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서나 한인들은 소수자이지만 그것이 항상 약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장점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인사회의 거주국 봉사활동을 단순히 주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한인사회의 위상이 높아지고 정치력이 상승됩니다. "  

11월3일 서울 르네상스호텔 3층. 제18회 세계한인차세대대회 2일차 프로그램을 통해 한인차세대들이 쏟아낸 발언들이다. 재외동포재단은 2일부터 6일까지 차세대대회를 개최하는데,  이날 세계시민포럼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5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는 미국, 중국, 유럽, 호주, 중남미,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전세계 25개국에서 88명의 차세대들이 참석했다. 4개조로 나뉜 참가자들은 △국제사회 △사회봉사 △양성평등 △환경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3시간이 넘게 '해외 각국에서의 '차세대 한인 정체성', '한인사회의 정치력 제고 방안', '사회봉사 기금 마련 방법'을 놓고 의견이 나왔고 서로간에 정보 및 노하우 공유가 이뤄졌다.

이번 토론에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변호사, 금융전문가, 의사 등으로 거주국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한인 2세대, 3세대들이 개인의 사회적 성공에만 갇히거나 안주하지 않고 한인 이민자 후손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 문제와 국제사회 내에서의 한인사회의 사회적 위치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캐나다에서 금융전문가로 일하는 박찬재씨는 “한인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소수자 입장에 처하고 이는 주로 약점이나 장애로 인식되지만 그 안에는 숙고를 통해 장점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숨어 있다"며 “한인 이민 1.5세대로서 한인 네트워크를 통해 한인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 검사로 근무해온 김민선씨는 “곧 베트남 정부에서 추진하는 법률 개정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되었는데 베트남이 아시아에 속해 있기 때문에 동양인, 한국인인 내가 선택된 것 같다"며 곧 시작될 베트남 생활에 대해 함께 가게 될 다른 3명의 백인 동료들보다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인 사회의 약점과 한계 또한 논의됐는데 차세대 토론 참가자 대부분들이 현지 국가에 대한 정치 참여 방법에 대한 무지, 정치적 파워 부족을 문제로 꼽았다. 또 한인사회의 분열과회의 분열과 다른 교회, 집단 봉사자들과 함께 활동하지 않고 같은 교회 교인들과만 함께 활동하려는 한인 교회의 배타성이 여러번 언급됐다.
 

또한 차세대들은 자신의 성공만을 넘어서 어떻게 사회봉사활동으로 지역 발전에 기여할지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목사, 사회복지사, 비영리 사회봉사단체장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차세대들은 '한인사회가 주체가 되어 사회봉사를 통해 지역과 국가에 봉사하고 한인의 위상을 높히는 선순환의 초석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현재의 상황, 대안, 미래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한글학교 교육 강화와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한인회,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한 봉사활동으로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과 이제는 한인사회 내에서 한인들만 주체가 되어 하는 사회봉사를 탈피해 한인사회 외부의 정부, 기업들에게서 돈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과테말라에서 온 장정윤씨는 "현재 재과테말라 동포들 중에는 한인의 기치로 뭉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봉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좋은 취지와 활동이 현지 한인의 위상과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수 있음에도 대부분의 활동이 거의 언론에 노출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숙원사업인 한인회관의 건립으로 한인들의 단결을 끌어내 한인사회와 과테말라 정부 및 국민들과 '기브 앤 테이크' 관계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임혜빈 한인기독교커뮤니티개발협회(KCCD) 회장은 "불우한 재미한인들을 위한 사회봉사활동에 미국 현지 정부와 기업의 돈을 유치하는 방법도 있다”고 밝히며 미국 노동부의 성금 500만불을 따낸 성공 사례를 설명하며 "꼭 한인회, 한인 교회의 돈만으로 우리민족끼리만 주고받는 한계를 탈피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임 회장은 KCCD 회장은 한인 사회, 교회뿐만 아니라 미국정부와 기업에게 지원을 얻어내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사회봉사를 위한 자금 마련에 고민하는 다른 차세대 참가자들과 실례를 들어가며 공유했다. 그는  미국 노동부 관료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미국사회 내에서 낙오되어 비행에 빠지지 않게 않도록 지원해주면 결국 미국 사회 전체를 위해 이익이 된다'라는 논리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이날 차세대들은 세계시민포럼 일정을 마치면서 각자의 정보와 네트워크 공유를 위해 연락망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차세대들은 대회 종료 전까지 지역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김장담그기를 실천한 후 국무총리 관저를 방문하며, 이후 제주로 떠나서 제주문화 체험, 문화유산 탐방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