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신장군의 홀로그램에 나타나 '싸움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유언하고 있다.

“싸움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분수가 솟고, 치솟아 오르는 물줄기 사이로 홀로그램이 펼쳐지면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을 재현한 홀로그램이었다.

2017년 9월2일(토) 저녁 경남 남해 관음포 해안에 세워진 이순신순국공원 광장에서 분수와 조명, 홀로그램이 어울린 쇼가 펼쳐졌다. 국내 문화예술인과 해외한인사회의 교류를 위해 2014년 발족된 K-컬쳐서포터즈(운영위원장 이호영)팀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였다.

이순신순국공원은 장군이 순국한 관음포 해안에 조성돼,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관음포 해안을 끼고 있는 있는 이 공원에는 높이 5m, 길이 200m의 긴 도자기 벽화 조형물에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이 그려져 있다. 조선과 명나라 연합 수군의 출정과 이순신 장군의 기도, 노량해전, 이순신 장군의 전사 등의 장면이 가로세로 50cm의 평판 도자기 3800장에 옮겨져서 거대한 도자기 벽이 되어 관광객들을 이끌고 있다.

이 도자기 벽화를 만든 도예가가 K-컬쳐서포터즈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호영 한국예총도예명인이다.이런 연유로 인해 K-컬쳐서포터즈 팀이 2박3일간의 일정으로 남해 일대 여행에 나서서 이호영 도예명인이 만든 작품 현장을 찾았던 것이다.

이 여행에는 16명이 참여했다.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사회수석, 김극기 전 농촌공사 감사, 김범식 성균관대 교수, 유봉환 회계사, 황용필 국민체육진흥공단 본부장, 최필남 K-컬쳐서포터즈 사무총장(언주중학교 행정실장), 박재석 삼성전자 부장과 김종수 모아코퍼레이션 대표, 이상구 영성농산 대표, 변재수 거성하이팩 대표, 심수자 형상시문학회장, 이복희 수필가 등이 이호영 도예명인과 동행해 남해의 이순신 순국공원 등 일대를 둘러봤다.

숙소는 여수의 경도리조트였다. 하모로 유명한 경도는 육지와는 카페리로 연결돼 있었다. 첫날은 숙소에 도착해 여장을 푸는 것으로 마감하고,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됐다.

이튿날 아침 일행은 여수에서 남해로 가서, 남해읍의 시장안에서 장어탕으로 조찬을 하고, 금산의 보리암에 올랐다. 보리암은 원효대사가 초당을 짓고 수도하면서 관세음보살을 봤다거나, 고려말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창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나라를 세울만큼 ‘기돗발’이 잘 받는 곳이어서인지 보리암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보리암의 해수관음상은 바다로 탁트인 조망을 자랑하는 곳에 서 있었다. 일행은 ‘전쟁이 나지 않게 해달라’는 등 여러가지 기원을 담아  경건하게 손을 모은 후 남해대교가 있는 충렬사로 향했다.

충렬사는 이순신 장군이 순국한 후 아산으로 옮길 때까지 3년간 시신을 모신 곳으로, 당시의 무덤과 함께 사당이 서 있다. 충렬사 앞 마을에는 이숙순 중국한국인회 회장의 본가도 있다. 우연히 우리 일행이 남해를 찾는 것을 안 이숙순회장이 친동생을 시켜 오찬을 초청했다. 그 바람에 충렬사도 보고, 이회장의 본가도 방문하는, 꿩먹고 알먹는 여정이 됐다.

이회장의 본가는 잘 꾸며져 있었다. 넓찍한 잔디 마당에 정자도 세워져 있었다.우리 일행은 정자에서 이회장 동생인 이숙천씨가 애써 차려놓은 자연산 회로 멋진 오찬을 즐겼다. 이숙천씨는 대일종묘 한국대표를 맡아 전북 김제에서 종묘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명절을 쇠는데 쓴다고 대나무로 낚시를 만들어 물때에 맞춰 감성돔 등 큰 고기를 잡던 얘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줬다.

이어 일행은 충렬사를 방문해 이순신 장군 영정앞에서 일동 묵념행사를 갖고, 다시 남해 독일마을을 방문했다. 독일마을은 1960년대 산업역군으로 독일에 파견돼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독일 거주 동포들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독일의 이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2001년부터 조성된 곳이다. 당시 경상남도 남해군은 사업비 약 30억원을 들여 건축택지를 조성했다.

독일마을은 보리암으로 가는 길을 지나서 있었는데, 이곳도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우리는 파독광부기념관 옆에서 독일맥주와 알코올프리맥주로 건배를 하고는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이순신순국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해거름이었다. 곧 어둑해져서 조명이 켜지는가 했더니 분수가 솟구쳐오르고, 폭포에서 물흐르는 소리가 일면서 홀로그램 쇼가 시작됐다. 일행은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연거퍼 사진을 찍었다. 

이날 저녁은 숙소가 있는 여수 경도의 하모 전문점에서 하모 샤브샤브에 와인을 곁들여 즐겼다. 음식점 주인은 하모는 9월말까지가 제철이라면서, 고기를 데쳐야 꼬들꼬들한 맛이 나지 너무 익히면 안 된다고 거듭 주의를 주었다.

마지막날은 하동으로 행선지를 잡았다. 우리는 일행인 김정남 전 수석의 추천으로 ‘이병주 문학관’을 찾았다. 문학관은 하동군 북천면에 있었다. 지리산 자락이어서인지 하동군에서 사천군 경내로 들어갔다가 다시 하동군 경내로 들어오는 산길을 거쳐야했다.

소설 '지리산'으로 유명한 이병주 소설가는 하동군 북천면 출신이다. 국제신보 편집국장 및 주필 등으로 활동하면서 ‘관부연락석’ ‘남로당’ 등 수십편의 소설도 남겼다. 2008년에 개관된 문학관은 널찍한 뜰을 두고 전시관과 영상관의 두 건물로 이뤄져 있었다. 전시관에는 거대한 만년필 조형뒤로 소설 ‘지리산’에 나오는 빨치산과 국방군의 전투장면이 밀납모형으로 전시돼 있고, 주변으로 소설가의 생애가 사진과 도표로 나붙어 있었다.

일행은 전시관을 둘러본 후 영상관에서 소설가의 생애를 담은 영상도 관람했다. 하동군 평사리의 토지문학관장도 겸한다는 이병주문학관 관장은 “이병주 생가는 터만 남아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 일행 가운데는 시인들도 있어서 참관후에는 즉석에서 시낭송회도 가졌다.

소설가 이병주는 한때 빨치산으로 입산하기도 했으며, 소설 ‘지리산’은 그의 입산 경험과 ‘남부군’의 주인공인 이태 씨의 경험 등을 담아,  이데올로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 대작이었다.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등 이병주문학관에는 여러 글귀들이 적혀 있다. 우리는 이런 글들을 뒤로 하고 인근 곤명에서 ‘갈치조림’으로 점심을 든 뒤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면서 2박3일의 남해 하동여행을 마감했다.

▲ 이순신 순국공원

▲ 이병주문학관에서

▲ 여수 경도에서

▲ 남해 독일마을에서

▲ 중국한국인회 이숙순회장 남해 본가 앞에서

▲ 남해 이순신순국공원 도자기 벽화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