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마케도니아 땅에 한국사람이 몇 명 사는지 아십니까? 아이들까지 합쳐 11명입니다. 마케도니아에는 한국 대사관이 없습니다. 한국식당도 없습니다. 한국회사도 제 아빠회사 하나밖에 없습니다. 한글학교도 없습니다. 그러나 불가리아대사관에서 챙겨주는 책을 통해 한국말을 배우고 있습니다. 한글학교는 없어도 아이들이 4명이나 되는 우리 집은 토요일이면 한글학교로 바뀝니다….”(마케도니아 강안드레아)

“드라큘라로 유명한 루마니아에서 왔습니다. 제 아빠는 한국인이고 엄마는 루마니아인입니다. 제 나이는 10살인데 5년은 한국에서, 5년은 루마니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살 때 한국사람들은 제 얼굴을 보고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 하고, 지금 루마니아 사람들은 아빠를 많이 닮았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지 여러분들도 알려주세요. 정말 궁금하거든요.”(루마니아 이기상)


불가리아 소피아에 있는 힐튼호텔에서 젊은 연사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울려 퍼졌다. 때로는 눈가가 붉어지고, 눈시울을 적시는 이들도 많았다.

“여러분 제가 조금 전에 연주한 곡을 아시지요. 맞아요. 바로 아리랑입니다. 참 신기한 거는요, 한국의 민요 아리랑을 들으면 세계인의 마음이 하나로 된다는 거예요….” 스웨덴에서 온 박나연(8세) 연사는 한복차림에 가야금을 연주하고는 “저는 커서 어른이 되면 세계인을 하나로 만드는 아나운서가 되겠다, 바르고 고운말로 또박또박 전 세계에 좋은 소식을 알리겠다”고 웅변을 했다.

이 행사는 재유럽한인총연합회(회장 박종범)이 주최한 제4회 유럽한인차세대웅변대회였다. 유럽총연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체코 프라하, 폴란드 바르샤바에 이어 올해는 불가리아의 소피아에서 웅변대회를 개최했다.


2월6일부터 8일까지 열린 이 대회에는 유럽 16개국 43명의 연사를 포함해 유럽 각국 한인회장들과 임원들, 그리고 연사와 함께 온 가족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박종범 회장은 환영사에서 “어제 내린 폭설로 로마와 스페인에서 온 참가자들이 소피아 공항에 내리지 못한 채 다시 그리스와 로마로 돌아가서 이튿날 소피아로 오는 등 고생을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연습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한국인으로서의 나’라는 점에 많이 생각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큰 의의가 있다”면서 “차세대들의 참가열기가 갈수록 고조돼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주불가리아 신맹호 대사는 축사에서 “행사 규모가 큰 점에 놀랐다”면서 “이 같은 대규모 행사를 불가리아에서 개최하도록 지원과 노고를 아끼지 않은 박종범 회장께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초등부와 중고등부, 다문화가정부로 나뉘어 열린 이 웅변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온 이시은(13세, 중고등부)양이 차지해 외교부장관 표창과 유럽총연이 제공한 장학금 1,500유로를 받았다. 이 양은 ‘하비와 백호’라는 타이틀로 몇 년 전 사고로 타계한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소개해 청중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최우수상에는 프랑스의 김관우(11세 초등부), 전혜지(14세, 다문화부), 이탈리아의 권시은(14세, 중고등부) 연사가 각기 1천유로의 장학금금과 함께 받았으며, 우수상에는 강안드레(10세 초등부), 에이미 싸이먼(10세 다문화부), 박원희(15세 중고등부) 연사가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외교부 재외동포재단 주불가리아대한민국대사관 한국외대 이화여대 한양대 경희대 전남대 공주대 조선대 서울문화예술대 광주은행 하나은행 영산그룹과 본지 등이 후원했다. 웅변대회에 참석한 연사와 가족들 및 유럽 각국 한인회장단은 2월8일에는 소피아성당, 국립박물관 등 시내관광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