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칼러 출신이나 한국에 집을 두고 온 사람들은 아르헨티나에 정착하기 어렵다.’

방종석 민주평통 남미서부협의회 상임위원은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지 1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말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한 지방도시에서 살았을 때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해준 조언이었는데, 당시 그가 처했던 상황과 정확히 맞아서다.

한국에서 은행원으로 일했던 그의 아르헨티나 정착은 순탄치 않았다. 1998년 1월31일자로 명예퇴직 신청을 하고 2월14일 비행기를 탄 방 상임위원. 1년 동안은 아르헨티나 지방을 다니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는 어렵사리 의류 소매상을 시작했다. 스웨터 생산업도 하려고 기계 설비까지 갖추었고, 미국으로 재이민을 가는 사람의 회사(여성 정장 생산 판매)를 인수해 도매업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도매업을 시작한지 2개월 뒤 그만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에 빠졌고, 그의 회사도 파산 위기를 맞았다. 어렵게 10여년 동안 도매 생산을 했지만 이번엔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급성 간염에 걸리고 말았다.

“은행원 출신이어서 한인 의류업에 대해 알 리가 없었죠. 재봉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의류생산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얘기였죠. 중간 ‘브로커’에게 영주권 사기까지 당하기도 하는 등 뜻대로 이민생활이 되지 않았어요.”

방종석 회장이 최근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아르헨티나 정착담을 소개하면서 “이민을 오는 사람들에게 주관적인 의견보다는 객관적인 정확한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아르헨티나는 아름다운 나라, 여유가 넘치는 나라이지만 치안이 불안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는 것. 이 때문일까. 그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한인사회가 ‘남미한우리’라는 교민매체를 발행하는데, 그가 편집국장을 맡게 됐다고 했다. 그는 ‘남미한우리’가 정확한 이민정보를 제공하고 한인사회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인사회에서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1년 동안 지방에서 생활한 뒤 까삐딸(Capital,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와서 영남향우회 총무로 일했었지요. 그게 한인사회의 첫 봉사활동이었습니다.”

그는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으로 6기를 연임한 한인사회의 원로다. 영남향우회 총무, 회장, 한인회 부회장, 민주평통 협의회장(15, 16기)으로도 일했다. 그는 민주평통 협의회장이었을 때 파라과이를 방문해 뚜꾸만국립대학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반도 분단 현실과 평화통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민주평통의 역할과 자문위원의 활동 방안에 대해 특강을 한 것이 기억난다고 했다. 민주평통 남미서부협의회는 15기 민주평통 때 우수협의회로 선정됐다.

그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다. 모두 한국군으로 현역 입대했는데, 장남은 53사 중대 행정병으로, 차남은 논산훈련소 조교로 복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