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서명운동 사이트 '킵아담홈(#KeepAdamHome)'

30년 전 미국에 입양돼 학대와 폭행을 견뎌내고 재기에 성공한 한국계 입양아가 불체자로 몰려 미국에서 추방될 위기를 맞았다. 미주중앙일보와 미주한국일보 등 주요 한인 매체들은 애덤 크랩서의 소식을 전하며, 아시아계 이민자 권익 옹호 단체 등 시민단체들이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1979년 미국 미시간주의 한 가정에 누나와 함께 입양된 애덤 크랩서(한국명 신송혁)는 5년간 성적 학대를 포함한 온갖 폭행에 시달리다 파양됐다. 다시 1년 뒤 오리건주의 한 가정에 입양된 뒤에도 양부모의 성적 학대 등 화풀이 대상이 됐다. 1991년 양부모는 아동 구타와 성적 학대로 체포됐지만 90일 구류와 가벼운 벌금형에 그쳤고, 이후 애덤은 노숙생활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재기에 성공한 그는 현재 아이 셋을 둔 가장이 됐고, 오는 5월이면 넷째 아이가 태어난다. 문제는 한국말 한 마디 할 줄 모르는 그가 불법체류자 신세라는 점이다. 그를 입양했던 두 양부모는 모두 그의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았다.

현재는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이 발급되지만, 이는 2000년 이후의 일로 2000년 이전 입양된 크랩서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더구나 노숙을 할 만큼 힘들었던 과거에 방황하며 저지른 절도 전과가 있어 우선적 추방 대상에 놓인 것.

크랩서는 과거 입양한 양부모들에게 시민권 신청을 요청했으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에 입양돼 미국인으로 살며 온갖 고초를 겪었는데, 결국 불법체류자로 분류돼 추방당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미국은 여기서 더 나은 삶을 우리(입양아)에게 약속했다.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 약속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애덤크랩서의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아시아계 이민 권익 옹호 단체들은 그의 추방을 막아달라는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온라인 서명 캠페인(http://action.18mr.org/crapser)에는 15일까지 8,700명 이상이 지지서명을 마쳤다.

이들 단체들은 10만여 명으로 추산돼는 한국계 입양아 중 크랩서와 같은 피해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2000년 이전에 입양됐더라도 자동으로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운동도 함께 펼치고 있다.

트랩서의 추방은 다음달 2일 법원에서 최종 심사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