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공태 단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도 한일관계 회복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단장은 “재일민단은 올해 10월3일에 창립 70주년을 맞는다”면서, “창단 70주년 기념사업을 성공리에 완수하는 것과 한일관계의 추가 개선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 단장은 특히 양국의 친선우호의 역사를 전할 조선통신사 자료가 유네스코 기억유산에 등록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오공태 재일민단 단장의 신년사 전문.

신년사 - 전통을 토대로 확실한 미래를
 

2016년 병신년 연초에 전국 민단의 간부, 활동가 및 단원 여러분, 그리고 모든 재일동포 여러분에게 새해 인사드립니다.

본 단은 10월3일에 영광스러운 창립 70주년을 맞이합니다. 뜻깊은 한해를 시작하며 저는 3년 전 제67회 정기중앙위원회가 채택한 활동방침을 떠올립니다. ‘민단 재생’, ‘차세대 육성’과 ‘한일 우호 촉진’이 3대 운동으로 채택됐습니다.

한일 우호 촉진은 창단 이래 일관되게 이어진 기본 사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굳이 3대 운동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것은 민단의 역사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2012년 후반부터 악화된 한일 관계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해진 것에 대한 위기감의 표출이었습니다.

우리들은 그 후 한일정상회담과 고위급 인사에 대해 진심으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를 요구해 정치 지도자간의 상호이해와 문제의식 공유를 촉진하는 한편 일본 전국의 지자체와 시민단체와 함께 풀뿌리 교류 확대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제67회 정기중앙회가 의식한 것은 2년 뒤에 있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조국광복 70주년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이었습니다. 역사 인식을 둘러싸고 한일 간의 갈등은 과거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증폭될 수 있어 이를 자제시키지 않으면 양국의 흐름을 관계 수복으로 반전시키기 더욱 더 곤란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한일 양국의 가교인 본 단은 조국 한국과의 연대를, 거주국 일본과는 공생을 바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런 본 단의 창립 70주년을 뜻깊게 하기 위해서는 한일 각계로부터 모두 축복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를 위해서도 역사적인 전환의 해를 위기에서 호기로 변환하는 노력을 아껴서는 안 됩니다.

배수의 각오로 임한 작년, 본 단의 각종 행사와 사업은 대부분 한일 교류를 확대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집대성으로 본 단은 10월 일한친선협회 중앙회, 한일친선협회 중앙회와 함께 국교 50주년을 축하하는 ‘한일 친선 우호의 모임 IN SEOUL’을 개최했습니다.

대회장을 메운 1,200명의 재일동포와 일본인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보낸 영상을 감명깊게 보며 한일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라며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 강화야말로 양국 관계의 근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새롭게 다졌습니다.

3년 반 만에 한일 정상회담이 11월 서울에서 열려 기탄없는 의견 교환이 이뤄졌습니다. 과정은 다난했지만 관계 악화를 멈추고 관계 수복의 결의를 확인한 것은 뜻깊은 것입니다.

친애하는 재일동포 여러분.

창단 70주년 기념사업을 성공리에 완수하는 것과 한일관계의 추가 개선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저는 올해도 계속해서 관계 회복을 위해 매진할 결의를 다졌습니다. 특히 집중해야 할 과제로 상징적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양국의 친선 우호의 역사를 전할 조선통신사 관련 자료의 UNESCO 기억 유산 등록을 위해 한일이 공동으로 진행할 사업입니다. 3월중에는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등록 가부가 결정되는 내년 7월을 향해 한일 양국 국민의 열기를 환기시키고자 본 단도 앞장 설 생각입니다.

또 하나는 한일 관계 개선을 저해할 뿐 아니라 재일동포의 인권과 생활을 위협하는 헤이트 스피치의 근절입니다. 이런 종류의 데모가 작년 10월말 현재 50건에 머물러 전년 동기의 110건에 비해 대폭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해 행위를 유발할지도 모르는 언설은 변함없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법 규제 실현을 위해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됩니다.

