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고 다카모리 동상

동경 우에노(上野)공원에 둘러볼 때 궁금한 게 두가지 있었다. 하나는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의 동상을 봤을 때였다. 우에노공원에는 사이고 다카모리의 동상이 서 있다.‘우에노의 사이고상(樣)’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동상으로, 사이고 다카모리가 개를 데리고 나들이하는 모습이다.

사이고 다카모리는 사쓰마번(현재의 가고시마) 출신의 무사로 에도(江戶) 막부를 타도하고 명치유신을 성공으로 이른 유신삼걸 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폐번치현(廢藩置縣)과 폐도령(廢刀令), 징병제 등으로 무사 계급의 불만이 커지자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한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자는 정한론을 주장하다 명치정부와의 갈등이 격화돼 결국 반란을 일으킨다. 

세이난(西南)전쟁이라 불린 그의 반란은 6개월간 계속됐으나, 결국 정부군에 패해 그는 자살하고 만다. 향년 49세였다. 이 전쟁후 죠슈(長州)번(현재의 야마구치현) 출신들이 약진한 것을 보면, 전쟁은 새 정부 주도권을 두고 죠슈세력과 사쓰마세력이 충돌한 것으로 봐도 될 법하다.

그런데 그의 동상을 보고 의문이 든 것은 왜 개를 데리고 나들이하는 모습으로 동상을 세웠을까 하는 점이었다. 우에노공원에 동상이 세워진 것은 1898년으로 그가 죽은 지 21년 후였다. 1889년 일본 헌법 반포를 계기로 대사면령이 내려져 사이고 다카모리도 복권되면서 그를 기리는 사람들이 모여 9년만에 동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동상 제막식 때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동상을 만든 측은 “사이고 다카모리가 애견을 끌고 토끼사냥에 나선 모습”으로, “명리를 버리고 초야로 돌아간 그의 진면목을 진솔하게 담았다”고 해명했으나, 제막식에 참가한 사이고의 미망인은 “남편이 평소에 잠옷차림으로 개를 끌고 산책을 한 적이 없는데…”라는 말을 흘려 무사 옷차림이 아닌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 궁금했던 것은 왕인비(王仁碑)에 대해서였다. 우에노공원에는 왕인박사를 기린 비가 두 개 서 있다. 사이고 다카모리의 동상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왕인박사는 백제인으로 5세기초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전해 일본에 학문을 열고 유학을 소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왕인의 비가 어떻게 우에노공원에 서 있을까? 그가 과거 동경 우에노에 온 적이 있는 것일까? 또 비는 왜 두 개일까?

하지만 의문은 곧 풀렸다. 두 개의 비 가운데 하나는 기념비이고, 하나는 건립경위를 적은 것이었다. 기념비의 비문은 이랬다. "박사 왕인은 공자가 죽은 지 760년 후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 황실의 태자들에게 충신효제의 도를 가르쳐 널리 일본국내에 전수하여 1653년간 계승시켜 오고 있다. 천고에 빛나는 박사 왕인의 위덕은 실로 유구장대함이 끝없어라."

이 비는 1936년 조낙규라는 조선사람의 건의로 제작이 시작돼 1940년 제막식을 가졌다. 영친왕도 하사금을 내려 비 제작을 지원했으며, 일본 정부도 적극 참여했다. 이 때문에 일본의 내선일체정책의 일환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왕인기념비는 오사카의 왕인묘에도 세워질 예정이었으나, 그후 전황이 악화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 우에노공원을 둘러보는 일본 사람들은 이 비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약간 생뚱맞은 느낌은 들지 않을까?

▲ 왕인박사 기념비

▲ 왕인박사 기념비 안내문

▲ 우에노공원 표지석

▲ 공원 안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