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

루쉰공원의 매원(梅園)에서 쑹창위(宋昌玉) 사장이 큰 소리로 읽었다. 윤봉길의사기념관 안에 쓰여 있는 글귀였다.

윤봉길 의사는 이 글을 남기고 고향인 충남 예산을 떠나 상해 임시정부를 찾아갔다. 김구선생을 만난 그는 흔쾌히 한인애국단에 가입하고 상해 홍구공원에서 열린 일본군의 상해 점령기념 행사장을 찾아가 물통 폭탄을 던졌다. 이 의거로 일본군 총사령관인 시라가와 대장을 죽이고, 제3함대 사령관 노무라 중장, 제9사단장 우에다 중장 등을 다치게 만들었다.

현장에서 체포된 윤봉길 의사는 일본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의거 6개월만인 1932년 겨울 가나자와 육군형무소에서 총살됐다. 25세 젊은 나이의 순국이었다.

윤 의사의 의거는 중국과 세계를 감동시켰다. 당시 일본침략에 저항하고 있던 중국 국민당의 장제스 총통은 “중국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청년이 해냈다”며 감탄했다, 이 의거로 인해 임시정부는 상해를 떠나야 했고, 김구 주석은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198억원 현상금을 건 수배자가 되지만, 항일전쟁의 파트너로 중국 국민당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되었다.

당시의 홍구공원은 지금 루쉰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공원 안에 무덤이 있는 중국 근현대문학의 거장 루쉰의 이름을 따 개명한 것이다.

윤봉길의사 기념관은 루쉰의 무덤을 지나 공원의 더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던졌던 현장에는 이를 알리는 팻말이 서 있고, 주변은 매화나무 정원이라는 뜻의 ‘매원’으로 조성돼 있다. 윤봉길 의사의 호는 매화나무 집이라는 뜻의 매헌. 중국 측은 매화나무 집 뜰이라고 해서 매원이라고 했을 것이다.

윤봉길의사기념관 1층에는 당시 유물과 사진, ‘장부출가생불환’ 등 글씨 등이 전시돼 있고, 2층에는 윤 의사의 의거를 소개하는 영상물이 반복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1층과 2층을 둘러본 후 쑹창위 사장이 사마천의 ‘사기(史記)’ 자객열전에 나오는 형가(荊軻)의 시도 소리 내어 읊었다.

“풍소소혜역수한(風蕭蕭兮易水寒) 장사일거해불복환(壯士一去兮不復還).” 바람은 소리 내어 불고 역수는 차갑구나, 장사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뜻이다. 형가는 주변 나라들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있는 진시황을 암살하고 조국을 되찾기 위해 이 시를 남기고 집을 나서 죽음을 각오한 여행길에 올랐다고 한다.

윤봉길의사기념관을 찾은 것은 11월8일이었다. 상해한국상(인)회가 개최한 상해한민족대축전을 취재하는 한편, 내년 5월 상해 포동의 신국제전람관에서 열리는 국제도자기전시회 참가를 논의하기 위해 이천의 도예가인 이호영 명인과 함께 상해를 찾았다가 이곳을 방문했던 것. 윤 의사 기념관에 동행한 쑹창위 사장은 내년 국제도자기전시회를 개최하는 회사였다.

일행은 루쉰공원의 윤 의사 기념관 방문에 앞서 상해임시정부 건물도 찾았다. 점심 휴관시간을 거친 때문인지 임시정부 앞 골목은 관람을 기다리는 한국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엄숙한 마음으로 이곳을 돌아보고 난 후 곧바로 루신공원의 윤 의사 기념관으로 갔던 것이다.

윤 의사 기념관을 빠져 나오면서 쑹창위 사장이 “장부출가생불환”이라고 다시 한 번 외치는 사이로 이호영 도예가가 “참 잘 온 것 같다”며 하늘을 우러러봤다.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조선 대장부의 기개에 감탄했기 때문일까?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스러져간 충혼들에게 감격했기 때문일까? 그의 눈가에는 흐릿한 자국이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