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에 위치한 구마모토현은 충청남도와 가깝다. 구마모토현과 충청남도와의 교류가 30년이 넘었다. 1983년 1월 시작돼 그동안 30회 이상 우호방문단이 양국을 방문했고, 30회 이상 기술연수생이 구마모토를 찾았다. 구마모토와 자매결연을 맺은 충남지역 학교는 6개교다. 충남 청소년들이 구마모토를 찾아 매년 축구대회를 갖기도 한다.

지난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구마모토를 방문, 구마모토현 지사와 가미아미쿠사시에 있는 우정의 길을 나란히 걸었다. 안 지사는 충남으로 돌아와 충남도청 앞에 구마모토 우정의 나무를 심었다.

구마모토와 충남도와의 역사적 인연도 깊다. 삼국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마모토의 구마는 곰이라는 뜻. 그래서 인지 구마모토 마스코트도 곰이다. 반대로 충청남도 공주의 옛 이름은 웅진(熊津)인데, 풀이해 말해 ‘곰’ 나루라는 뜻이다. 백제 귀족들이 나당연합군의 공격에 밀려 구마모토로 이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구마모토현 지사는 자신이 백제의 후예라고까지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백제 청동보살 입상이 구마모토현의 기쿠치성터에서 발견됐다”고 가바시마 구마모토현 지사는 한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2월14일 오전 10시 구마모토 시내 중심에 자리한 현청 건물. 마스부치 게이이치 일한친선협회 회장은 일본을 방문한 동북아역사재단 회원들이 구마모토현 지사를 방문하기 전에 이같이 귀띔한다. 대표적인 친한파 현지사가 그라는 것이다.

“신라 당나라 연합군의 공격으로 백제인들이 구마모토로 망명했습니다. 저에게도 백제인의 피가 흐르겠지요.” 한국 방문단 일행을 맞은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는 또 다시 자신이 백제계임을 말한다.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과 구마모토현이 공동 주최한 행사 자리에서였다. 재단이 3박4일 일정의 한일미래공동체문화교류회 프로그램 중 하나로 구마모토현과 간담회를 가졌다. 제목은 ‘한일친선을 위한 간담회’.

“일한 관계가 매우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과 일본의 지자체 그리고 대학, 민간 교류가 활발해져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는 이색 이력을 갖고 있다. 구마모토 아소산 지역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시절 성적이 꼴지나 다름없었는데, 졸업 후 미국 네브래스카대학에서 돼지 정자 연구로 석사를 마치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에 귀국해서는 도쿄대 교수로 일했다. 2008년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는 자신의 고향 구마모토로 돌아왔고, 선거에 나가 바람을 일으켰다.

구마모토는 인구 180만명의 도시. 아소산 등 경승지와 온천이 많으며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30만 이상의 한국 관광객이 매년 구마모토를 찾는 곳인데, 그는 선거 당시 “부채를 안고 있는 고향을 꿈을 주고 싶다,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캐치프래이즈를 내걸었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과의 자리를 주선한 아라키 아키히로 현의원을 비롯해 구마모토 정부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재단 회원들은 국내 각계 대학 교수, 예술인, 사회운동가 등으로 구성됐다.

이후 재단과 구마모토현은 양국 민간교류 확대를 위한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최성 남서울대학교 교수는 ‘동북아 IT공동체전략’이라는 주제를 통해 “한중일 한자문화권에서 통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중일 언어의 70%가 한자”이라면서 “동아시아 IT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IT 인력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이 동아시아 IT교류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경 전주대학교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해녀문화라는 주제를 통해 “양국의 해녀는 오랜 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이 유네스코 해녀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교수는 “제주 해녀들은 1800년대 후반 청도, 대련 심지어 블라디보스톡 등 많은 곳에 출가 물질을 나갔는데, 그중 가장 출가물질이 활발했던 곳이 일본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나가사키, 에히메, 오오이따, 야마구찌, 구마모토 출신 일본 해녀들이 한국 제주도, 소안도, 흑산도로 물질을 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해녀들은 일본에 출가해서 그들이 수영할 때 물질도구를 자신들에 맞게 바꾸어 사용하는 등 문화의 수수와 변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구마모토현 관계자들은 충남도와의 활발한 국제교류 현황을 설명하는 한편, 구마모토~서울 노선을 주5회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특히 구마모토현은 자매결연을 맺은 충청남를 거점으로 한국, 넓게는 아시아의 새로운 마켓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 왼쪽이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