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테(岩手)현에 김(金)씨가 많다. 발음도 ‘긴’으로 하는데 한국 김씨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아키타(秋田) 대학교수로 있는 한 지인의 얘기에 솔깃해 일본 동북지역에 있는 이와테의 모리오카로 갔다가 접한 것이 모리오카 냉면이었다. 모리오카 냉면은 사누키우동, 삿포로라면, 나가사키짬뽕, 오키나와소바처럼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생면에 대해 ‘특산’ 혹은 ‘명산’ 표시 붙이는 것을 인정해주는 이른바 모리오카 특산품이다.

모리오카역에 내려 모리오카 냉면 원조 집으로 알려진 가게를 찾아간 것은 8.15일 광복절 저녁이었다. 동경 히비야공원에서 재일민단(단장 오공태)이 개최한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후 오후에 신칸센 기차를 타고 모리오카로 향한 것.

“이름을 적고 기다리세요.” 모리오카 냉면 원조로 알려진 가게를 골목길 속으로 어렵게 찾아갔을 때 문 앞에서는 이 같은 안내문과 함께 이름을 적는 테이블이 손님을 맞고 있었다. 해가 저물어 붐비는 시간이 지났을 법한테도 테이블에는 몇 그룹의 이름이 보였다.

가게 간판은 두 개가 걸려 있었다. 하나는 ‘평양냉면’이라고 요리이름을 내건 것이고, 또 하나는 식도원(식도원)이라고 가게 브랜드 이름이었다. 모리오카 특산으로 알려진 모리오카 냉면이 ‘평양냉면’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식도원에서 만드는 냉면이라는 것이었다.

“수납을 보는 저분이 사장님인가요?” 주문을 받는 종업원한테 ‘모리오카냉면’을 시키면서 이렇게 묻자 “사장님이 아니고, 전무”라고 답했다. 10개 정도의 테이블에 40여석으로 보이는 1층은 사람들로 차 있었고, 2층 가게로도 손님들이 드나드는 모습이 보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모리오카 냉면은 사실은 ‘평양냉면’이 아니라 ‘함흥냉면’이라고 했다. 함흥출신의 재일동포 양용철씨가 1954년 모리오카에서 식도원을 개업하면서 고향의 함흥냉면을 본따 만들면서 이름은 ‘평양냉면’이라고 붙였다는 것이다.

모리오카 냉면은 함흥냉면 및 평양냉면과 비교해 무엇이 다를까? 모리오카 냉면을 소개한 일본 위키피디아는 이에 대해 이런 소개를 덧붙이고 있었다.

“평양냉면의 면은 메밀가루가 들어있으나 모리오카냉면은 감자전분 중심으로 투명도가 높다. 평양냉면의 면발은 가늘고, 모리오카냉면처럼 질기지 않다.” 

“함흥냉면은 매운 맛의 비빔냉면과 무 동치미를 스프로 한 맵지 않은 맛의 물냉면이 있다. 모리오카 냉면 면발이 질기기는 함흥냉면과 닮았다.지금 함흥냉면 면발은 가늘어졌으나 모리오카냉면은 과거 면발의 두터움을 유지하고 있다. 단적으로 모리오카냉면은 함흥 물냉면에 비빔냉면의 매움을 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면서 10여분을 기다리자 이윽고 ‘원조 모리오카냉면’이 테이블에 등장했다. 무엇보다 굵은 면발이 특징적이었다. 수타짜장면 면발보다는 가늘었으나 질기고 투명한 느낌이 중국집 면발과는 달랐다. 그리고 그 면발 위로 김치 깎두기가 올려져 있었다. 스프는 김치 깎두기 스프 맛을 연상시켰다. 스프 색깔로 깎두기의 고추가루 탓인지 스프는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이 맛이 모리오카 냉면 맛?” 아마 모리오카 냉면 원조라는 식도원에서 먹지 않았다면 모리오카 냉면 맛이 우리 김치 깎두기 스프 맛과 다르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집에서 먹어본 맛은 지극히 한국적인 깎두기 스프 맛이었다. 

식도원을 연 양용철씨의 소개에 따르면 이 냉면을 처음 내놓았을 때 모리오카 사람들은 ‘고무를 씹는 것같이 질기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감자전분을 사용한 질긴 감의 면발, 깎두기 덤핑, 사골국물의 진한 맛’이라는 세가지 ‘고향의 맛’을 지키면서 차음 모리오카의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양씨가 함흥냉면인데도 요리 이름을 ‘평양냉면’이라고 내건 것은 당시 평양냉면이 유명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 요리는 지금 ‘모리오카 냉면’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이와테현 모리오카시의 명물이 돼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본 기사는 수림외어전문학교와 김희수현창회의 협찬으로 제작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