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작가인 장연희(63)씨가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의 첫 소설 ‘예나’를 도서출판 좋은열매에서 출간했다.

장 작가는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23살 때인 1976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간 뒤 미주시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미주교포 동인 문학지 ‘외지(外地)’ 등을 통해 작품 활동을 해왔다.

장편소설 ‘예나’ 이야기의 화자는 예나의 오빠다. 예나를 입양한 집안의 아들인 ‘나’(오빠)의 시선은 줄곧 여동생의 삶을 뒤쫓으며 예나의 에피소드들을 가감 없이 서술한다. ‘나’와 의붓 여동생과의 메일을 통한 현실적 세계와 ‘나’라는 주인공이 꿈꾸는 주변과 가족관계의 역학이 서로 어울려 상처가 아물어 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장 작가는 ‘예나’에서 소설의 형식을 빌려 사랑에 접근한다. 여러 무거운 주제들이 깔려 있음에도 전혀 무거움을 느낄 수 없는 언어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주인공 예나와 함께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사랑의 기원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떻게 정점에 이르는지 공감하게 된다. 지친 일상의 삶을 돌아보며 큰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문학평론가인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서평에서 “한 인간의 운명을 축으로 하여 넓은 세상 안의 긴 유전을 보여주고 있다”며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사랑의 진실함과 영원함을 갈구하는 이야기가 편지글과 고백의 일인칭으로 잘 서술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또 “이 소설은 혼돈으로 범벅된 인간의 심정적 세계 안에 구원이라는 밧줄을 내려던진다”며 “그런 후에 건져 올리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이 묻어있는데, 시종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전개해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잔잔한 목소리와 삶의 진실한 마음의 고백은 무척 감동적”이라며 "사랑과 꿈을 추구해 나가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라고 했다.

장 작가는 시인이기도 하다. 1990년대 말께 시집과 함께 수필집 ‘날마다 젖어드는 그리움으로’를 발표했다. 전 유엔 산하 여성단체 상임이사를 맡기도 했으며, 현재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자문위원, GPF(Global Peace Festival) 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김은전 전 서울대 교수는 장 작가가 쓴 시에 대한 서평에서 그를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김남조 시인의 박목월 시인에 대한 평은 ‘위대한 범부(凡夫)’였다. 이 표현을 장연희 시인에게 적용한다면 ‘위대한 범부(凡婦)’가 아니겠는가? (중략) 지금도 ‘시인’이란 호칭을 무슨 장신구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그래서 시인이 되기 위해서 시를 쓰는 사람들도 더러 있기는 하다. 나는 이런 현상도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다가 진짜 좋은 시, 훌륭한 시도 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연희 시인은, 시인이 되기 위해서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시를 쓰다 보니 시인이 된 경우인 것 같다. (중략) 아름다운 삶을, 시보다 값지게 아는 이 시인은 그래서 구도자의 모습으로 길을 나선다.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사랑의 나무’나 지모신(地母神)으로 숭상되는 ‘대지’나 모두 평범하면서도 진실되고 선량한, 사랑이 풍성한 여인들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