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료식 장면

봉사라는 단어가 사전에는‘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 설명돼 있다. 사람이 스스로의 이익을 따르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열정적으로 어떤 이타적인 일에 매진하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사회에는 누군가 그런 일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고, 또한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이 사회가 굴러가는지 모른다.

중국 상해에서 무료로 한국어교육을 하는 ‘상하이 한글학당’ 훈장 이동규 대표도 그런 사람에 속한다. 그는 2005년에 한국어교육 교사로 봉사에 참여했다가 2006년부터는 한글학당 훈장을 맡아 올해로 12년째 ‘상하이한글학당’을 이끌고 있다.

그의 본업은 국제물류다. 그는 상하이에서 국제물류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청년사업가이다. 그런 그가 바쁜 사업을 하면서도 사업과는 별개로 ‘상하이한글학당’을 12년이나 이끌어왔다.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상하이한글학당’이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전달하는 데 보람 과 일의 가치를 느껴 가능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상하이한글학당’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주1회 운영되는 순수한 교육봉사단체이다. 매년 120여명한테 한국어 교육을 시켜 지금까지 1,400여명 정도를 배출했다. ‘상하이한글학당’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입학등록비로 100위안(약1만7,000원)을 내는 것 이외에는 학비가 없다. 모두 무료교육으로 진행된다. 참가하는 학생들의 연령과 직업은 다양하다. 한국어가 좋고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자원 입학한다. 학교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상해에 있는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사무실, 회의실과 다른 회사 사무공간을 빌려 교실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글학당 운영규정 확립되어 있어 학생들의 학사관리는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매년 3월 첫주에 개강하여 12월에 학년을 마치고 수료한다. 한국어 수준별로 1학년부터 5학년으로 나누어져 있고, 1학기에 중간고사와 2학기에 기말고사가 있다. 이 시험 성적이 평균 60점 이상이고 출석률이 2/3 이상이라야 비로소 학년수료증을 받는다.

상하이한글학당에서는 졸업이라는 용어 대신 수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왜냐하면 학년을 수료하고도 한국어능력이 부족할 경우 다시 한번 재수강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학년이 개방돼 있기 때문이다. 매년 학년 수료시에는 1년간의 성적에 따라 최우수상, 우수상과 출석 집계에 따라 개근상, 정근상을 시상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최우수상 부상으로 상해-한국 왕복 비행기표를 협찬받아 주고 있다. 상하이한글학당은 전체를 총괄하는 이동규 훈장과 관리이사 1명, 총무 1명의 관리부문과 10여명의 한국어교사로 구성돼 있다.

“제가 2005년에 상하이한글학당에서 한국어교사로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훈장을 맡고 계시던 선생님께서 갑자기 한국으로 귀국해 어쩔 수 없이 훈장을 맡았어요.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학당을 거쳐간 중국인들이 한국어교육을 받고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 한글학당이 학비가 없는 무료교육이어서 운영상 어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기에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동규 대표는 유달리 중국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중국이 좋아서 외국어고등학교 중국어학과에 입학하였고, 대학에서도 중국어를 전공했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북경인민대학에 단기어학연수를 하였고, 군 제대 후 복학한 뒤에는 매년 여름방학이면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으며 졸업 후에는 하남성 정주대학교에서 1년 중국어를 익혔다.

“저는 중국을 좋아합니다. 제가 중국인 아내를 맞은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저의 아내는 한국에 유학을 가서 한국어를 전공했어요. 한국어가 능통하고 한국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 한글학당 일에도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도 한중교류가 활발합니다. 가족끼리 대화와 소통은 모두 한국어로 하며, 큰아이는 중국 초등학교, 둘째 아이는 현재 한국의 제 부모님 집에서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요.”

이동규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중국에 파견이나 현지근무를 하는 조건이면 회사를 가리지 않고 취업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상해에 있는 특송물류회사에 입사했는데, 그때부터 국제물류 업무를 접했고 그것이 지금 개인사업의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 이동규 훈장

이렇게 물류업무를 해온 게 15년이 넘었다. 회사근무를 통해 특송물류, 포워딩, 컨테이너, 항공물류 등 다양한 업무능력을 습득한 후 2015년 독립해 자신의 국제물류회사를 창업했다. 국제물류업은 업무가 매우 긴박하고 바쁘게 돌아 가는 게 특성이다. 그래서 물류사업을 하면서 별도로 시간을 내어 한글학당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매주 토요일에 한글학당이 열리기에 그는 전날인 금요일이 되면 긴장감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우선,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교실확보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필수다. 다른 공간을 빌려서 사용하기에 교실 확보가 가장 중요한 변수인 것이다. 때로는 교실확보에 착오가 생겨서 건물 복도에서 수업을 진행한 적도 있었다.

또한, 교사회의도 중요하다. 한국어교사로 참여하는 선생님들은 자원봉사형식이기에 교통비, 식사비용도 본인부담으로 되어 있고 때로는 개인사정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서 사전에 교사회의를 통해 상황파악과 강의교안 등 교과 점검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어학당을 운영하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회사 사무실 키를 내주면서 교실로 사용하라고 한 분도 있고, 학년을 마치고 수료식 때 상품을 협찬해 주는 분도, 후원금을 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한국어교사로 참여하시는 선생님들도 대단합니다. 그분들의 헌신적인 봉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상해한국학교 학생들이 중심이 돼 봉사단도 운영하고 있는데, 주로 보조교사, 교실정리, 문화체험 및 수료식 등 행사준비를 도와줍니다. 너무 고맙지요.”

▲ 수업광경

이동규 대표는 ‘상하이한글학당’ 활동으로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한중 교류에 많은 기여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한중간 정치적인 문제와 관계없이 한글학당에 오는 학생들은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어한다. 중국인 이외에 남미나 타이완, 홍콩 등 다른 지역 외국인들이 수업에 참가하기도 한다.

“저희 한글학당은 학생모집을 위한 광고를 별도로 하지 않습니다.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한테서 정보를 접하고 입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학생모집에는 어려움이 없어요. 학생들이 학년을 수료할 때 서툰 한글로 감사의 편지를 써서 가져올 때 참으로 가슴이 뭉클합니다.”

이동규 대표는 남을 돕는 봉사정신이 이미 몸에 깊숙이 배어있다. 상해에서 ‘상하이한글학당’ 외에도 ‘상하이 사건사고 SOS 솔루션’이라는 단체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SOS솔루션’은 상하이에서 살면서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 외국인들을 돕는 자원봉사단체다.

이렇게 몸에 밴 봉사정신이 오랜 기간 한글학당을 이끌어오는데 원동력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상하이 한글학당’은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하며 중국에서 한국문화를 전달하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음식문화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