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 숲은 에머랄드 홀이다
온종일 결혼식이
연이어가며 열린다

초대장 없이도
산문(山門)을 밀고 들어서면
제 멋에 겨운 산새소리 자연음의 축가다

안개를 면사포로 쓴 신부들이 대기하고
초록색 나비타이의 자작나무 신랑들
회백의 연미복으로
순서를 기다린다

오월은 어디서나
아카시아 향 잔뜩 뿌려놓은
예약도 시간제한도 없는
자유예식장이다.

<이용대 제3시집 -바위도 꽃을 피운다- 31쪽에서>
오월은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징금 달입니다. 사람이나 나무나 계절에 따라 변하는 모습이 비슷비슷합니다. 꽃들도 색깔만 다르지 피는 이치는 매 한가집니다. 각 생명체의 고유한 특징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때라서 바라보기에도 편한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때쯤이면 한꺼번에 피는 유별난 꽃이 있습니다. 한 송이 한 송이의 크기는 아주 작습니다. 그렇지만 엄청난 숫자로 만개하기 때문에 향기가 온통 천지를 뒤덮습니다. 아카시아 꽃입니다. 포도송이 같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양이 마치 환히 불 밝힌 샹들리에 같습니다.

아카시아 숲엔 잎 안개도 자주서립니다. 생 꽃향기가 가득 흐릅니다. 자작나무들이 신랑처럼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그래서 꼭 결혼축제장 같습니다. 아카시아 꽃이 피는 산에 들어서면 누구나 다 축복 받는 것 같습니다. 서로 축하하도록 자연이 권해주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우리는 하객의 마음이 됩니다. 일 년 내내 서로 축하만 해주며 사는 일상이라면 오죽 좋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