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공태 중앙단장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재일민단(중앙단장 오공태)이 개최한 올해 광복절 행사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동경 히비야공원 안에 있는 히비야공회당에서 열렸다. 동경 제국호텔 앞에 있는 히비야공원은 황궁과 이어져 있고, 일본 정치중심지인 국회 및 총리 관저와도 멀지 않은 곳이다.

특히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한일수교 50주년을 맞는 해. 이때문인지 민단의 광복절 행사는 근래 들어 가장 큰 규모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소개였다. 참석자는 무려 2600명. 동경민단 산하 각 지부에서만 이 같은 규모로 참석했다는 것이다.

동경에 이웃한 가나가와나 사이타마를 비롯해 오사카와 고베, 교토, 나고야 등 47개 지방본부가 각기 독자적으로 개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광복절 행사에 참여한 사람은 일본에서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김수길 동경지방본부 단장의 대회사로 막이 올랐다. 김단장은 “본국은 ‘위대한 여정, 새로운 도약’이 올해 광복절 슬로건”이라면서 “순국선열의 유덕을 추모하며, 독립의 기쁨과 자긍심과 긍지를 갖고 세계동포와 함께 한마음으로 경축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 한일관계는 좋은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없다, 민족을 차별하는 헤이트스피치가 빈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 민단은 일본사회의 일원으로 우호에 매진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유흥수 주일대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8.15경축사를 대독했다. 그는 “광복 70년은 대한민국을 반석에 올려놓은 위대한 여정”이라면서 “6.25의 아픔을 딛고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경제력과 기술력을 자랑하는 나라로 발전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어제 아베총리가 발표한 종전70주년 담화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면서 “역사는 가린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다, 침략과 식민지배로 아시아에 고통을 주고 위안부들에게 고통을 준 것을 사죄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읽어 내려갔다.

이어 오공태 재일민단 중앙단장이 단상에 올라 경축사를 했다. 오단장은 “가난과 슬픔 두려움속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순국 선열과 애국지사께 감사드리고, 광복의 기쁨을 다시 나누고자 한다”고 말하고, “반세기전 한일간에는 연간 11만명이 오가는데 그쳤으나 지금은 500만명이 오간다”면서 “양국 정상은 지난 6월22일 수교 50년을 맞아 새로운 한일관계를 선언했다”고 소개했다.

오단장은 이 같은 한일우호 관계를 위해 “민단은 오는 10월 1천명에 이르는 방한단을 조직해 서울에서 우정의 만남을 가질 것”이라고 소개하고, 또 “조선통신사의 세계문화유산 등록과 관련한 각종 행사에 대해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일본에서 일고 있는 헤이트스피치는 한일우호관계를 손상시킬 뿐”이라면서 “민단은 헤이트스피치금지법이 제정되도록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단재생을 위해 조총련 이탈동포, 일본국적 취득동포, 신정주자 등 동포들의 대통합도 이뤄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아베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과 전적으로 같은 생각”이라면서 유감을 표했다. 오단장은 “지난 70년간 차별과 빈곤 속에서 울고 괴로워하면서 일본땅에서 살아왔다”면서 “시대는 변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잊을 수는 없어도 용서할 수는 있다”는 남아공 만델라 대통령의 취임사를 인용하면서 “일본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일간 가교역할을 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내빈 축사가 뒤따랐다. 자민당 참의원 와카미야 겐지 의원은 “한일관계는 지난 50년간 긴밀하게 발전해왔다”면서 “과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를 위해 대화와 교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명당의 우오즈미 유이치로 참의원 의원은 “동북지역 선거에 민단 동포들의 지지를 호소한다”면서 “헤이트스피치 금지법안을 참의원에서 심의중”이라고 소개했다.

민주당의 미즈오카 준이치 참의원 의원도 “한국은 민주주의의 같은 가치관을 가진 중요한 이웃”이라면서 “최근 민주당 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장관을 만나 한일관계 강화를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일본 공산당 고이케 아키라 참의원 의원은 “제국주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것을 일본 대표로서 축하한다”고 우리말로 말하고, “일본은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해 인식하고 교과서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민단 동경지방본부 남조남 의장이 올해 광복절 결의문 채택을 제안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 지지, 한일수교 50년을 맞아 대규모 방한단을 조직해 양국관계 개선강화, 재외투표에 참여해 모국과의 유대강화, 헤이트스피치의 근절 위해 전력하자, 일본정부는 교과서문제 종군위안부 등 올바른 역사인식을 밝혀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제안해 채택했다.

이수원 동경지방본부 감찰위원장의 폐회선언으로 광복절 기념식은 막을 내리고, 가수 이미자 초청 공연을 중심으로 한 2부 무대가 시작됐다. 이 행사는 동경한국학교 학생들의 ‘새통일의 노래’ 합창과 어린이토요학교합창단의 ‘반달’ ‘고향의 봄’ 노래로부터 시작했다.

이어 이미자 가수가 무대에 올로 ‘황포돛배’ ‘울어라 열풍아’ ‘흑산도 아가씨’ ‘산유화야’ 등을 열창해 청중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는 “숱한 어려움을 이겨오신 여러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노래로 보답한다”면서 “고국무대보다 더 두렵고 떨린다”고 소개했다.

전반부와 후반부로 이뤄진 이미자 공연에서 게스트로 조영남 가수가 초청돼 ‘딜라이라’와 ‘화개장터’를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 동경한국

▲ 가수 이미자가 공연하고 있다

▲ 유흥수 주일대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경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 김수길 민단동경지방본부 단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 내빈으로 참석한 일본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