 안영란 지역 담당관이 코윈 뱃지를 주며 코윈에 들어오도록 권유해 일찍부터 코윈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해마다 열리는 코윈대회에 10년 넘게 참가하지 못했다. 참여를 늘 권유 받았으나 아이들 뒷바라지로 인해 집을 비우기 어려웠기 떼문이다. 그런데 올해 드디어 기회가 왔다. 막내가 대학을 진학하면서 자카르타를 떠났던 것이다.

올해는 세계 32개 국가에서 일하는 한민족 여성 250여명과 국내의 여성 리더들 4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제4차 산업혁명과 여성의 역할, KOWIN 미래의 길을 열다’라는 주제로 대회를 개최했다. 여성 리더들이 상호 네크워크를 구축해 미래사회를 위한 역할을 모색하고, 4차 산업 혁명에 발맞춘 활동 방향을 논의했다.

첫날은 국외 참가자 오리엔테이션 및 개막식과 환영만찬이었다. 8월29일 저녁에 열린 개막식에는 32개 국가에서 온 250명 국외 한인여성들의 참가했다. 행사는 컨벤션 센터 1층 컨벤션 홀에서 코윈 홍보 영상으로 시작됐다.

이날 해외 참가자들만 모인 환영 만찬은 세계 한민족 여성재단(KOWINNER) 주최였다. 서진화 코윈너 이사장과 여성가족부 이기순 기획조정실장, 한준수 군산시 부시장, 이경희 명예이사장 등 내빈과 국외 참가자 2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만찬은 성황을 이뤘다.

서진화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코윈 행사의 기본적인 의의를 되새겼다. 그는 “각자 사는 곳에서 봉사와 리더로서의 일뿐만 아니라 어머니로서 강인함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분들이 바로 한민족 여성”이라고 역설했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은 축사를 통해 “해외에서 노력과 헌신으로 우뚝 선 여러분께 존경을 표한다”며, “코윈은 정부가 만든 단체이나 민간이 운영해나가는 단체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만찬과 함께 열린 문화공연에는 홍재수 외 5명이 ‘판소리 흥부가’ ‘노들강변’ 등을 불렀다. 중국 대표단 58명은 한복을 입고 참가하여 눈길을 끌었고 무대에서 한복 패션쇼를 하여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어서 강명희씨가 ‘사랑으로’를 노래했고, 참가자들이 대륙별로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둘째 날에는 개회식, 기조강연, 여성 리더포럼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30일 개회식에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송하진 전라북도 도지사, 문동진 군산시장,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과 여성협회 전국지부 대표들, 여성단체연합 대표 등 국내 여성 지도자들과 내빈들도 참석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한인 여성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세계 곳곳으로 펼쳐 보이기 위한 코윈의 의의를 다시 되새겼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으며, 여성의 역할은 더욱 켜졌다”고 말하고, “재외동포 사회의 한 축을 이루는 세계 한민족 여성네트워크가 역동적인 한인 여성 시대를 열어가는 핵심 단초이자 대한민국이 더 크게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인문학과 과학의 만남,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 통섭의 삶’를 주제로 동물 행동 학자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 교수가 강연을 했다. 그의 강연은 재미난 내용들의 연속이었다. 이어진 ‘군산 특별세션’에서는 군산을 배경으로 여성들이 일제 강점기와 근대사를 살아온 모습을 다룬 음악극 공연과 아울러 한인 여성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한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토크쇼가 열렸다.

‘글로벌여성리더포럼’에서는 ‘포용적 성장, 또 한번의 도약, 4차 산업혁명과 젠더, 빅 데이터 등장과 소비의 패러다임 변화, 새로운 노동 세계,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4개 주제별 세션 토론을 개최했다. 특히 빅 데이터 등장과 소비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관한 세션에서는 발제자들과 패널로 참가한 참가자들이 해당 주제에 관하여 열띤 토론을 해 많은 문답이 오가는 등 흥미진진했다.

이틀째인 31일에는 활동분야 전문포럼이 열렸다. ‘문화 분야(판소리와 MSG), 교육 분야(4차 산업혁명시대 창의적 인재 교육), 경제 분야(스타트업 여성창업과 소통 마케팅), 사회분야(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한 미래설계)’의 4개 분야에서 포럼이 진행됐다. 문화 분야의 판소리와 MSG(Making Sense of Gender)는 전라북도 판소리 전문가인 김연 전북 도립국악원 교수, 전북대학교 한국음악학과 김태희 교수, 전북 도립국악원 모보경 교수 등이 참여해 우리 소리에 대해 소개하고 체험도 하는 알차고 재미난 시간을 꾸렸다. ‘판소리 속의 여성의 삶’을 주제로 판소리와 함께 강연을 진행한 김연 교수는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오후에는 지역탐방이었다. 참가자들은 ‘1930년 군산 시간여행’이라는 테마로 고군산군도, 시간여행 마을, 근대역박물관, 근대미술관 등을 둘러보면서 군산과 새만금의 아름다움과 지역문화를 만끽했다. 환송만찬에서는 군산선언문과 KOWIN 결의문이 채택되고, 내년도 행사 개최 도시인 속초시장에게 깃발을 전달하면서 행사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일정은 청와대 방문이었다. 마지막 날인 9월1일 우리 국외 참가자 250명은 청와대를 방문해 김정숙 여사와 영빈관 2층에서 45분간 간담회를 가졌다. 청와대에서는 박현순 인도네시아 담당관 및 미국 등 몇몇 지역 우수한 코윈 활동에 대한 사례 발표가 있었다 동영상으로 이뤄진 이 발표회에서 박현순  인도네시아코윈 담당관은 인도네시아 코윈의 사랑의 집짓기 행사(해비타트)를 소개하여 좋은 호응을 얻었다

코윈 세계대회는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나는 처음 참가했으나 지금까지 17년 동안 8,000명의 여성들이 대회를 거쳐 갔다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온 여성 참가자들은 제각기 대단했다. 우연히 한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다보면 평범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해외에서 온 250명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참가한 400여명의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멋진 여성들이었다. 이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고 자부할 정도로 가슴 뿌듯한 대회였다.

나는 이번 행사 내내 벅찬 자긍심으로 설레면서 지냈다. 이번 코윈 대회에서 만난 분들은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있었다. 나는 이번 대회에서 만난 분들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이에 대해 책을 쓴 클라우스 슈밥의 저서를 읽고 앞으로 5년 이내에 다가올 혁명적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예측하고 보다 나은 삶을 살도록 준비하자고 마음을 다졌다.

세계 곳곳에서 이렇게 훌륭한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3박 4일의 시간을 함께 보내도록 해준 코윈 주최 측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아직도 코윈 세계 대회에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에게도 앞으로 참가를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