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사키원폭기념관에 전시돼 있는 나가사키 투하 원폭 모형

70년전 일본 나가사키에는 인류 역사 이래 두번째로 원자폭탄이 터졌다. 8월6일 히로시마에 이어, 9일 나가사키 상공에 버섯구름이 일었다. 이 폭탄으로 나가사키시 인구의 3분에 1에 해당하는 7만명이 사망했다.

과거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진 자리에는 지금 평화공원과 원폭자료관이 조성돼 있다. 원폭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은 ‘나가사키가 사라졌다’는 제목의 책을 발견한 것은 8월1일 원폭자료관에서였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모형과 원폭으로 인한 당시 피해 사진들을 전시하고, 희생자 명부도 봉안하고 있는 이 자료관의 매점에서 증언집을 찾아냈던 것.

이 책에는 일본인과 조선인, 연합군 포로들의 증언이 실려있었다. 김종환씨의 증언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나는 그날 당번을 바꿔 달라는 동료의 부탁을 받고, 대신 방공호를 파러 호국신사 부근으로 갔다.
방공호 앞에는 구스노기라고 부르는 큰 녹나무가 서 있고 그 안으로 ‘ㄷ’자를 뒤집은 모양으로 방공호를 파고 있었다.마침 쉴 참이어서 모두들 밖으로 나가 녹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다가, 내가 먼저 굴 속으로 들어왔다.

그때였다. 굴 속이 환해지더니 순간 천장에 있던 전구가 팍 하는 소리를 내면서 모두 깨져버렸다. ‘무슨 일일까’ 미처 생각할 사이도 없이 폭풍이 밀려들어 나는 벽에 내동댕이쳐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리에 상처가 나서 아팠다.  잠시후 밖으로 나가 보니 사방이 깜깜했으며,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방공호 입구의 큰 나무는 뿌리채 뽑혀 날아갔고, 그 아래 쉬던 동료들도 전부 날아가버려 찾을 수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의 손과 발, 내장들이 흩날려 있었다….”

또 다른 증언자인 이상기씨는 이런 얘기도 증언했다.

“내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한 청년이 있다. 어느 날이었다. 김씨 성을 가진 이 청년은 27,8세로 잠꼬대가 잦았다. 귀를 세워 들어보니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나중에 어찌된 일인가를 물으니 조선말로 이렇게 답했다. '나는 연로한 부모를 도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혼한 3일만에 밖에서 일을 하는데 갑자기 군 트럭이 옆에 서더니, 군청 병력담당이 다가와서는 군대의 명령이니 차에 올라 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길로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부모와 처도 만나보지 못한 채 일본으로 끌려왔다.' 

이 일을 듣고 나는 격한 분노를 느꼈다. 당시 군대에는 강제소집뿐 아니라 이 같은 강제연행이 빈번하게 일어나서, 가와사키조선소에도 조선인징발담당을 하고 있는 하청업자가 있어서 회사와 군대가 이것을 이용했다.이 청년은 나중에 미쳐 버렸지만, 그밖에도 이와 비슷한 청년들이 아주 많았다.”

그는 이처럼 징용이나 강제연행돼 끌려온 조선인 청년들이 가와사키조선소에만 5-6천명 있었다면서 이들중 상당수가 원폭 피해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 나가사키 원폭기념관 입구에 있는 '모자의 상'

▲ 나가사키 평화공원에 있는 평화의탑

▲ 나가사키원폭 희생자 7만명의 명부를 보관한 기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