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주한국인회 회원들이 재외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사천성 성도를 방문했다. 박상윤 회장과 한인회 회원들은 한상국 주성도총영사관 부총영사와 좌담회를 열었다.[사진제공=귀주한인회]

2017년 4월 27일은 우리 귀주한인회에 영원히 기록 될 아주 뜻깊은 날이 될 것이다. 귀주한인회가 설립된 후, 회원들이 단체로는 첫 번째 참여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주권을 행사하는 역사적인 날이고, 귀주한인회가 단체로 장거리여행을 떠난 기념비적인 날이기 때문이다.

귀주성에서 투표소가 있는 사천성 성도 총영사관까지는 기차로 12시간, 자동차로 12시간이 걸려 이동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시기에 맞물려, 대다수 회원들이 투표 참여의지를 품고 있었고 개인 출발보다는 귀주한인회의 친목도 도모 할 겸, 단체이동을 하기로 회원 간에 의견을 통일했다.

버스냐, 기차냐의 선택을 놓고 잠시 의견이 분분했으나 성도시내에서의 이동을 고려해 버스로 이동키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버스는 회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귀주성의 성도인 귀양시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 귀양시 외부에 거주하는 인원은 밤새 길을 달려, 혹은 그 전날 도착해서 1박을 하고 합류했다. 대단한 정성이었다.

생업도 포기하고, 먼 길을 달려와 주권을 행사하는, 열성적인 회원님께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투표 총 참여인원의 절반을 차지한 귀주 유학생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참여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투표참여만이 목적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 한국말로 수다를 떨면서, 타국에서의 향수를 달래고자 하는 마음도 간절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하는 우리 귀주한인회는 참으로 행복한 단체다.

시험기간이 겹쳐 참여를 고심하는 학생들을 설득해 동참시킨 귀주대 유학생대표 오드보라 양과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민족대 유학생들을 인솔해 참여한 은아 양에게 특별히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오드보라 양은 비단 이번 선거뿐만이 아니라, 귀주한인회 야유회, 송년회행사에도 학생들을 인솔해 적극적으로 한인회 행사에 참여했다.

지금은 유학생 신분이지만, 이들이 결국은 이 나라의 미래들이 아닌가? 또한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귀주의 알찬 정보를 제공해줄 장래의 귀주 전문가들이 아닌가? 나는 이런 유학생들이 훗날 귀주로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에게 소중한 길라잡이, 교두보가 되어줄, 대한민국의 크나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유학생들에게 많은 애정을 느끼며 관심이 있다.

27일 오전 5시 출발해 성도 도착예정시간을 오후 3시로 계획했다.귀주한인회가 투표 차 성도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한 성도한인회 이종직 회장은 본인이 운영하는 한식당 ‘한방’으로 초대해, 귀주에서는 절대 먹을 수 없는 광어회를 특별히 청도에서 항공 운송해 준비한다고 했다. 중국한인회의 끈끈한 정을 새삼 느꼈다.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먼 곳의 한인 친구들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 이종직 회장께 귀주한인회를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 소식을 접한 귀주한인회원들은 맛있는 회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껏 들뜬 기분이었다.

27일. 드디어 출발일이다. 1분의 시각도 어김없이 전원 집합이다. 동이 트기 전 어두움 속에서도 반가운 얼굴들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모습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친근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설렘과 함께 출발하는 이 순간, 나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안전이라는 단어가 맴돌고 있다. 작은 불상사 하나 없이, 무사히 여정을 마칠 수 있게 해 달라고 수없이 빌고 다짐한다.

그런데 고속도로에 들어서는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걱정이 은근히 긴장으로 바뀌었다. 귀주성 면적의 75%가 산악인지라 고속도로가 온통 곡선과 경사로 투성이다. 다른 성에서 오는 운전자들이 안내표지를 보지 않고 고속도로 굽은 모습만으로도 이곳이 귀주성이라는 것을 알 정도라는 곳이다. 빗길에 안전사고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 회원들이 눈치 채지 않도록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마음은 좌불안석이었다.혹시라도 다들 나처럼 우려할까봐 오히려 더 유쾌한 모습으로 수다를 떨었다.

5시간을 달려 도착한 왕륭(旺隆) 휴게소에서 아침 겸 점심을 뷔페로 해결했다. 의외로 깔끔하며 맛도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할까. 요즘은 중국의 휴게소나, 화장실도 많이 청결해졌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화장실이 불결해, 볼일이 급해도 그냥 지나쳐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도로변에서 생리현상을 처리하기도 했는데....

