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합장(合掌)인 양하고”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교육조교 김묘선 명인이 11월10일 하얀 나비가 되어 날아올랐다.  ‘광복70주년 기념 통일기원 승무(僧舞)’ 공연이 열린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무대에서였다. 관객들은 김묘선 ‘승무’ 명인이 흰 소매의 팔을 저을 때마다 숨을 죽인채 하얀 나비의 날갯짓을 지켜봤다. 공연내내 하얀 고깔과 장삼이 허공에 만들어낸 자국을 관객의 눈이 정신없이 쫓고 있었다.

명인의 춤사위는 한겨울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홀연히 날아든 나비의 사뿐한 날갯짓처럼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다가도 갑자기 팽팽한 격정으로 끊어질 것같은 긴장감을 뿜어냈다. 그가 접어낸 ‘하이얀’ 고깔은 조지훈 시인의 ‘승무’가 빚어내는 신비한 운율을 타고 ‘나빌레라’를 현실로 구현해냈다. 무대에 오른 명인의 펄럭이는 흰 소매 뒤로는 간간이 태극기가 스쳐 보였다.

이날 행사는 김묘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귀빈으로 참석한 국회의원들과 내빈들도 그를 환호하고 지지했다.

축사자들은 하나같이 김묘선 승무 명인의 열정과 경력을 소개하며 그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적극적인 후원의 뜻을 밝혔다. 참석한 내빈들이 고(故) 이매방 명인의 계승자인 김묘선씨를 통해 전통을 계승·보존하고 '승무'를 세계에 알리자는 데 입을 모은 것.

이날 '통일로 향한 길목에 서서-광복 70주년 기념 통일 기원 승무' 행사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정갑윤 국회부의장,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최용규 전 의원,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양창영 새누리당 의원,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등이다.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축사를 시작하며 "오랜 세월동안 우리 예술을 계승하고 보존하려는 김묘선 명인의 노력과 열정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양창영 의원은 "고 이매방 선생님의 수제자 김묘선 명인이 표현해내는 '승무'는 한국 민속무용의 대표격으로 그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며 "우리 모두가 김묘선 명인을 지원하여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안민석 의원과 정병국 의원은 "전통 문화 보존을 위해서는 문화계도 진검승부를 해야한다"면서 "선정과정이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최용규 전 의원은 축사에서 “김묘선 명인은 전통 예술을 계승해내고 널리 알리는 분”이라며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 목적은 전세계에 우리의 우수 예술을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홍영표 의원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오늘 이 자리가 더 뜻이 깊다"며 "민족의 문화를 보존하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도 그 길을 터놓고 전통 계승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김묘선 선생님께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공연을 마친 김묘선 명인은 상기된 얼굴로 “국회인데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데 감사드린다"며,  "개인의 영달이 아닌 국익을 위해 세계로 눈을 돌려 우리 나라, 우리 문화를 홍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 미국 각지에 흩어져있는 김묘선 명인의 제자들이 명인에게 보낸 축하와 감사 메시지가 담긴 영상 또한 행사의 말미에 방송됐다.

광복 '70주년 기념 통일기원 승무' 공연 행사에서는 김묘선 명인의 공연  앞뒤로 이광수 명인의 ‘비나리’ 공연과 김묘선 명인의 제자 신하얀씨의 ‘북춤’ 공연도 함께 열려 행사를 더 풍성하게 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교육조교 김묘선 명인은 발림무용단 총예술감독으로 지난 8월에 별세한 한국무용계의 전설 고(故) 이매방 선생의 수제자다. 김 명인은 대한민국 문화훈장 화관 서훈, 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 종합대상 대통령상, 일본 토쿠시마현 문화공로상을 수상했으며 UCLA 한국음악과 교환교수를 역임하고 사단법인 한국예총 일본관서지회 회장을 맡고 있다.

‘승무(僧舞)’는 흰 고깔을 쓰고 흰 장삼에 붉은 가사를 어깨에 맨 채로 추는 민속춤으로 춤의 구성이 체계적이고 춤사위가 다양하며 춤의 기법 또한 독특해민간으로 전파된 이래 오랜 세월을 거쳐 독자적으로 발전해왔다.  지금에 와서는 ‘정중동(靜中動)·동중정(動中靜)’의 한국무용의 정수가 잘 표현돼 우리나라 민속무용을 대표할 정도로 그 보편적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신음하듯 천천히 움직이는 초반의 춤사위는 번민을 표현하고, 장삼을 허공에 뿌리는 동작은 현실을 초월하려는 원대한 희망을 표현한다는 게 김묘선 명인의 해석. 뿌리고 제치고 엎는 장삼의 춤사위는 신비로움과 조화로 인해 이 춤의 백미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