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차홍규 교수가 칭다오에서 봉지에 담은 맥주를 들고 있다.

한중미술협회 관계의 일로 지금 중국의 여러 도시들을 방문중이다. 며칠간의 여행이 아닌 긴 여정이다. 나는 북경 칭화대학 미대에서 10년 가까이 교수로 근무하다 정년 퇴직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보고 이번 여정에서 보고 느낀 것을 가감없이 소개하려 한다. 전문 사진작가 아닌데다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현장에서 가볍게 찍은 사진들이니 같이 여행하며 즐긴다는 생각 정도로 받아주시면 고맙겠다.

8월 16일은 중국으로 출발한 날이다. 하도 날씨가 더워 미루고 미루다 여정에 올랐다. 경기문화재단과 화성시 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옆집 예술가 프로젝트 개시일이 9월 2일. 이에 맞추려고 첫 목적지인 칭다오로 향했다.

산동성 칭다오시(青島市 )는 청나라 말엽 독일의 조차지였던 관계로 바닷가의 경치 좋은 구시가지는 멋진 독일식 건물이 즐비하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칭다오 맥주도 독일 조차 시절 만들어 진 것으로, 지금도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생맥주통을 길거리에 쌓아 놓고 팔고 있는데 비닐 봉지에 담아준다. 그러면 손님들은 비닐 봉지에 든 맥주를 빨대로 빨아 마신다. 중국 여러 곳을 가 보았지만 빨대로 맥주를 먹어 보기는 청도가 유일하다. 매년 열리는 청도 맥주 축제는 지역의 이미지를 이용한 문화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독일식 전통 건물들의 분위기에 쉽게 매료된다. 독특한 이 건물들로 인해 칭다오는 중국 속의 작은 유럽이라 불리기도 한다. 중국인들에게도 최고의 휴양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다 보니 물가도 다른 도시에 비하여 비싼 편이다.

여름 청도의 해변가는 수많은 음식점들로 넘쳐난다. 산동음식은 물론 떡뽁이같은 한국음식, 유럽음식, 러시아음식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에게 인기가 있는 음식은 칭다오 맥주와 함께 먹는 양꼬치다. 여름에는 양꼬치 냄새가 칭다오 시를 휘감는다.

요즘은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로 오가는 사람들이 줄다 보니 비행기와 선박들이 요금 할인 경쟁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행기나 배편 가릴 것 없이 왕복요금이 15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배편은 인천에서 위동페리, 평택에서 화동페리가 운항하고 있으며 17시간 정도 걸린다. 비행기는 인천공항에서 1시간이다. 칭다오는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시설도 비교적 잘 발달되어 있고 택시 요금도 비교적 저렴하다.

칭다오 다음 행선지는 선양이었다. 선양(瀋陽)은 예부터 우리와 매우 밀접한 곳으로, 일제 때까지 봉천(奉天)으로 불렀으며 지금도 도로명에 봉천을 사용하기도 한다.

선양은 만주족이 청나라를 세운 곳이다. 청태조 누르하치는 산해관을 너머 진격해 1644년 명나라를 멸망시킨 후 수도를 베이징으로 옮겼지만, 선양은 봉천이라 불리며 제2의 수도 대접을 받아왔다.

선양의 서탑(심양 서쪽에 탑이 있다 하여 붙여진 명칭으로 지금도 하얀 벽돌로 된 전탑이 있다)은 일제 때나 지금이나 한국인들이 밀집해 사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상가들도 즐비하다. 조선백화점도 있고, 서탑시장에 가면 고추장 된장은 물론 김치 등 한국 시장 풍경 그대로다.

서탑에는 평양관을 비롯하여 반경 1km 안에 북한식당이 10여 곳이나 있는데, 손님이 없다 보니 점심에 35위안 하는 냉면을 15위안에 할인 판매하고 있을 정도였다. 북한 종업원 대량 탈출 사건 이후 한때 한국인 손님은 안받았으나 지금은 워낙 장사가 안 되는 탓인지 가리지 않는다.

▲ 칭다오 천주교 성당

▲ 선양 마오쩌둥동상. 조선족 작가의 작품이다.

▲ 서탑의 북한 식당

▲ 선양 서탑시장

우리 한중미술협회는 선양에 있는 유명한 루쉰(魯迅)미술대학과 관계가 깊어 자주 방문한다. 선양의 대표적인 조각품인 대형 마오쩌둥(毛澤東)주석 동상도 소련에서 조각을 배운 1세대 조선족 작가가 만든 작품이다. 그가 루쉰미대 조각과를 열심히 키운 결과 지금 중국의 조각계에는 루쉰미대 출신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루쉰미대 조각과는 다른 과들과 달리 5년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특색이다.

선양에는 롯데백화점을 비롯하여 SK버스터미널, 롯데마트 등 우리 한국기업이 투자를 많이 한 곳인데 현재 한중관계의 경색으로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는 것을 현지에서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이어 찾은 곳이 베이징이다. 베이징에서는 주중 한국문화원을 찾아 내년에 한중미술협회전 개최를 논의했다. 한재혁 한국문화원장은 기꺼이 초대전을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빠르면 내년 4월 무렵에 개최할 것같다. 주중한국문화원 전시장은 한원장의 노력으로 훌륭한 조명시설은 물론 프로젝트 빔도 삼성전자의 최신상품으로 설치하는 등 새 단장을 해서 관람의 질을 높였다.

베이징 798에 소재한 선아트스페이스 화랑도 우리 협회원들의 북경 전시를 적극 돕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었을 때를 대비해 베이징 798 예술구에 있는 만수대 창작사 미술관도 찾아 관장과 건설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한중미술협회장 자격으로, 한중수교 25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베이징 대반점에도 귀빈으로 참석했다. 예전 같으면 중국측에서 영도자들이 많이 참석했을텐데 정협 부주석이 내빈 축사를 하여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름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진행은 순조로웠다.  특히 우리 고유의 남도 창과 발레의 콜라보 공연은 새로운 한류를 제시하는 것 같아 관계자들의 노고를 실감했다. 이 날은 좋아하는 와인도 마음껏 마시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도 마주해 너무 흥겨웠다. <계속>

▲ 서탑의 북한식당의 메뉴 안내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