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우스템보스의 '꽃과 풍차의 길'

나가사키에는 네덜란드와 관련된 명소 두 곳이 있다. 나가사키 시내 데지마에 있는 네덜란드 상관(商館)과 사세보로 가는 길에 있는 하우스템보스가 그것이다. 이 두 곳을 둘러보면 네덜란드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한국과 일본이 얼마나 다른지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데지마를 방문한 것은 나가사키에 도착한 첫날인8월1일이었다. 우라카미에 있는 평화공원과 원폭희생자기념관을 방문한 후 이어서 찾은 곳이 데지마의 네덜란드상관이었다. 데지마는 1634년 도쿠가와막부 때 만든 부채꼴 모양의 섬이다. 육지와 가까운 곳에 외국상인들이 머물 곳을 만들어 처음에는 포르투갈 상인들을 수용했으나 나중에 네덜란드 상관으로 사용했다.

도쿠가와막부가 쇄국한 200여년 동안 일본의 해외교역은 이곳 데지마를 통해서만 이뤄졌다고 한다. 데지마는 과거에는 섬이었으나 지금은 매립돼 육지가 돼 있다. 고풍스런 기와지붕을 한 데지마의 네덜란드상관 앞으로는 나가사키 명물인 노면전차가 달리고 있었다.

데지마에서 나가사키역까지는 노면전차로 불과 세 정거장. 1km 남짓한 거리다. 데지마는 ‘하멜표류기’를 쓴 네덜란드인 하멜과도 관련이 깊다. 동인도회사에 근무했던 하멜은 네델란드 무역선 스페르베르(Sperwer) 호를 타고 대만에서 데지마가 있는 나가사키로 향하다 도중에 폭풍을 만나 1653년 8월16일 제주도 부근에서 난파했다.

제주도에서 난파 시 살아남은 선원 36명은 9개월 정도 제주도에서 지내다가 1654년 5월에 서울로 압송되었다. 서울에서하멜 일행은 효종을 알현한 후 훈련도감에 소속되어 호위병이 됐으나, 고관들의 잔치에 불려가서 노리개 감이 되기도 하였다.

1655년에 하멜 일행중 두 사람이 본국 송환을 호소하기 위해 청나라 사신의 행렬에 뛰어들었다. 이 일로 하멜 일행은 강진의 전라병영으로 옮겨졌다. 1656년 3월부터 강진에서 하멜 일행 33명은 7년간 풀뽑기 등의 막일을 하면서 지냈으며, 1660년 이래 3년간의 흉년 때는 구걸을 하거나 승려들의 도움을 받아 연명했다.

흉년이 심해지자 1663년 3월에 하멜 일행은 여수에 12명, 순천 5명, 남원 5명 분산 배치됐다. 하멜은 여수 전라좌수영에 배치됐다가 마침내 1666년 9월 4일에 배 한척을 구해 8명이 여수를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9월 6일에 일본 히라도를 거쳐 9월 14일에 나가사키 데지마 섬의 네덜란드 상관(商館)에 도착했던 것이다.

또 하나의 명소인 하우스템보스를 찾은 것은 8월2일이었다. 하우스템보스는 네덜란드어로 ‘숲속의 집’이란 뜻. 나가사키현 북쪽 오무라만 북단에 조성된 대형 리조트로 중세 네덜란드풍의 테마파크다. 역 이름도 리조트 이름을 딴 JR 하우스템보스 역으로, 나가사키는 물론 큐슈 중심도시인 하카타역에서도 전용특급열차인 ‘하우스템보스’호로 연결되고 있었다.

마침 일요일이어서인지 리조트는 인파로 붐볐다. 과연 한국에서는 네덜란드라는 한 나라를 테마로 해서 이 같은 대형 리조트를 조성할 수 있을까? 하우스템보스를 둘러보는 내내 이 같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하멜이 조선으로 난파돼올 때만 해도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선진국이었다. 조선은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이 난파돼 왔을 때 이들을 노리개와 잡역부로 쓰고 말았지만, 일본은 네덜란드 상관을 따로 두어서 그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공을 쏟았다.

그리고 지금 일본은 연고지 나가사키에 네덜란드를 테마로 초대형 리조트를 만들어, 지역 세수를 높이고 있다. 일본은 네덜란드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지금도 우리와는 무척 다른 셈이다.(*본 기사는 수림외어전문학교와 김희수현창회의 협찬으로 제작되었음)
 

▲ 하우스템보스 입장권 구입 행렬

▲ 나가사키 데지마의 네덜란드상관

▲ 데지마 네덜란드상관 내부

▲ 하우스템보스

▲ 하우스템보스 랜드마크타워인 톰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