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조지현씨가 찍은 이카이노지역 사진(사진집 이카이노, 추억의 60년대)에서.

1960년대의 오사카 이카이노(사기)지구를 무대로 재일동포의 삶을 촬영한 미공개 흑백 사진 약 4,000점의 존재가 밝혀졌다. 촬영자는 올해 4월에 78세로 타계한 재일 1세 사진작가 조지현씨다. 장녀 치에 씨(48)가 친정에서 유품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으며, 이들 기록 사진의 일부는 지난 11월 말 오사카 이쿠노 구의 시립 미유키모리 초등학교에서 공개됐다.

고 조지현의 유작전시회의 타이틀은 ‘조지현 추모 이카이노 사진전’. 전시회실행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골라낸 50점을 패널에 전시했으며, 다른 사진도 데이터화해서 영상으로 흘렸다.

민족의상으로 골목길을 우아하게 걷는 여성들, 마늘 등 건어물과 배추가 대규모로 쌓인 조선시장, 만면의 미소를 지은 채 힘차게 살아가는 할머니의 옆모습 등 모두 재일동포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그리운 시절이라며 감격하는 모습이었다.

전시장에서 치에 씨는 “어려웠던 시절, 고생하면서도 씩씩하게 살던 동포들의 사진에서 당시의 역사, 숨결을 느낀다. 재일동포들이 차별과 억압 속에서 열심히 살아 온 것을 사진에서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카이노는 현재의 오사카시 이쿠노 구와 히가시나리 구를 걸친 지역. 백제계 도래인이 거주한 곳으로 알려졌으며, 이름의 기원은 나라 시대까지 소급된다. 이 지역을 흐르는 히라노 강은 과거 백제강으로 불렸다. ‘코리아타운’의 애칭으로 사랑받고 있는 미유키 거리의 상점가 ‘미유키도리’는 닌토쿠 천황이 그곳에 행차했다고 하는데서 유래했다. 20세기 들어서는 수많은 동포가 제주도 등지에서 건너와 이곳에 거주했 왔다.

고 조지현 씨는 제주도 출신. 돈벌이를 위해 이카이노로 온 아버지를 따라 1948년 10세 때 건너왔다. 소년기는 민족 차별과 빈곤의 굴욕을 맛보면서 자랐다. 그는 “이카이노는 제2의 고향”이라면서, 27세 때부터 반세기 동안 이카이노 지역의 사진을 찍었다. 그 수는 약 5,000컷에 이른다. 작품의 일부는 생전에 ‘사진집 이카이노, 추억의 1960년대’라는 제목으로 2003년 도쿄 신간사에서 출판됐다.

▲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