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Relation’, 중국에서는 ‘꽌시(关系)’가 필요하듯 인도(India)에서 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중국식 ‘꽌시’보다 훨씬 더 끈끈한 사이, 가족(Family) 같은 신뢰관계를 형성해야만 현지에서 실패하지 않고 지속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죠.”
| |
 |
|
| ▲ 임광빈 ‘Healthy & Happy Appliances’ 대표. |
녹즙기로 유명한 ㈜휴럼(Hurum)의 중국법인장을 거쳐 인도로 건너간 그는 지난 3년 동안 인도 전국 곳곳을 10바퀴 이상 둘러보았다. 3년 전 휴럼에서 독립해 ‘Healthy & Happy Appliances’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임광빈 대표는 “시장조사 차원도 있었지만,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여행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16일 늦은 오후, 본지를 방문한 임 대표는 “당시 각 지역을 돌 때, 그들의 삶의 양식을 직접 경험하고 특유의 사고방식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호텔 같은 외부 숙박시설이 아닌 현지 가정집에서 함께 생활했다”고 밝혔다. 그와 같이 지낸 현지인들은 힌두교뿐만 아니라 이슬람, 자이나교 등 종교도 심히 다양했다고.
그렇게 오랜 기간 현지인들과 동고동락한 덕분인지 그와 함께 해 온 사업 파트너들 중에서 이른바 ‘뒤통수를 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만만디’의 중국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함께 해야 하며 기다리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게 인도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년 동안 끈기 있게 기회비용을 감수하며 인내해오는 과정에서도 매출은 오히려 조금씩 늘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소가전으로 일컫는 ‘SDA(Small Domestic Appliances)’를 인도 전역에 유통시키고 있다. 한국 및 중국제품으로서 전기포트, 진공청소기, 전기밥솥 등 열댓 가지 품목을 주로 유통시키고 있는데 저가에서 고가까지 가격대도 다양하다. 향후 12억이 넘는 인도시장을 겨냥해 동종 회사들이 대거 진입함으로써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그처럼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을 무대로 제품을 유통시키는 소상공인은 흔치 않다.
그에 따르면, 인도는 소상인이 제품을 수입해 타 지역으로 유통시키기가 쉽지 않은 구조를 띠고 있다. 연방공화제인 인도는 부가가치세가 우리처럼 중앙정부가 걷지 않을 뿐더러 지방마다 각기 다른 세율을 적용하고 있고, 주(洲)에서 다른 주로 상품을 이동시킬 때도 관세 같은 세금이 붙는다. 이를 고려해, 임 대표는 델리(Delhi)에 메인 사무소, 첸나이, 뭄바이 등 7개 지역에 지점을 두고 있다. 그 외 지역은 대리상과 관계를 맺고 있다.
조만간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새로운 제품도 현지에 유통시킬 구상을 갖고 있는 그는 “인도는 중국에 비해 속도가 훨씬 느리다”고 말했다. ‘시간’ 개념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인프라 구축이나 제품개발 속도 등이 현격히 떨어지는데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만만디’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큰 시장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이지만, 브랜드 홍보를 아무리 잘 해도 쉽사리 믿지 않는 게 인도 소비자들의 속성이라고 한다.
임 사장은 “사업 초기에 인프라를 나름대로 갖춰 놓고 비용을 감수하며 버텨야 한다”며 “인건비나 임대료가 싸기에 의지가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업종이나 사업규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그 한계선을 3~5년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은 눈에 익고 친숙해지는 필요조건으로 보인다. 그 한계선을 넘으면 신뢰도는 자연스레 오르게 된다는 것. 그는 “중국은 130여개 도시에 약 8억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인도는 대부분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는 환경적 요소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irnews@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