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궁화당 앞에서

“큐슈탄광에 끌려와 강제노동 당하다 희생된 사람들의 얘기를 해줄 사람이 있다”는 민단 후쿠오카 지방본부 이상호 부단장 겸 사무국장의 소개로 후쿠오카 인근의 이즈카를 찾아간 것은 7월31일이었다. 이국장은 “이즈카(飯塚)에 조선인 탄광희생자들의 위패를 모아놓은 무궁화당이 있다”면서 이곳을 돌보고 있는 NPO법인 ‘무궁화의 회’(이사장 吉柳順一)를 소개했던 것.

당초 하카타역에서 JR철도로 이즈카로 가서 택시로 찾아갈 생각이었으나, 마침 김현태 월드옥타 후쿠오카지회장이 드라이버를 자청해 가는 길이 수월해졌다. 그가 모는 벤츠로 이즈카레이엔(靈園)의 무궁화당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기류 준이치 이사장과 나가샤 마사후미 이사, 후쿠오카민단 이즈카지부 한광인지단장 등 세명이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섭씨 33도를 웃도는 날씨에 이들은 땀을 흘리면서도 무궁화당에 대한 소개를 아끼지 않았다.

“조선인 탄광 희생자 116명의 위패를 모시고 있어요. 무궁화회 초대 이사장으로 2008년 타계한 배래선 이사장이 일대를 돌면서 곳곳에 한 두 기씩 흩어져 있던 유골들을 이곳으로 모은 것입니다.”

기류 이사장이 무궁화 당이 생긴 경위를 소개했다. 초대 배래선 이사장은 1921년생으로 전남 고흥군 남양면 출신이라고 한다. 17세이던 1943년 사가현 가와나미조선소로 배치된 그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회사에 일시 귀국계를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탈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두달만에 부친이 사망하면서 그는 다시 일본에 보내진다. 그가 가지 않으면 가족까지 다칠 것이라는 위협에 그는 다시 고향을 떠나 후쿠오카의 한 탄광에 배치됐다. 그후 다시 탄광을 탈출한 그는 각지를 전전하다 치쿠시노에서 광복을 맞는다.

강제노동을 당하다 두번이나 탈출한 경험이 있는 그는 1994년부터 큐슈 북부 탄광촌을 돌면서 무연고 조선인 유골을 찾기 시작했다. 이어 이듬해에는 강제연행돼 희생된 조선인들을 위한 추도비 건립위원회도 결성해 이윽고 무궁화당 건립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즈카는 아소 다로 총리의 고향입니다. 악명높은 아소탄광이 있던 곳이지요.” 이렇게 소개하는 기류 이사장은 시청 공무원으로 노동조합 위원장도 지내고 현의원도 역임했다고 한다. “역사에는 빛과 그늘이 있어요. 일본은 이익을 위해서 식민지 한반도에서 노동자들을 강제로 데려왔습니다.” 그는 “지금 아베 정부가 ‘강제연행’이나 ‘강제노동’을 부인하려 하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조선인들이 강제로 끌려와 노동을 당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사람들이 강제연행, 강제노동 역사의 산 증인이라는 것.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다는 나가샤 마사후미(中社正文) 무궁화회 이사도 “당시 아소그룹의 요시쿠마탄광은 지금 아소이즈카골프장이 돼 있다”면서 “1936년 탄광에 화재가 나자 갱도를 막아 조선인 25명과 일본인 4명이 희생되기도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나가샤 이사가 얘기한 아소이즈카골프장을 들렀다.

“골프장 아래가 탄광이었다고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데….” 김현태 회장이 페어웨이를 내려다보며 믿기지 않는 듯 말을 흘렸다.(*본 기사는 수림외어전문학교와 김희수현창회의 협찬으로 제작되었음)

 

▲ 무궁화당에 대해 설명하는 기류 준이치 무궁화회 이사장

▲ 나가샤 마사후미 무궁화회 이사가 조선인탄광희생자 유골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현태 월드옥타 후쿠오카지회장이 과거 요시쿠마탄광이었던 아소이즈카골프장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무궁화당을 감싼 역사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