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유산의 세계문화 유산 등록이 6월28일부터 독일에서 개최되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 결정에 대해 한일이 서로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어,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22일 동경에서 열렸던 양 정부 회의도 좋지 않게 끝났다. 어떻게 이 문제를 진정시킬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일본 큐슈, 야마구치, 이와테현에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관련 자산 23개가 있다. 야하타 제철소, 미이케탄광·미이케항, 미쓰비시 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 하시마 탄광 등이다.

한국이 반발하는 이유는 일제가 대상 자산 중 7개 자산에서 한국인(5만7,900명)을 강제노동 시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1853년(에도 말기)부터 1910년(메이지 43년)까지의 시대에 대한 등록신청일 뿐이며, 한국이 문제를 삼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역사 자산의 가치를 특정시기에만 구분해 평가할 수 있을까? 세계유산은 현재를 살아가는 세계인들이 과거로부터 이어 받아 미래로 전해주는 인류의 보물이다. 빛의 부분만 초점을 맞추고, 그 그림자를 무시하는 것은 세계유산의 기본취지와 어긋난다.

세계 유산위원회는 현재 한·중·일을 포함해 21개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본건 등록은 당사국 일본을 제외한 20개국이 심의해 결정된다. 유산위원회를 승부의 장으로 삼으려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한국정부는 일본정부가 7개 자산을 제외하거나, 제외하지 않는다면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본정부는 민간시설이 포함돼 있어 7개 자산에 강제노동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강제노동을 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조건으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등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된다면 험악한 한일 관계를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일본이 강제노동 사실을 인정한다면 한일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조선통신사 관련 사료 세계기억 유산등록에도 탄력을 받는다. 세계에서 한일 밖에 없는 해녀의 세계무형 문화유산 공동 등록에도 순풍이 불 수 있다.

필자: 박경구(동경도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