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학들의 교수 명단을 개인적으로 조사해 일본식 이름이 아닌 사람들의 명단을 추려보았습니다. 재일동포사회에 관한 통계가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대학들을 다 조사하지 못했지만, 재일동포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자이니치(‘재일 한국인·북한인’을 지칭하는 일본말) 연구원들이 최소 500명은 거뜬히 넘을 것입니다.”

유혁수 요코하마 국립대학 교수가 11월6일 방송통신대학에서 열린 재외한인학회(회장 이진영) 주최 ‘글로벌 한인 역사·문화 네트워크의 부문별 현황과 전망’ 추계학술대회 제3분과 발표시간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재일동포사회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유 교수는 “1990년대 후반을 정점으로 재일동포사회가 2015년 6월 말 현재 497,707명으로 그 절대적인 숫자가 감소하는 등 거대한 전환기를 맞아 표류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와중에도 일본사회의 극심한 인종차별과 불리함을 딛고 차세대 자이니치는 교수, 변호사, 언론인 등을 포함한 화이트칼라로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제3분과 토론자로 참여한 김웅기 홍익대 교수는 “유혁수 교수처럼 이렇게 분열된 재일동포사회에서 일관되게 한국인의 ‘정체성’ 문제를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한 “재일동포사회에 ‘귀화자’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덧붙이며 그 이유로 “화이트칼라 자이니치가 귀화를 하게 되면 재일 한인사회에 배척을 당하게 되는데 결국 ‘혐한’에 빠지고 심지어 일본주류사회서 ‘혐한’을 주도하는 경우까지 있어서다”라고 밝혔다.

‘역사문화 네트워크의 공유와 확산’을 주제로 한 제3분과 발표시간에는 김상열 한국이민사박물관장의 ‘이민사 자료 조사와 수집의 역사문화 네트워크 활용 사례’, 장홍종 재외동포재단 e-한민족사업부장의 ‘재외동포 온라인 전문 포털 Korean.net', 허산 국립남도국악원 연구원의 ’공연예술단체 지원사례와 네트워크 구축 방안’에 대한 발표도 마련됐다.

김상현 한국이민사박물관장은 “이제는 재외동포 스스로가 자신들의 이주사를 알리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물관 전시를 위한 이주사 자료 수집에 있어 각 나라마다의 자료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는 “고인의 유품을 함께 묻는 장례 풍습, 활용하고자하는 현지 조력자·기관의 신뢰 문제, 도난 문제, 자료 탈취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환 월드코리안 대표는 “이민사 자료관은 박물관의 성격을 가진 인류학적 유산이기에 그 교육적 목적이 크고 재외동포의 자부심 고취와 재외동포와 모국간의 상생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한다”고 이민사 자료 수집·자료관의 중요성과 지향점을 요약해 강조했다.

장홍종 재외동포재단 e-한민족사업부장은 재외동포 통합네트워크인 ‘Korean.net'을 홍보하며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 지원 목적으로 현재까지 727개의 홈페이지를 무료 제작하고 운영지원 무료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며 “신규사업 킬러 컨텐츠로 ‘재외동포 이산가족’ 지원을 위해 30초, 3분, 30분 단위의 동영상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산 국립국악원 연구원은 “북한을 모국이라 생각하던 많은 재외동포들이 88올림픽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한국을 모국으로 여기기 시작했다”며 “문화 코드로 소통·교류하면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부족함 없이 상호적 관계가 형성되기에 재외동포에게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제3분과 발표·토론은 홍면기 동북아역사재단 실장이 사회자로 참여해 발표자와 토론자의 발언을 요약·정리했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진영 재인학회회장, 이종환 월드코리안 대표, 김웅기 홍익대 교수, 홍면기 동북아역사재단실장, 허산 국립국악원관계자, 김상현 한국이민사박물관장, 장홍종 재외동포재단 e-한민족사업부장, 유혁수 요코하마 국립대 교수.

한편 제1분과 발표시간에서는 ‘재외동포 집거지와 역사문화 네트워크’를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됐다. 오숙희 고려대 교수는 ‘뉴저지 한인 이민자의 주거지와 소비문화’, 정재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음식문화를 통한 문화접변연구’, 이민호 통일일보 기자는 ‘통일일보를 중심으로 본 재일본 민족언론의 역할과 과제’, 김삼 조글로(조선족글로벌네트워크) 대표는 ‘조글로를 중심으로 본 중국 조선족 언론네트워크의 현황과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유철인 제주대 교수, 박선영 재외동포재단이사가 참석했다.

제2분과 주제는 ‘표현예술을 통한 역사문화 네트워크’로 민요와 춤, 공동체 문화 계승·보호에 대한 다양한 방법이 논의됐다. 전화자 중국 연변대교수는 ‘중국 조선족 민요의 전승과 전망’으로 발표를 했고, 양민아 인하대 교수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춤문화의 글로컬(glocal) 모델 형성을 위한 쟁점과 전망’, 조일동 한양대 교수는 ‘안산 고향마을 영구귀국자의 구술사를 중심으로 다층적 민족정체성과 뮤지킹으로서의 사할린 한인의 대중음악 네트워크’, 손승현 한국예술원 교수는 ‘국경을 넘는 한민족의 삶의 역사-봉우제 까레이스키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에 관해 발표했다. 임채완 전남대학교 교수가 사회자로, 최해리 한국춤문화자료원 연구위원과 강주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번 2015년 재외한인학회 추계학술대회는 동북아역사재단과 방송통신대 후원으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