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5년을 맞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한중수교 25년, 경제협력 성과와 전망’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KIEP 동북아경제본부 중국팀 현상백 부연구위원과 나수엽 전문연구원, 김영선, 전수경 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 발표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한중 수교 25년을 정리하면서 향후 한중간 경제협력을 위한 신(新) 패러다임 구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한중 분업구조 변화에 따른 신 통상관계 구축 등 현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의 주요내용을 발췌 소개한다.<편집자>

한중 FTA가 2015년 발효됐다. 이를 계기로 한중 경제협력이 한 단계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한중 양국은 서비스·투자 분야 후속협상을 조속히 추진함과 동시에 FTA 실효성 제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이 서비스업을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삼고, 내수주도 성장방식 전환을 추진함에 따라 중국 서비스시장의 확대가 예상되는바, 한국은 중국 서비스시장 선점을 위해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 한국의 주요국에 대한 수출 비중 비교.[자료=한국무역협회(K-stat)]

또 한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의 개방을 유도함으로써 대중국 서비스투자를 통한 서비스 교역 확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국 당국의 위생 및 검역(SPS), 기술장벽(TBT) 등 비관세장벽 조치도 최근 높아지고 있어, 한중 FTA 실효성 제고를 위해 이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및 해소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한중 간 분업구조 변화에 맞추어 대중국 주요 수출품목인 중간재의 지속적인 고도화를 통해 비교우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중국정부의 수입대체 전략 추진 및 중국 제조업체의 경쟁력 제고에 따라 한중 산업 간 수직적 분업구조가 약화되고, 대중국 주력 흑자품목에 대한 우리기업의 현지 생산이 강화됨에 따라 한국의 대중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간재 교역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한국은 비교우위가 있는 중간재 품목의 기술차별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지속 추진해야 한다.

대내외적인 제반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중 수출 중 한국이 비교우위를 지닌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제품 등은 대중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R&D 역량을 강화하여 기술집약적 제품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비교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또 중국정부가 내수주도 성장모델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어 중국 소비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이에 대응해 대중 수출에서 소비재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중국에 대한 인식을 생산기지에서 주요 소비시장으로 전환해 중국 소비자 수요에 맞는 중국 특색 제품 개발 및 프리미엄 소비재 생산·판매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의 급속한 도시화 및 소득 증가를 고려하여 향후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간재 중심에서 소비재 비중 확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국 특화 소비유망 품목을 발굴하고, 화장품, 의류·패션, 식·음료품, 생활용품 등 중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에서는 중국 맞춤형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는 대중국 수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 중국의 가공무역 수출증가율과 대한국 중간재 수입증가율.

최근 대두되고 있는 신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고 동아시아 역내 무역 자유화를 통한 경제통합 추진을 위해, 양자간 협력을 넘어서 역내 다자간 자유무역 협정인 한·중·일 FTA, RCEP 협상 과정에서도 양국간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중 양국은 동아시아 역내 △ 무역 자유화 △ 투자 활성화 △ 통합된 시장 형성 등 지역경제 통합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지역은 경제발전단계가 상이하여 역내 FTA 체결을 통해 GVC 효율적 활용과 국가간 분업구조 구축에 유리하다. 따라서 한중 양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중·일 FTA, RCEP 등 다자간 FTA 협상에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역내 지역경제 통합은 역내 국가들간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불안한 동북아 정세에서 긴장 완화를 통한 평화안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의 대중 투자에 있어서도 신 모멘텀 창출 및 상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의 제조업에 대한 대중국 투자는 중국정부의 외자 유치 정책의 전환 및 중국 내 비즈니스 투자환경의 변화로 인해 투자 모멘텀이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첨단 제조업, ICT, 서비스업, 환경·에너지 등 신산업으로 투자 영역을 다각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해 투자 분야를 스마트 자동차, 신소재, 3D 프린터, 드론 등 최첨단 제조업 및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모바일 플랫폼 등 ICT 분야로 확대하여 새로운 모멘텀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또 한중 양국은 기술개발 교류 확대, 기술 표준화 공동 추진, 지재권 보호제도 마련 등 협력 강화해야 한다. 한중 FTA 서비스분야 후속협상을 조속히 개시하여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중국은 서비스시장 개방을 통해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려 하고, 중국 내부적으로도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서비스업의 빠른 발전이 예상된다. 이에 대응해 한국의 대중국 서비스업 투자 분야를 기존의 도소매업 위주에서 향후 문화, 관광, 의료, 법률, IT서비스, 물류, 전자상거래, 금융, 교육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한중 양국은 파리기후협정 참여국가로 신 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환경산업,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을 모색하고 더 나아가 한·중 탄소배출권 시장 통합도 추진해야 한다.

▲ 한·중 서비스 무역 추이.[자료=한국은행 서비스 교역 통계(단위: 억 달러)]

중국 제조업 고도화에 따라 대중 투자도 M&A, 기술 투자 등으로 방식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정부의 수입대체 전략 추진과 ‘중국제조 2025’ 등 제조업 고도화에 따라 일부 제조업 분야에서는 한중 간 경합관계가 나타나거나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는 분야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투자방식을 그린필드 방식에서 M&A 또는 기술 투자 등으로 다각화하여 한중 양국이 윈윈하는 투자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중국 제조업의 고도화 및 ‘홍색 공급망’ 구축은 한국 제조업의 최대 리스크 요인이자 기회 요인이다. 한국은 중국 제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홍생 공급망’과 공생, 공존하면서 중국 제조업 발전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전략으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중국 내 연구개발 및 기술 투자 확대를 통해 양국의 산업 기술 표준화에 일조하고 ‘기술과 지분을 교환하는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중 양국간 투자는 한국의 대중국으로의 단방향 투자에서 중국의 대한국 투자 증가에 따른 쌍방향 투자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의 대한국 투자규모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자본 유치 및 활용방안을 마련하여 중국자본이 한국 산업 고도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해외진출(走出去) 전략 추진에 따라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ODI)는 2002년 10억 달러에서 2015년 1456억 달러로 급증하였고, 2015년 중국은 처음으로 ODI가 FDI를 초과하여 자본 순수출국이 됐다.

