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중국 강소성(江蘇省) 무석(無錫)에 있는 혜산(惠山)의 석혜(錫惠)공원 안에 만든 정원으로 부지면적은 9,900㎡이다. 원나라 때 사찰인 남은방(南隱房)과 구우방(漚寓房)이 있던 곳으로, 명나라 정덕제(正德帝) 때인 1511년 병부상서(兵部尙書)를 지낸 진금(秦金, 1467~1544)이 귀향하여 개인정원으로 만든 뒤, 용이 사는 산(龍山)과 봉황이 사는 골짜기(鳳谷)가 어울린 정원의 정취가 알려지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진원(秦園)이라는 명칭으로 널리 알려졌다. 당시 진금의 시에 이 정원의 정경이 잘 나타나 있다.

名山投老住 노후에 명산에 머물려고 찾아와서
卜筑有行窝 적당한 곳이 있어 집을 지었다.
曲涧盘幽石 굽은 내는 한적한 돌들 주변을 흐르고
长松育碧萝 큰 소나무는 푸르름을 더한다.
峰高看鸟渡 언덕위로는 활공하는 새들이 보이고
径僻少人过 몇몇 객들이 소로에 보인다.
清梦泉声里 샘이 울려퍼지는 소리에 꿈을 꾸니
何缘听玉珂 선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이 아닌가?

진금이 사망한 뒤 후손들이 정원을 증축하고 기창원이라고 명칭을 바꾸었다. 기창의 뜻은 산림으로 돌아가 은둔하여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다. 또 기창은 왕휘지(王羲之)의 시에서 인지(仁智)를 맞아 받아들여 즐기고, 기창 산수에서 뜻을 취했고, 공자의 인지산수(仁智山水, 인자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한다)의 말로서 이로부터 군자의 인덕이 행해지고, 이것은 역대의 유학자의 원림에서 일관된 인용 구절이며 소주의 졸정원(拙政園)과 함께 이름을 붙임이 똑 같은 솜씨로 오묘함이 있다.

청대 강희제와 건륭제는 이 정원을 매우 좋아해 일생동안 6차례의 남방 순행에 모두 기창원을 유람했고, 또한 북경의 이화원(頤和園)에 기창원을 모방해 해취원(諧趣園)을 만들었다. 기창원은 남북으로는 길고 동서로는 짧은 연못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북쪽에는 당(堂), 동쪽에는 회랑, 남쪽에는 나무, 서쪽에는 산이 배치되어 있다.

이후 1860년에 일어난 태평천국의 난으로 인하여 원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되었다. 지금의 내부 건물은 모두 나중에 재건된 것이지만, 연못과 가산(假山)을 비롯하여 고목·비석·회랑·정자 등이 모두 옛 풍격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기창원의 독특한 원림 특색을 들면, 산림자연 풍광이 농후하고 일반 주택 원림과는 다르다. 그 원인으로는 하나는 혜산(惠山)의 산록의 유리한 지형을 충분히 이용했고, 가까운 산과 먼 봉우리(近山遠峰)을 원내로 끌어들이는 차경(借景) 수법이다.

둘째는 혜산의 두 개의 천이 모여들어 대지를 만들고, 언덕과 교목이 원림 내의 주된 경치가 되고, 수목을 울창하게 조성하고, 안개물이 가득 찬 경치를 만든다. 셋째는 건축물이 적고 인공적으로 가공된 흔적이 많지 않다. 원림 배치는 남북을 향하여 나누어지고 즉 연못과 토산, 주요 관상 건축물은 모두 남북 축을 만들며 평행 배치되며 이것은 지형에 순응한 결과다.

소주의 졸정원, 북경의 이화원과 함께 기창원은 3대 명원으로 유명하다. 기창원이 있는 석혜공원에는 구룡담이 있다. 아홉 마리의 용이 천하를 상징하고, 중국인은 자신을 용의 자손이라고 말한 정도로 용을 매우 숭상한다. 중국에는 북경의 북해공원과 산서성의 태원, 이곳 석혜공원에 구룡담 3곳이 있다.

▲ 석혜공원 구룡담

▲ 석혜공원 구룡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