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찬 스코필드 박사 내한 100주년 기념사업회 의장이 기자회견장에서 스코필드 박사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저에게 스코필드 박사는 친아버지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는 항상 저에게 ‘약자에게는 비둘기 같은 자애로움으로, 강자에게는 호랑이 같은 엄격함’을 강조하며 건설적 비판정신을 기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사실 저는 ‘알부남’입니다.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는 말이죠. 어렵고 힘든 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스코필드 박사 덕분입니다.”

2월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스코필드 박사 내한 100주년 기념사업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정운찬 기념사업회 의장(제23대 서울대학교 총장, 제40대 대한민국 국무총리)은 3·1독립운동 민족대표 34인으로 알려진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한국명 석호필)와의 추억들을 하나씩 끄집어냈다.

정 의장에 따르면, 외국인으로서 유일하게 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돼 있는 스코필드 박사와의 인연은 1960년 4월 정 의장이 13살 때부터 시작됐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뒤인 1970년 4월 스코필드 박사는 세상을 떠났다. 정 의장은 “초등학교 때 친구 아버지인 서울대 이영소 교수의 주선으로 스코필드 박사의 지원을 받게 됐다”며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신적 지주로서 나의 가치관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날 정 의장은 스코필드 박사의 삶과 업적들을 설명하며 “그는 석호필(石號弼)이라는 한국식 이름까지 지을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지극했고,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한결같았다”고 강조했다. ‘정의로운 사람’이라 되라는 그의 가르침은 정 의장이 훗날(1986년) ‘체육관 선거를 종식하고 국민들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자’는 교수 서명운동을 준비하도록 한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오늘날 동반성장연구소를 운영하며 동반성장문화 조성과 확산을 위해 활동하는 것은 ‘인생을 빈부격차 완화를 위해 일하면서 살라’는 그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라며, “그를 통해 사회 속에 몸담은 지식인의 길이 어떠해야 하는 지를 익히고 배웠다”고 역설했다. 정 의장은 “인생의 고비마다 스코필드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나를 채찍질한다”며 “더 부지런하게, 더 정직하게, 더 정의롭게 사랑하며 살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