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중순에 (심양총영사관) 박대웅 영사가 목단강 지역을 방문하면서 한글학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하지만 박대웅 영사가 돌아간 후 최** 영사가 연락을 해와서 한글학교에 대한 가짜서류를 빨리 만들어 보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목단강한인회 회장은 가짜로 서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화상으로 저에게 증인으로 서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서류가 잘못되면 제가 책임을 져야 하며, 지원금을 변상해야 한다고 엄포도 놓았습니다. 가짜 사진으로 서류를 만드는데, 2014년 8월24일 (영사관에서 다시) 연락이 와서 2015년 예산안을 만들어야 하니 빨리 서류를 작성해서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2013년부터 2014년 2년간의 서류만 잘 만들어주면 된다고 최** 영사가 지시했습니다….”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한인회 사무국장과 사무직원, 그리고 추진위원장이 직접 이름을 쓰고 손도장을 찍은 진정서의 일부분이다. 2015년 1월25일 작성된 이 진정서는 심양총영사관 교민담당 영사로 있던 최모 영사의 비리를 고발한 내용이다. 최영사가 존재하지 않는 한글학교를 있던 것처럼 가짜서류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정부의 지원금을 목단강 한글학교에 애써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급된 돈은 어디에 쓰였을까? 최영사는 왜 없는 학교를 있는 것처럼 가짜서류를 만들어달라고까지 해서 정부의 지원금을 주려고 했던 것일까? 우여곡절끝에 이 내용은 당시 재중국 동북3성연합회 손명식회장과 허경무 선양한국학교 전 재단이사장의 실명으로 최모영사에 대한 다른 두건의 문제와 함께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다.

이 같은 공익신고에 대해 국민신문고의 처리결과가 나온 것은 3월20일이었다.  외교부 감사담당관실이 최모영사가 목단강한인회에 가짜서류를 만들도록 지시했다는 내용과 관련해 답변을 했다.

“외교부 감사담당관실 조사 결과 주선양총영사관에서는 2014년 8월 재외한글학교 전수조사 지침에 따라 목단강한글학교를 대상으로 현지방문을 통한 실지조사를 실시한바 있습니다. 동 실지조사 결과 그때까지 목단강한글학교에서 제출한 서류와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최**영사는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목단강한글학교 교장 및 직원에게 목단강한글학교 운영을 증빙하는 서류를 총영사관에 보내달라고 한 바 있으나, 허위서류를 만들어달라고 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이에 동건에 대한 관련문서들을 확인한 결과, 최영사의 발언은 사실로 판단됩니다.”

최영사가 가짜서류를 만들어달라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외교부 감사담당관실이 내린 결론. 목단강한인회 사무국장과 사무직원 등은 최모영사가 가짜서류를 만들라고 했다고 육필진정서에다 지장까지 찍었지만, 외교부 감사담당관실은 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이와 관련해 실명으로 국민신문고에 고발한 손명식 회장과 허경무 이사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외교부 감사담당관실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3월27일 동북3성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한 허경무 전 심양한국학교 재단이사장은 4월8일 본지와 만나 “지난 2월에 국민신문고에 진정서를 내기에 앞서 목단강을 직접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가짜서류를 만든 경위를 들었으며, 동북3성연합회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4월초 목단강을 다시 방문해 진위여부를 재확인했다”고 거짓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신문고에 실명으로 진정했는데도 정부는 우리의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문제의 영사만 비호하는데 급급해 불쾌하다”면서 “국회 등 각계를 찾아가 이 문제에 대해 호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제의 목단강한인회를 이끌어온 목단강한인회장은 한국에 노무파견 비자를 받아준다는 명목으로 현지인 8명으로부터 1인당 5천위안 상당의 계약금을 가로챙긴 후 행방을 감췄다는 것이 현지 한인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 동북3성연합회 이취임식에서 손명식 회장(왼쪽)과 허경무 신임회장이 포즈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