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水戶)에 오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이 있다”면서 현동실 아시아나 일본법인장이 티켓 한 장을 내보였다. ‘홍도관(弘道館)’ 입장 티켓이었다. '가고싶어회' 멤버로 심수관 전시회를 보러 왔던 그는 미토역에서 내려서 먼저 이곳을 다녀왔다고 했다.

홍도관은 1841년 미토에 개설된 미토번(藩)의 번교(藩校), 우리식으로 말하면 향교(鄕校)다. 현동실 대표는 “홍도관이 일본 근대화의 기반이 된 존왕양이(尊王攘夷) 사상의 근간이 됐다”면서 “꼭 가볼만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라 기자가 홍도관을 찾아나선 것은 이튿날 아침이었다. 홍도관은 미토성을 이루는 산노마루 안에 있었는데, 미토역에서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였다. 경내에 들어가 정청(正廳)으로 불리는 학교 교사 안으로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했다. 실내 바닥이 나무마루와 다다미로 이뤄져 있었던 것이다.

실내는 예상보다는 훨씬 넓었다. 안에는 관광객 10여명도 눈에 띄었다. 실내에는 공부하는 다다미방들이 열을 지어있는 것은 물론, 실내화장실과 열명은 족히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단체 샤워장까지 갖춰져 있었다.

안에는 홍도관의 내력도 사진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홍도관에서 문무를 다 가르치되, 둘다 입학은 있지만 졸업은 없다는 점이었다. 공부는 끝이 없다는 철학 때문이라고 했다. 또 무예를 공부하는 무관에는 누구나 입학할 수 있었으나, 문관에 입학하려면 시험을 쳐야 했다고 한다.

노소가 같은 자리에서 함께 공부했으며, 유학뿐 아니라 자연과학도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고 집안의 신분에 따라 출석일수를 정했는데, 신분이 높을수록 학교 출석일수를 많게 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미토식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할까?

이처럼 교육한 덕에 미토의 홍도관은 일본 근대화의 산실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미토는 이후 막부체제말기 내부에서 파가 갈려서 내전을 치르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개혁파와 보수파가 대포까지 동원해 격전을 치루는 싸우는 바람에 문관 무관 의학관 등 홍도관의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고, 인재들도 대거 잃는 참사를 빚었다. 홍도관전쟁으로 불린 이 내전으로 아까운 인재들이 죽어가지 않았다면, 근대 일본은 야마구치현 출신이 근대화의 주도권을 쥐는 형국으로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홍도관 뒤뜰에는 수백그루의 매화나무로 이뤄진 숲이 조성돼 있었다. 매화 숲을 거닌 후에는 홍도관 문을 빠져나와서 니노마루로 향했다. 일본 성은 도시를 둘러싼 우리나라와 성과는 달리 작은 요새형의 성채다. 서양처럼 방어에 적합한 성이다.

성 구성도 일반적으로 이중 삼중의 성벽과 해자를 갖추고 있다. 성 중심에 천수각이 있는 혼마루가 있고, 그 외곽에 또다른 성곽과 해자를 갖춘 니노마루, 그리고 그 외곽에 다시 성곽과 해자를 둔 산노마루를 두는 형식이다.마루(丸)라는 것이 둥글다는 뜻이니 본 둘레, 두 번째 둘레, 세 번째 둘레라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의 미토성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홍도관이 있는 산노마루에서 니노마루로 들어가려면 다리를 통과해야 했다. 다리 아래는 자동차 도로길이었는데 원래는 물이 흐르는 해자였다고 한다. 니노마루의 풍경은 기대와는 무척 달랐다. 정원이 아니라 학교들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본 성은 비교적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돼 있다.

하지만 미토성은 성 내부가 모두 학교들이었다. 혼마루까지 학교로 바뀌어 있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들이 성안을 차지했을 뿐 다른 기관은 없었다. 내전으로 너무 많은 인재를 잃어서 이처럼 후세들의 교육에 집착하는 것일까? 아니면 미토의 호학적인 학문 풍토 때문일까? 미토성의 고려문을 빠져나오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