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거주하고 있는 애국지사의 후손들에게 할아버지의 건국훈장 수훈 소식을 전하지 않아 5년간 국가보훈처에서 잠자고 있었던 ‘대통령 표창’이 최근 후손들에게 전달됐다.

김재기 전남대 교수는 “2011년 8월15일 발표된 쿠바한인 애국지사 이승준 선생의 건국훈장 ‘대통령표창’이 5년 만에 쿠바한인 후손들에게 전달됐다”면서 “12월16일 경기북부보훈지청에서 전수식을 가졌다”고 본지에 알렸다.

▲ 이승준 선생의 건국훈장 '대통령표창' 전달식이 12월16일 경기북부보훈지청에서 열렸다.[사진제공=김재기 전남대 교수]

김 교수에 따르면, 전수식에는 쿠바에서 살고 있는 이승준 선생의 증손녀, 고손녀 그리고 미국 마이애미의 후손이 개인부담으로 여비를 마련해 참석했다. 1905년 이승준 선생이 인천을 떠난 뒤 110년 만에 그의 후손들이 이승준 선생을 대신해 모국을 찾은 것이다.

애국지사 이승준 선생은 1882년 태어나 1905년 23세의 나이로 멕시코 에네켄 농장으로 이민을 떠났다가 1921년 다시 쿠바로 이주했다. 그는 1924년부터 대한인국민회 쿠바 마탄자스지방회 회원으로 가입하고 구제원으로 활동하면서 독립자금을 냈고, 마탄자스에 민성국어학교 지원하는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1930년 2월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나자 그는 쿠바 마탄자스에서 40여명이 모여 지지대회를 개최하고 후원금 100달러를 모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국민회에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승준 선생은 쿠바 마탄자스에서 11남매를 낳았고 현재 100여명의 후손들이 쿠바와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수식에 참석한 후손들은 12월22일 광주에서 조촐한 축하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과 관련된 분들이 이 모임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에 이승준 선생의 후손들이 건국훈장을 전수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김재기 교수의 공이 컸다. 뉴욕시립대학 방문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김 교수는 ‘미국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지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던 중 쿠바에서도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지지했다는 기사를 보고 두 번에 걸쳐 쿠바를 방문했고, 이승준 선생을 비롯한 3명의 서훈자(호근덕 선생, 김세원 선생, 이재희 선생) 후손들을 찾아냈다. 현재 호근덕 선생(2011년 건국훈장 건국포장)의 서류를 보훈처 제출한 상태이며 이재희, 김세원 선생의 서류도 곧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