중국 해외투자 대상지역 및 분야는 2008년 이전 에너지·자원 위주로 투자가 이루어졌고, 2008년 이후 선진국 핵심기술, 브랜드, 유통망 확보 등 미국 EU 등 서구 선진국으로 확대·전환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은 외화보유고 감소, 위안화 환율절하 및 중국 자본의 해외유출 등으로 인해 무분별한 해외투자를 규제하기 시작하였으나 에너지·자원, 첨단제조업, 핵심기술 위주의 해외투자는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의 대한국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부동산·금융·문화 분야뿐 아니라 한국 제조업 고도화, 혁신 산업 발전, 서비스업 제고 및 일자리 창출 등에 도움이 되는 중국자본 활용방안을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가 교류도 확대하고 국가전략 차원에서 협력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한·중 경제협력 고도화를 위해 경제 현안 및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한중 경제대화 협의체’(가칭)를 설치하여 정례화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한중 FTA 이행 모니터링 및 후속협상, 한중 통상마찰 및 비관세장벽(통관, SPS, TBT) 해결, 한중 산업단지 및 금융협력 시범정책 추진, 신산업 협력방안 논의, 한중 기업간 공정 경쟁을 위한 제도 마련,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 조치 해결 등에 대한 대화 채널과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다.

한중 산업협력이 고도화되고 디지털 경제 통합이 가속화되면 새로운 통상분쟁 및 제도 구축이 요구되며,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동북아 정세 및 한중 양국 정치관계의 변화로 인해 정부간 공식 대화 채널이 중단되는 경우를 대비해 한중 경제 현안 문제를 적시에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례적인 협의체 설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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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중국 투자 추이.[자료=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단위: 억 달러)]

방정부간 교류 도 확대돼야 한다. 동북아 플러스, 한반도 신경제지도 등 한국 신정부의 국가 전략이라는 큰 프레임 안에서 각 지역의 역할 및 비교우위에 입각하여 한중 지방정부간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교류를 확대해 갈 필요가 있다. 한중 간 실질적인 경제협력 추진에 있어 지방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현재 한·중 지방정부간 교류는 매우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나, 전략 차원에서의 지방교류는 드물고 이벤트성 일회성 교류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국가전략틀 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방협력은 한중 FTA 협정문에 명시한 한중 산업단지 협력(새만금-옌타이(煙臺), 옌청(鹽城), 후이저우(惠州)), 인천-웨이하이(威海) 지방경제협력 시범구 등이 있다.

또 한중 양국이 추진하는 소득 내수 및 일자리 주도의 거시정책은 향후 소비시장 및 서비스 수요 확대로 연결될 수 있는바, 양국은 서비스업 발전 및 서비스업 일자리 창출에 대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는 유라시아 지역 경제통합을 추구하고 있는 점에서 한국 신정부의 동북아플러스 전략 내 신북방정책(북한, 러시아 등 유라시아), 신남방정책(아세안, 인도)과 연계성이 높다. 따라서 경제협력 대상 지역이 유사한 신북방정책-일대(육상 실크로드) 및 신남방정책-일로(해상 실크로드) 간 연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서해안 산업·물류·교통 벨트는 ‘중국 랴오닝성-징진지(京津冀)-중국 전역 및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하고, 동해안 에너지·자원 벨트는 ‘중국 훈춘-북한 나진·선봉-러시아 하산(자루비노)’와 연결하는 한편, 두 벨트 상의 한·중 지방정부간 교류 확대를 추진할 수 있다. 양국은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여 자율주행차·정밀의료·드론 등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의 소프트웨어·ICT와 중국의 하드웨어(공장, 도시, 인프라)가 결합한 스마트 공장, 스마트 시티, 스마트 인프라 건설 협력 강화할 수 있다.

나아가 한중 양국 청년들이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창업할 수 있는 한중 창업 플랫폼 확대를 통해 해외 일자리 창출 및 한중 혁신 생태계 구축도 가능하다. 양국은 파리기후변화협정 회원국으로 신재생에너지 및 환경 산업에서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러시아-몽골-중국-북한-한국-일본을 연결하는 슈퍼 그리드사업 추진도 협력할 수 있다.

한중간 양자 협력을 넘어 △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한국 업체의 참여 확대 △ AIIB에서의 한국의 역할 확대 및 자금조달 채널 다변화 △ 한·중·일 FTA, RCEP 등 역내 경제공동체 형성 및 신보호무역주의 공동대응 △ 한중 공동 제3국 진출방안 모색 등의 다자간 협의체에서의 한중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이밖에 양극화, 고령화, 기후변화, 환경, 식량 및 에너지 등 글로벌 이슈에 공동 대응하고,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발전 방향인 포용적 성장 및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