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한인들이 조직한 'Aid for Flood Victms'가 대규모 홍수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해 수재민들을 도왔다.[사진제공=미얀마한인회]

지난 8월 26일 새벽 5시50분. 미얀마한인회를 비롯한 23명의 봉사자들이 미얀마 수해지역을 향해 떠났다. 그들이 향한 곳은 양곤에서 북쪽으로 1~2시간 거리에 있는 모비와 타익지. 수해 지역을 지원하러 가고 있는데,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다.

7월 이후 계속 비가 내려 대규모 홍수피해가 발생한 미얀마. 가옥 1만5,000채가 유실되고 11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번 수해지원에는 미얀마 한인교회 한인들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아쿠아랜드)에서 일하는 미얀마 직원들도 참여했다. 수해지역은 찻길이 끊긴 곳이라 물길을 따라 그곳에 가야만 한다. 배가 없어 생필품을 구하기가 어려운 곳이 이번 지원 대상지역이다.

담요, 모기장, 티셔츠, 비누, 가루비누, 식용유, 부식 등 수해물품을 지원한다. 쌀은 이미 지원돼 수재민들이 원하는 품목을 선정했다. 특히 이번 수해지원을 위해 봉제협회장인 골든 샤인의 서원호 한인회 부회장이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수천 개가 넘는 물품을 직원들과 함께 패킹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한인들의 정성과 뜻이 모아져서 ‘Aid for Flood Victims’ 모임이 만들어졌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구경희 한인회부회장을 비롯한 여러 명의 여성들이 동참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봉사는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을 두고 마주보며 격려하는 것이다. 저쪽 배에도 한 아름, 이쪽 배에도 한 가득 우리의 마음이 실렸다.


수해가 지나간 자리에도 일상은 여전하다. 장보러 나갔다 돌아오는 어머니를 아들이 반기는 풍경, 양곤을 벗어나면 어릴 적 우리네 모습을 만난다. 이번 재난은 지난 2008년 나르기스 피해보다 더 심했다고도 한다. 수마의 상처는 앙상하지만, 수마의 옆자리엔 생존의 숨소리가 들린다.

배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은 모비 지역. 구호물품을 마을로 가져갔다. 지구상에서 인간의 순수한 미소가 마지막으로 남았다며 사진가들이 찾아온다는 나라, 미얀마.

구호물품이 도착한 곳은 마을 학교에는 오늘도 약 10여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세상을 배우고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기 위해 명단을 확인한다. 까만 비닐 봉투에 싼 우리네 정성들이 전달된다. 우리의 마음에 그들은 미소로 화답했다.


소리 없이 울리는 교감(交感), 미얀마와 대한민국, 그리고 대한민국과 미얀마 이 두 나라의 말에는 정(情)이란 단어가 있다.

“엄마, 우리 선물은 없어?”
“저기 아직 많이 남았단다.”
“아가야, 방금 우리 이름 불렀다.”
우리의 정성을 들고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4개 조로 나뉘어 구호물품을 전달한 우리는 이제 이라와디 강변에 위치한 따익찌로 향했다. 이렇게 도우러 갈 수 있었던 데는 한인회에서 ‘Aid for Flood Victims’라는 플랜카드를 달고 한국 기업들을 찾아다닌 수고로움 덕분이다. 교민들의 마음과 정성이 모여 구호 차가 신나게 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따익지 군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수께서 직접 한인회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신태주 부회장과 서원호 부회장께 상장도 주었다. 우리는 지역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물품을 소개한 후 한 꾸러미를 군수에게 주었다.

이번 수해지역은 차로 갈 수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라 물길을 이용해야 했다. 삼공(대표 강성구)에서 고무보트(12인용) 2대를 기증했고, 세마스 미얀마(대표 김환주)에서는 FRP 보트 2대를 원가 제공했다.

따익지는 이라와디 강의 지류가 많다. 아직 그 지역들에는 다리가 놓이지 않아 이동 수단은 물길밖에 없다. 바로 그곳에 침수피해로 고립된 마을 주민 수천 명이 있다. 그들을 위해 작은 관심을 보여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 넓은 지류들을 뚫고 우리가 갈 수 있는 마을은 몇 군데밖에 안 된다.

인연이 있어야 온다는 나라, 미얀마. 멀리서 보면 풍경이지만, 가까이 보면 상처로 얼룩진 땅, 그들과 우리는 참 닮았다.

수재 지원 이틀째, 한인회를 비롯한 봉사팀이 향한 곳은 나웅돈이다. 이정우 한인회장이 카톡에 현장을 생중계했다. 이곳은 이라와디 강 지류를 따라 넓게 형성되어 봉사팀이 갈 수 없는 지역이 많다. 그래서 각 마을을 대표해 배를 타고 와서 수해물품을 건네받는다.

강물은 넘치면 수마(水魔)가 되고, 적당하면 그냥 물이다. 다시 물길을 따라 삶은 이어진다. 온정의 띠! 그 띠가 이어진 곳에 그들은 우리를 위해 한 상(床)을 차렸다. 이정우 한인회장은 수해로 고생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로하면서 상 차리는 데 수고했다며 즉석에서 금일봉을 전달했다. 그리고 가져간 고무보트도 조립해서 그들에게 기부했다.

미얀마 적십자사와 함께 한 이틀간의 수해지원,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