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2년 사마라강 유역에 블라고슬로벤노예(사만리) 마을이 세워졌다. 프레데릭스 동시베리아 군사령관지사와 아무르주 지사는 한인들의 정착과정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카자크부대 책임자인 체스노크 중령은 2주마다 한인들에 관한 상황보고를 했으며, 1872년 2월에는 군사령관지사가 직접 블라고슬로벤노예 마을을 방문해 정황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홍수로 인해서 첫해 농사의 실패를 맛본 한인들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먹을 것이 중요했던 한인들에게 있어서 한해의 농사실패는 그 후유증을 남겼다. 하지만 이듬해 농사에서 다행히도 첫해 곡물 총 수확량 1,220푸드에 비해 총 16,965푸드의 보리, 귀리, 메밀 등의 곡물을 수확함으로써, 다시 연명해 나갈 수 있었다.

한인들의 자립이 있기까지는 러시아 당국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한인들의 재이주와 모범촌인 블라고슬로벤노예 마을을 건설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막대한 금액이었고, 이주 이후 마을이 자립할 때까지 지원을 계속해 나가야했던 러시아 당국으로서는 재정적인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해 블라고슬로벤노예 마을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한인들에게 닥쳐왔다. 이주혜택과 관련하여 명시된 세금면제 기한 20년이 되기도 전에 재정적인 부담을 느낀 아무르주 당국이 마을의 한인들에게 국가세금과 의무를 부과시키려고 한 것이다.

1878년 6월 프레데릭스 동시베리아 군사령관지사는 블라고슬로벤노예 마을의 한인들에게 국가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첫해에는 어느 정도 규모의 세액을 규정해야 하는지, 어떤 형태의 의무를 지워져야 하는지 검토하라는 지시와 함께 특별위임관리인 비슬레네프를 아무르주에 파견했다.

마을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마을 주민들은 러시아당국이 자신들을 기만하고 이곳에서 노예처럼 부려먹으려 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마을 촌장인 박선옥은 마을 대표들과 함께 마을 한인들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카자크부대 책임자 체스노크 중령을 찾아가 강하게 항의했다.

체스노크 중령은 “한인들의 경제적 상황이 아직은 열악하며, 20년간의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아무르주 러시아인들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세금을 부과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상부에 보고했다. 결국 당국의 세금부과 지시를 철회되며 가까스로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마을은 다시 예전과 같이 고요함을 찾았다. 촌장인 박선옥은 마을사람들과 함께 체스노크 중령을 찾아가 감사함을 전했다. 결국 20년간 면제혜택이 주어진 토지세는 1892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마을 전체적으로 1년에 29루블(가구당 1루블 40코페이카)씩 납부되기 시작했다.

블라고슬로벤노예 마을은 모든 면에서 성장해 나갔다. 1879년 비슬레네프에 의해 실시된 블라고슬로벤노예 마을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마을에는 129채의 건물과 농가들이 있었으며, 인구는 624명으로, 정착 원년에 비해 약 50% 가까이 증가했다.

1885-86년 무렵에는 총 10,175데샤티나의 토지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이는 실제로 1가구당 100데샤티나의 분여지를 배당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또 1893년 마을에서는 말 343필, 소 292두, 돼지 514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20세기에 들어서 블라고슬로벤노예 마을은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마을 젊은이들 가운데에는 여러 도시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많은 인텔리들이 배출되었으며, 한인들 사이에서 정교회 신앙을 전하는 박 페도르같은 유능한 사제가 배출되기도 했다. 1906년-7년 시기에 마을의 러시아 국적자 한인수는 약 1,600명에 이르렀으며, 1909년-10년도 마을의 인구는 총507가구, 1,697명까지 증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