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홍콩에서 혜주로 이주하여 생활하던 윤연숙 씨는 2009년 홍콩교회 교우였던 동료의 추천으로 혜주한글학교의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교감선생님으로 취임하게 됐다.

어려운 재정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2006년 처음 혜주한글학교에 왔을 당시 학생들과 교원들이 가장 힘들어 했던 점은 주거지역이 학교와 멀리 떨어져 고속도로를 달려 이동해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것.

불편한 환경이 학생들과 교원 확보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 생각한 윤 교감은 현재의 한인밀집 지역에 학교를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그는 한글교육이 어린이들의 모국에 대한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교민사회에 널리 홍보하기 위해 모임을 지속적으로 열면서, 혜주한국인(상공)회의 도움을 받아 학교 이전을 추진했다.

한인사회의 명망 있는 인사들을 찾아다며 한글학교 운영위원을 맡아 달라 부탁도하고 읍소도 하여 재원을 마련하고 학교이전을 추진하여 2010년 한인 거주지역으로 학교를 이전하는데 성공했다. 학생 수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학생증가와 다양한 학급 신설에 대한 요구가 생기면서 교원확보의 어려움에 봉착했다.

교민 사회의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교원이 될 수 있는 가정을 계속 방문해 유비가 제갈량에게 삼고초려를 하듯 부탁을 드렸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2015학년도에는 12개 학급의 120명의 학생이 매주 학교에 등교할 수 있게 됐다고.

그녀는 서울 올림픽경장의 함성이 한참 울려 퍼지는 88년 10월초 홍콩으로 부임하는 남편을 따라 어린 두 딸을 품에 안고 홍콩행 비행기를 탔었다. 영어권 국제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의 한글교육은 자연스럽게 홍콩에서 출석하던 한인교회가 운영하는 한글학교에 의존해야 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그들이 바르게 성장하여 미국과 영국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갖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은 과거 한인사회가 그들에게 베푼 봉사의 씨앗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혜주한글학교의 포커스를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한글학습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배울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겠다는 그의 의지가 실현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