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려차 공항환송식에 참석한 주캄보디아 대사관 김원진대사 부부가 캄보디아 근로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박정연 해외기자]

9월 1일(현지시각) 늦은 밤 시간,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프놈펜 포첸통국제공항에서 대기 중인 캄보디아 근로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김원진 주캄보디아 대사가 직접 출국장을 찾아 이들을 격려했다.

2002년 한국-캄보디아 양국이 맺은 협정에 따라 캄보디아 근로자들의 국내송출이 시작된 지 벌써 햇수로 13년이 지났지만, 주재국 대사가 직접 현지 근로자들의 무사입국을 기원하고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공항까지 직접 환송을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외국근로자 송출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긴 일본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선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출국을 앞둔 캄보디아 근로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환송인사 자리를 통해 김 대사는 “한국에서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일해, 반드시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를 바란다”며 이들을 격려했고, 상기된 표정의 근로자들은 박수로 이에 화답했다.

우리나라와 캄보디아 양국 간 근로자 송출 협정 맺은 이래 그동안 한국에 보내진 근로자들은 지금까지 약 4만여명에 이른다. 고용허가제(EPS)가 본격 실시된 2007년부터는 해마다 평균 4~6천명 이상 캄보디아 출신 근로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작년 말 훈센총리 방한 당시 양국 간 우호협력증진 차원에서 캄보디아정부의 요청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무려 60% 가량 늘어난 약 8천여 명이 금년 코리안 드림을 꿈꾸게 됐다.

이날 한국으로 출발하는 근로자들은 대략 50여명 안팎 적은 수였지만, 초저녁부터 먼 시골길 마다 않고 환송나온 가족들 수만도 수백여명에 달해 출국장 주변은 초저녁부터 이미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아예 공항 한복판에 돗자리를 펴놓고 마치 군대 간 자식 면회 온 가족친지처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작별을 준비하는 진풍경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큼지막한 여행 가방을 신주단지 모시듯 손에 꼭 쥔 근로자들의 목에는 이름과 한국에서 일하게 될 회사명 등이 적힌 노란색 비표를 걸려 있었고, 한국의 초가을 날씨를 감안,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박영범)측이 제공한 두터운 감색 외투를 입은 근로자들의 가슴에 나란히 새겨진 태국기와 캄보디아 국기는 공항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비행기 출발 4~5시간 전부터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 준비를 서두르던 근로자들은 출발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희망에 부푼 듯 대부분 상기된 표정들이었지만, 가족들과의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 (왼쪽 사진) 한국으로 떠나는 어린 동생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가족의 모습. (오른쪽 사진) 친형을 보내는 어린 동자승의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쏟아질 듯 싶다.

24살 남동생을 환송하기 위해 나온 나이든 형은 동생을 부둥켜안은 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고, 친형을 보내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공항을 찾은 14살 어린 동자승의 눈동자는 3년 동안이나 형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금방이라도 울음보가 터질 듯 눈덩이가 붉어진 모습이었다. 먼 길 자식을 보내야 하는, 이마에 주름 가득한 부모들의 심정도 매한가지였다.

반면,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거나, 사진 플래시 세례에 환한 미소를 보이며 기꺼이 포즈를 취해주는 등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에 부푼 모습의 근로자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역시도 출국장 입구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만큼은 가슴속에 숨겨뒀던 감정만큼은 억누르지 못했다.

난생 처음 타보는 비행기에 대한 두려움과 앞으로 펼쳐질 한국에서의 삶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그 후로도 어떻게 그려질지 모를, 또 다른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불안감 등 뭐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서로 뒤엉키고 교차하는 2015년 9월 공항의 밤풍경이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감정과 모습들이 정작, 기자뿐만 아니라 이날 환송행사에 참석한 한국인 관계자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처럼 느껴졌다. 수십여 년 전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자 광부로, 간호사로 독일을 향하거나, 중동건설 붐을 타고 사우디로 떠났던 우리 형제, 삼촌, 이모, 그리고 부모님들의 모습 역시 그러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조촐하게 마련된 이날 공항환송행사에는 박동준 한국산업인력공단 캄보디아 지사장과 김혜원 서기관 후임으로 경제담당을 맡게 된 정차영 서기관, 아시아나항공 조재웅 지점장 등도 참석, 캄보디아 근로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이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