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오모리의 전통 네부타

아오모리(青森)에 도착할 즈음에 연락한 게 불찰이었다. “미안합니다. 이번 주일 내내 아오모리 민단 사무실이 쉽니다. 여름 휴가입니다.” 아오모리 민단 사무실로 건 전화에서 이런 답이 흘러나왔다. 일이 있어서 잠시 들렀다가 전화를 받았는데, 곧 나가야 한다는 게 사무실 직원의 얘기였다.

동경에서 8.15 광복절 기념식을 취재하고, 그날로 바로 동북지역으로 향했다. 모리오카와 아오모리, 아키타의 세 지역을 돌아보면서 민단도 취재하고, 우리와 관련된 기사도 만들어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모리오카를 거쳐 월요일 오전에 도착한 아오모리민단 사무실은 이처럼 여름휴가로 문이 잠겨져 있었다.

사과로 유명한 아오모리는 혼슈로 불리는 일본 본섬의 최북단이다. 그 너머로 해협을 건너면 눈축제로 유명한 홋카이도가 나온다. 아오모리 역은 항구와 이어져 있었다. 항구에는 축제때 쓰는 종이인형 네부타를 전시한 대형 전시관이 있었다. 네부타 전시관은 마침 끝난 축제때 쓴 것인지 거창하게 만든 네부타들이 전시돼 관광객을 끌고 있었다.

아오모리의 네부타 축제는 매년 8월2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이 민속 축제는 사람모양의 대형 등롱을 수레에 싣고 거리를 행진하는 행사가 중심이다. 네부타는 대나무나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색색의 한지를 붙여 만든 아주 큰 인형으로 그 안에는 등불을 들어있어 잘못 다루면 불타버린다.

등불을 켠 대형 종이인형을 수레에 실고 가면서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춤추고 행진하며, 피리 소리와 북소리에 맞춰 '랏세라'라는 구호로 흥을 돋구는 게 아오모리의 네부타 축제다. 네부타의 어원은 '졸리다'라는 일본어에서 왔다고 하는데, 가을 수확 전에 일의 방해가 되는 졸음을 쫓고자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일을 열심히 하자는 뜻이리라.

아오모리역에 있는 네부타전시관을 둘러보고는 마찬가지로 네부타축제로 유명한 히로사키로 갔다.아오모리에서 히로사키로 오는 길에는 넓은 들녘 곳곳에 사과밭이 펼쳐져 있었다. 히로사키성은 공원이 돼 일반인에게 공개돼 있었다. 바깥 해자와 안쪽 해자를 건너 히로사키 성의 천수각으로 향했으나 성 중심에 있는 이 건물은 마침 수리중이었다.

일본의 성은 일반적으로 성 주변으로 해자가 둘러져 있고, 성 벽을 따라 ‘마루’로 불리는 수비탑이 있다. 천수각을 중심에 두고 이치노마루, 니노마루, 산노마루라고 하는 수비탑들이 들어서 있는 것이다. 히로사키성에도 ‘니노마루’ ‘산노마루’ 등 수비탑이 있었는데, 성벽에 붙은 니노마루는 재단장이 되지 않은 채 낡은 모습이었다.

“히로사키성은 벚꽃으로 유명해요.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처진개벚나무도 있어요.” 히로사키에서 30년넘게 가게를 하고 있다는 스시집 주인의 말에 따라 수양벚나무로도 불리는 처진개벚나무를 찾아 나섰다. 마침내 찾아낸 처진개벚나무 옆으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안내팻말이 운치있게 서 있었다.

“히로사키의 풍물(보고 들은 것)에 대한 감흥을 단가(短歌)나 하이쿠(俳句), 센류(川柳)로 만든 작품을 옆의 함에 넣어주세요. 투입할 때 단가, 하이쿠, 센류인지를 구분해주시고, 주소와 이름도 잊지 말고 적어주세요.” 

히로사키관광컨벤션협회가 만든 안내팻말이었다. 이 팻말 옆으로는 나무판자로 만든 일본식 지붕의 우편함 같은 게 서 있었다. 단가는 우리 시조와 비슷한 것으로, 5-7-5-7-7의 소리 수를 특징으로 한다. 반면 하이쿠는 5-7-5로 단가의 앞부분 소리수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며, 센류는 하이쿠와 같이 5-7-5 음으로 돼 있으나 해학적인 내용을 담은 것을 특징으로 한다. 히로사키에서는 이처럼 관광객을 대상으로도 과거의 전통문화를 살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게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덕수궁이나 창덕궁, 혹은 지역의 명승고적에 시조나 가사를 응모하라는 함을 만들어놓으면 어떨까? 한층 운치 있는 관광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 기사는 수림외어전문학교와 김희수현창회의 협찬으로 제작되었음)

 

▲ 히로사키성의 처진개벚나무

▲ 히로사키성의 천수각

▲ 단가나 하이쿠, 센류를 지어 투입하라고 안내한 팻말과 투입함

▲ 아오모리역 앞의 네부타전시관에 전시된 작품들

▲ 아오모리 역앞의 네부타전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