창단 70주년 사업의 성공은 단원의 자의식을 높이고 본 단의 존재감을 드러낼 것입니다. 조직 활성화를 위한 발판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일시적인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세계는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며 앞이 보이지 않는 격동기에 빠져 있어 재일동포 사회의 여러 조건도 우리들이 느끼는 속도 이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야말로 우리들은 변화를 두려워 않고 스스로 개혁을 일궈온 본 단의 역사를 다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조국 광복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45년 10월 주된 것만도 300개가 넘는 동포 단체가 사상, 신조, 주의, 주장을 넘어 결집해 재일본조선인연맹(조련)을 결성했습니다. 그러나 대동단결은 환상으로 끝났습니다. 지도부를 거머쥔 좌파 세력은 민족 문제를 일본의 계급투쟁에 종속시켜 일본 혁명의 성취 없이 스스로 참된 해방이 없는 것처럼 주장해 동포를 과격한 정치 운동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아직 정부가 없는 조국, 다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일본, 어느 쪽 보호도 받을 수 없는 기댈 곳 없는 백성으로서 유일한 버팀목은 그들의 공동체였습니다. 그 본연의 요구로부터 일탈해 동포를 일본 혁명에 예속시키는 노선은 공동체를 파멸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위기의식에서 일어난 것이 재일본조선거류민단(민단)입니다.

이미 거대한 전국 조직이 되어 민단 분쇄를 울부짖는 조련에 대항하기에는 너무나도 빈약한 조직력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념에서 질 수 없었습니다. 그 신념이란 동포 공동체를 지키고 키우는 ‘보편적인 신의를 존중하는 생활인·국제인’이라고 스스로를 자율하는 도덕심이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모두가 귀국할 때까지의 자치기관'이었던 초창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는 본 단의 기본 정신입니다. 이 정신의 계승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특정 정치적 주의, 주장과 종교와는 일선을 긋고 또한 특정 세력의 전횡을 용서하지 않은 의연한 원칙과 인간의 집단으로서 다양한 가치관을 수용하는 관용이 있어 가능했던 것입니다.

우리들의 선배는 본 단을 적대시하는 조직으로부터도 인재를 받아들여 조직 발전의 발판과 자양으로 삼았습니다. 우리들도 이에 따라 새로운 에너지를 착실히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일본 국적 취득자, 신정주자, 총련 이탈자 등 배경과 입장이 다른 동포를 폭 넓게 규합함과 동시에 차세대의 발굴·육성에도 한층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본 단은 작년 8월 ‘미래창조 포럼 in 에히메’를 개최하고 이에 맞춰 일본 국적 동포, 단비 미납 단원을 우선적으로 274 세대를 호별 방문해 138 세대와 면담했습니다. 조직으로부터 멀어진 동포들의 회귀 현상과 젊은 세대와 신정주자의 본 단에 대한 관심 고조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또 총련 이탈 동포의 본 단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에히메의 모범 사례를 각지에서 넓혀 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차세대 육성에 있어서는 2년에 한번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개최하는 어린이 잼버리와 중·고·대학생의 연수 등을 반복하면서 저변을 확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후속 관리가 충분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저는 2세의 간부, 활동가 여러분에게 특히 호소하고 싶습니다.

많은 2세는 무거운 짐을 지고 상처를 입으며 민단을 일궈낸 1세를 보고 자랐습니다. 그리고 3세를 키우며 지금은 4세의 성장을 지켜보는 입장입니다. 올해가 민단 70년의 역사에 확실한 미래를 접목시키는 한해가 되기 위해서는 그 역사를 체현할 수 있는 책임 세대인 우리들이야말로 미래를 담보할 차세대를 모으고 뒷바라지 할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생각합니다.

2세 간부, 활동가들은 자신이 청년, 학생 운동에 참여했던 시절, 모든 민단이 따지지도 않고 환영하고 소중히 여겨줬던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자신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부 과장에서 오늘까지 일관되게 민단에 종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창단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세대를 넘어 민단에 대해 이야기합시다. 그리고 젊은 세대를 아끼는 기풍을 넓혀 나갑시다.

전국의 단원, 동포 여러분에게 있어 다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