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청(淸)대의 강희(康熙), 건륭(乾隆) 두 시기는 원림 활동이 가장 활발했으며 애신각라(愛新覺羅), 현엽(玄燁)과 홍력(弘曆)은 이 시대 대형 원림건설의 최대 주동자라고 할 수 있다.

청대 북경의 황가원림은 10여 곳이 넘었는데, 도성 내에는 서원이 중심이 됐고 서북 교외에는 정의원(靜宜園), 정명원(靜明園), 원명원(圓明園), 창춘원(暢春園), 청의원 등 5개의 황가원림을 세웠다. 또한 승덕(承德)에는 피서산장(避暑山莊)을 세우고, 그 밖에 건륭은 전 시대의 기초 위에 삼산(三山), 삼해(三海)를 중건하는 계획을 완성했다.

삼산은 향산(香山), 옥천산(玉泉山), 만수산(萬壽山)을 말하는데, 향산은 정의원(靜宜園) ,옥천산은 정명원(靜明園), 만수산은 청의원이라고 했다. 삼해는 북경 중심의 북해 및 중남해(中南海)를 합해서 삼해라 한다.

근춘원(近春園)
근춘원은 북경 서북 지역의 칭화(淸華)대학 내에 위치하고 청대 함풍(咸豊) 황제의 옛 거처(舊居)라고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 청화대학은 2010년에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 중국 최고의 명문 대학이며 이 대학은 이공계가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청화원(淸華園)과 이웃하고 있는데, 청화원(淸華園)은 명나라 말기 베이징의 유명한 사가원림으로 이위(李偉)에 의해 건립되었다.

근춘원은 주자청(朱自淸)의 명문 ‘하당월색(荷塘月色)’의 고향이며 특히 여름달밤에 연꽃이 가득 피어있는 연못의 경색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연못을 가로지르는 중국 전통 형태의 아치형 석교도 아름답고 연꽃이 핀 연못을 바탕으로 고건축물과 언덕의 둥근 탑건축이 이루는 경관도 빼어나다.

이곳에서 아침, 저녁으로 중국에서 유행하는 대중 무도를 즐기는 중국인들의 모습도 가히 낭만적이라 할 수 있다. 1979년 이후 철저히 개조되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현재 칭화대학교 내의 서쪽에 위치한 명소로서, 면적은 135무(畝,무=6.667a)이다.

연화지(蓮花池)
연화지는 1983년에 만들어졌다. 북경 서남구 풍대구(豊臺區) 연화지 48호에 위치하고 면적은 37.8경(頃,경=2만여평)이다. 북경 서부역 부근에 있는 연화지에서 서부역사의 고풍스럽고 웅장한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연화지 입구 반대쪽에는 전통 방식으로 축산(築山)을 쌓고 호수 쪽으로 물가에 돌을 배치한 소공간이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긴다. 연화지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수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연못이며, 여름철에는 연못에서 뿐만 아니라 부속건물의 주위와 입구 등 연화지 곳곳에서 연꽃이 만개하여 즐길 수 있다.

연못 경관의 극치는 연꽃이 피는 7, 8월이 아닌가 한다. 이 때의 연못은 숨막힐 정도로 황홀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연꽃은 꽃이 화려하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상징성도 다양하다. 불교에서는 극락을 표현할 때 시원한 물의 청량함과 그 물 위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연꽃에 비유했고, 진흙 속에서도 진흙에 물들지 않고 청정하게 피어나는 연꽃의 생태를 이상향으로 여겼다.

이는 중국 송나라 유학자인 주돈이(周敦頤)가 애련설에서 화중군자(花中君子)라 하여 선비의 몸가짐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민간에서는 많은 열매가 열리는 연실(蓮實)에 비유하여 자손의 다복함을 얻는 구복적 상징으로 여겼으며, 서양에서도 일찍이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 연꽃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연꽃을 연(蓮)이라 쓰지만 중국에서는 연(蓮)보다는 하(荷)로 쓴다. 연(蓮)과 하(荷) 모두 연꽃을 뜻한다. 연꽃은 다른 말로 정우(淨友) 또는 화중군자(花中君子)라 하여 사군자(四君子)에 넣기도 한다. 꽃만을 말할 때는 하화(荷花) 또는 부용(芙蓉)이라 한다.

중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꽃은 연꽃과 모란이다. 연꽃과 모란이 피는 계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꽃 주위로 모여든다. 중국은 어느 곳이나 많은 연못이 보존되어 있고, 그 연못에는 여름철이 되면 연꽃이 가득 피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많은 문장과 그림을 남기고 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연꽃을 가장 좋아해서 연꽃이 피는 연못에 가기를 즐겨하고 연꽃 그림도 꽤 많이 모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