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와 국회가 재일동포의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항의단을 만들어 정부와 국회에 보냅시다.” 

“민단의 법인화에 대해서도 이해가 부족한 것같아요. 민단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없어요. 그냥 예산을 투명하지 않게 집행하기 위해 법인화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아요.” 

“예산 지급방식을 바꾼 것도 큰 문제입니다.그렇게 하면 민단의 구심력이 떨어져 결국 미국처럼 되고 맙니다. 한국 정부가 그 점을 모른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2월17일 동경 미나토구의 민단중앙회관에서 열린 제69회 민단 중앙위원회(의장 김한익) 회의는 시작부터 심상찮은 분위기였다. 한국 정부와 국회를 성토하는 발언이 줄을 이은 것. 일본의 우익화 경향은 계속되고 있고, 악화된 한일관계는 개선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 가운데, 한국정부마저 재일민단(단장 오공태)을 마치 문제가 있는 단체처럼 보는 것에 대한 불만이 중앙위 회의에서 표출된 것 같았다.

한일관계 악화로 어려움을 겪어온 재일민단은 2015년도 우리 정부의 민단 지원금과 관련해서도 크게 두가지 변화를 강요받았다. 하나는 민단을 법인화하라는 요구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이 지난해 예산국회에서 강조한 것으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는 이의원의 이같은 의견을 덧붙인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해찬 의원은 법인화의 진전이 없으면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라는 극약처방까지 덧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단은 국회 의견에 따라 법인화를 위한 TF팀을 만드는 등 검토에 들어갔으나,중앙위원회 회의에 참여한 지방대표들이 이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나선 것이었다. 이들은 “민단이 처한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을 불투명하게 집행하기 위해 법인화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받고 있다”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또 하나는 예산지급 방식의 변경. 정부는 올부터 민단에 대한 예산지급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 민단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은 민단중앙이 통합 수령해서 지방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을 바꿔 중앙 40%, 지방 60%로 지원금을 가르고, 지방에 대한 지원금은 외교부가 재외공관을 통해 직접 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회의에 참여한 한 지방본부단장은 “예산지급 방식이 바뀌면 지방민단도 총영사관을 바쁘게 찾아다녀야 할 수밖에 없다"면서 " 민단 중앙이 구심력을 잃어 민단의 통합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결국 동포사회가 미국처럼 바뀌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산 지급방식 변경이 국회의 의견이 아니라 외교부의 의견이라는 주장도 흘러나왔다. 한 중앙위원은 사석에서 “민단중앙을 배제하고 공관을 통해 지원금을 지방에 지급하기로 한 것은 국회에서 제안한 게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외교부가 공관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금의 분배권한을 가져간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중앙위원회 회의는 의결기관과 집행기관, 감찰기관의 3기관 보고와 6개 분과위원회 회의, 예결산심의와 함께 막을 내렸다.

이튿날에는 제53회 중앙대회가 열렸다. 중앙위원과 대의원 등 500여명이 참여한 중앙대회에서 하정남 민단 사무총장은 “중앙위 회의 결정에 따라 민단은 재일동포 사회가 처한 현실을 한국 정부와 국회에 이해시키기 위해 진정단을 파견키로 했다”고 회의결과를 보고했다. 진정단은 지방본부단장들이 포함된 10명 규모로 구성돼, 빠르면 3월중 파견될 것으로 알려졌다.

민단중앙단장과 중앙위의장, 감찰위원장 등 민단 3기관장 선거와 함께 치러진 제53차 중앙대회는 결의문 채택과 만세삼창으로 막을 내렸다. 중앙대회는 결의문에서 “향후 3년이 재일동포와 민단의 미래를 크게 좌우할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의 가교로 우호증진에 기여하며 ▶광복70주년을 맞아 북한과 종북세력의 역사왜곡을 단호히 배격하고 ▶조국통일에 일익을 담당하며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힘을 쏟고 ▶차세대 육성과 민단조직의 활성화로 내년의 민단 창단 70주년을 새로운 출발로 삼는다는 5개 사항을 결의했다.

▲ 하정남 재일민단사무총장이 총괄보고와 함께 "중앙위 결정에 따라서 민단은 한국정부에 진정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중앙위원회 회의에서는 한국 정부와 국회에 대해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 허맹도 민단 상임고문이 진정단 파견 결정을 지켜보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 제53기 민단 중앙대회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만세삼창으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