원래 예정시간보다 1시간을 넘긴 오후 4시에 성도 톨게이트를 빠져 나왔는데, 기사가 내 휴대폰의 내비게이션과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아해서 확인을 하니, 기사의 내비가 업데이트가 안 된 구버전이었던 것. 아뿔사! 기사의 내비를 끄고 내 것으로 찾아 가는데 내비가 인도해준 곳은, 이전하기 전의 성도 총영사관이었다. 1달여 전에 새 건물로 이전을 했는데 영사관 직원이 전 주소를 알려준 것이었다. 부랴부랴 새 주소를 받아서 영사관에 도착한 시간은 4시 55분, 투표 마감시간 5분전이었다.

급한 마음에 총영사관 현관 앞 주차금지구역에 주차를 하니 공안이 제지를 했다. 난감한 상황에 미리 마중 나와 있던, 성도 이종직 한인회장이 어느새 달려와 공안에게 사정하고 실랑이 하는 사이에, 우리 일행은 군사작전 하듯 일사분란하게 14층 투표장으로 향했다. 정각 5시 입장완료, 동시에 투표장 문은 통제되고 우리는 무사히 전원 투표를 마쳤다. 우리 일행 모두에게 오늘 이 날은 잊지 못할, 투표 때마다 떠오를 유쾌한 기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 성도한국인회 이종직 회장이 한식당 '한방'에서 식사를 대접했다.

투표를 마치고, 한상국 부총영사와 간단한 좌담회를 갖고 기념촬영한 후, 두보초당으로 직행했다. 두보초당은 두보가 살았던 집이다. 두보는 당나라 시대에 시선이라 불린 이백과 쌍벽을 이루며 시성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두보초당에서 중국 역사가 자랑하는 최고의 시인과 마주해 마음 속 교감을 나눈 후 드디어 고대하던 생선회가 기다리는 만찬장으로 이동했다.

와~ 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예쁜 상차림, 후각을 자극하는, 그리운 우리 음식 냄새. 그리고 여느 일식집 못지않게 화려하게 손질된 광어회에다 매운탕, 낚지 볶음까지 곁들인 만찬이었다. 한국인 회식에 빠질 수 없는 소주도 나왔다. 이종직 회장 내외분의 가득한 정성이 느껴지는 최고의 만찬을 즐기니 모두가 행복했다.(참고로 귀양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전문 한식집이 없다)

귀주한인회원들을 반겨 주시고자 만찬 중간에 합류한 성도 평통위원이자, 성도 한글학교 김은주 교장선생님과도 반가운 재회를 했다. 위가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귀주한인회의 슬로건인 “잘 먹고 잘 살자”라는 구호를 힘차게 외친 뒤, 내일의 일정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숙소로 이동했다.

28일. 둘째 날이자 돌아가는 날이다. 밤 12시 전에 귀양에 도착하려면 아침 일찍 서둘러서 알차게 시간을 써야한다. 서둘러 체크아웃을 하고, 제갈공명을 모신 무후사를 찾았다. 기도로 동남풍도 부르고 출사표로 후인들의 심금을 울려온 중국 역사 굴지의 군사전략가다. 삼고초려라는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오전 11시경 이른 점심을 마치고 귀주 행 고속도로로 진입하면서, 반드시 밤 12시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만일 그 전에 도착 못하면 꼼짝없이 비좁은 고속도로, 버스 안에서 하룻밤을 세워야 한다.  중국 교통법규 상, 승객을 실은 버스는 안전운행을 이유로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고속도로 운행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감도 없지 않지만, 이런 엄격한 통제가 있음으로 해서, 이 큰 대륙의 질서가 유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는데 불편은 감수해야지.

성도 나들이 첫 번째이자 제일 큰 목표였던 투표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음으로 두 번째 목표였던 성도 나들이일정도 우리가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 완벽하게 스케줄을 소화했다. 타이트한 일정이었지만 회원들 각자가 작은 불만도 내색하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자신을 낮추고 시간통제에 잘 따라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은 온통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여행에서 느끼고 겪은 일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이 여세를 몰아 가을에 교민 체육대회를 멋지게 치러보자고 새로운 계획도 세우면서 피곤한 줄 몰랐다. 모두 꽤나 만족했던 모양이다.

여행을 마치며, 귀주한인회원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내면서, 부디 도착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작은 불상사도 없이 무사히 도착해, 오늘이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

일정상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투표를 하신 분을 포함한 귀주한인회의 투표 참여율은 50%. 재외국민 평균 투표율 30%를 훌쩍 넘긴 모범적인 사례이다. 이런 작은 자료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먼 훗날에 귀주한국인(상)회의 역사가 되고 기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