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직후 당선된 오공태 단장과 여건이 중앙위의장, 한재은 감찰위원장이 꽃다발을 받고 환호하고 있다.

“오공태 후보가 454표, 이부철 후보가 58를 얻어, 오공태 후보가 당선되었음을 선언합니다.” 김한익 재일민단 중앙위의장이 개표결과를 발표하자 장내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정해룡 선관위원장이 오공태 단장(68)에게 당선증을 교부했다.

재일민단은 2월18일 동경 미나토구에 있는 민단중앙회관 8층에서 제53기 중앙대회를 개최하고, 임기 3년의 민단 3역 선거를 실시했다. 민단 3역은 민단 중앙단장과 중앙위원회 의장, 감찰위원장을 말한다.이 선거에서 오공태 단장은 민단 가나가와현 지방본부 단장을 지낸 이부철 후보를 누르고 지난 52기에 이어 53기 중앙단장으로 재선임돼 향후 3년간 재일민단을 조타하는 역할을 다시 맡았다.

김한익 의장의 은퇴선언으로 공석이 된 중앙위 의장에는 여건이 중앙부단장이 단독후보로 출마해 무투표로 당선됐으며, 한재은 감찰위원장은 지난 52기에 이어 다시 단독후보로 연임에 도전해 무투표로 당선증을 교부받았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제53기 중앙대회에는 일본 열도 전역에서 온 중앙위원과 대의원 등 모두 500여명이 참여해 중앙대회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과시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시구현을 기한다, 우리는 재일동포의 인권옹호를 기한다, 우리는 재일동포의 경제발전을 기한다…”는 6대 강령을 함께 외치면서 시작된 대회는 단장 후보자의 마지막 소신표명 연설이 시작되면서 열기를 더해갔다.

연임에 도전한 오공태 단장은“민단이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는 말로 최후 유세를 시작해, 쿠바를 방문한 경험을 소개했다. “1902년 갤릭호가 102명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한 것이 미주이민사의 시작입니다. 그로부터 1백년이 지난 지금 쿠바에서 만난 그들의 후손들은 얼굴도 모습도 모두 현지 사람과 같았습니다. 한국인의 모습이 없고, 우리말도 못했습니다. 단지 ‘아리랑’노래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10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단장은 “하지만 일본에서는 일찍이 56만명의 재일동포가 특별영주자로 등록했고, 지금도 37만명의 특별영주자로 있다”면서, “민단이 있어서 차별 속에서도 기대며 살아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리 부모세대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녀들을 학교에 제대로 보내지도 못했으며, 우리말도 가르치지 못했다”고 소개하고, “나도 지난 3년간 우리말을 열심히 배웠다, 늦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우리말을 배우자”며 우리말 배우기를 강조했다.

한편 도전자인 이부철 후보(64)는 '이대로는 안된다'며 민단의 개혁을 강조했다. “민단 지원금이 끊어질 때를 대비해 재정 구축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한 그는 “민단 단비를 내는 사람은 모두 선거를 할 수 있도록 하자”면서 대의제 선거가 아닌 직접선거 도입을 공약했다.조직 슬림화를 위해 민단 중앙위 폐지도 공약한 그는 나아가 "일본국적을 가진 한국계 일본인의 민단 참여를 활성화시키면서, 민단을 법인화하겠다”고 밝히다가 항의를 받기도 했다.

선거는 민단중앙과 지역민단, 민단산하단체 순으로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됐다. “이시카와, 후쿠이, 도야마, 오카사…” 호명된 각 지역의 대의원들이 차례로 나와 투표함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부인회, 군인회, 체육회, 한상련, 청년회 중앙위원들이 호명됐을 때 시계바늘은 정오를 지나고 있었다.

이날 투표에서 재선된 오공태 단장은 "힘을 모아 주신데 대해 감사한다"면서 "후배들에 자랑스런 민단이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의 협력이 없으면 안된다"면서 "(협력의) 사다리를 치우지 말아달라"고 해서 박수를 받았다. 

연임한 오단장은 1970년 나가노 스와지부 문교부장, 72년에서 97년까지 동 지부 사무부장을 역임하는 한편 76년부터 2006년까지 나가노민단 선전부장, 조직부장, 부단장, 부의장, 감찰위원장, 나가노단장을 거쳤다. 2006년부터 중앙부단장을 지난 그는 2012년 중앙단장으로 취임해 이번에 연임했다. 오단장은 한편 1974년부터 1978년까지 나가노청년회장을 지냈으며,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나가노청년회의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여건이 신임 중앙위의장은 1972년 이래 청년회 활동을 했으며, 88-89년 동경청년상공회의소 회장, 90-95년 중앙청년상공회의소 부회장과 회장을 지냈다. 97년부터 2009년까지 민단중앙 부단장, 2009-2012년 중앙부의장, 2012년부터 다시 중앙부단장으로 일했다. 2003년에는 민단탈북자지원센터를 설립해 지금까지 대표를 맡아 탈북자를 지원해왔다.

연임한 한재은 감찰위원장은 1984년 민단 동경에도가와지부 국제과장을 시작으로 2001년까지 동지부 부단장 감찰위원장, 지단장을 역임했으며, 2001-2006년 민단동경본부 부단장, 감찰위원장, 2006-2012년 민단중앙부단장을 지냈다.

▲ 선거유세를 지켜보는 중앙위원과 대의원들

▲ 오공태 단장이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여건이 신임 중앙위의장

▲ 연임에 성공한 한재은 감찰위원장

▲ 선거후 민단중앙회관 1층 주차장에서 조촐한 다과회가 열려 당선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