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총리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데 한국 언론에서는 이를 중시하지 않는 것 같아요.” 11월11일 일본 동경 아자부에 있는 재일민단 접견실에서 오공태 민단 단장이 말을 꺼냈다. 한국에서 방문한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공동대표를 접견한 자리였다.

민단과 범사련은 11월16일 일본 동경 프레스센터에서 한일평화심포지엄을 공동개최한다. 일본 아베정부의 우경화와 독도문제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를 보다 건전하고 바람직힌 방향으로 돌리는 방안 모색이 목표인 민간차원의 행사다. 일본 NGO측도 참여해 치르는 이 행사 최종 점검을 위해 동경을 방문한 이갑산 대표를 맞아 오공태 단장이 최근 일본 정부의 미묘한 변화를 소개한 것이다.

최근 일본 공명당 대표가 국회에서 아베 총리에게 공식 질의를 했다고 한다. 아베 정부는 과거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인정하고 이를 계승하는 입장인지를 물었다는 것이다. 이에 아베 총리는 존중하고 계승하는 입장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답은 아베 정부의 기존 강경한 우경화 방침과는 다른 것으로, 아베 정부가 한일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이해된다는 게 오단장의 지적이었다.

오단장은 그간 일본 정부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암시하는 다양한 시그널을 보냈다고 소개했다. 민단이 치른 지난 8.15 광복절 기념행사에 자민당 의원이 참여한 것도 변화 시그널의 하나라는 것. 자민당은 지난 5-6년간 민단의 광복절 행사에 일체 의원을 참여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누카가 의원을 통한 민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자민당에서 의원이 참여했다는 것이다.

오단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지난해 12월에 누카가의원을 보내 박당선자를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민단에 알려왔던 것도 그 같은 시그널의 하나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정상 외교채널을 통하지 않고 민단을 통해 이같은 의사를 전했던 것은 정상 외교통로에 뭔가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점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오단장은 해석했다.

지금도 공식적인 외교채널이 매끄럽게 돌지 않는 게 아닌가 오단장은 의심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에서 다양한 시그널을 보내도 한국 정부와 언론은 이 같은 시그널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애써 무시하는 형국처럼 보인다는 것. “일본 정부의 변화가 일본내 신문에 다 실리는데, 한국에는 보도되지 않는 것 같아요. 몰라서 보도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같은데….”

이같은 오단장의 말에 이갑산 대표도 맞장구쳤다.한일관계 악화후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의 예년에 비해 40%나 줄었다는 것. 이 때문에 한국이 입는 관광손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16일 동경프레스센터에서 치르는 한일평화포럼은 이 때문에 더욱 중요합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 민간에서라도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이갑산 대표는 이 행사에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원유철 의원, 박대출 의원, 안형환 전 의원, 김재윤 민주당 의원 등 국회와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불교계의 영담 스님 등 종교계 지도자들도 다수 참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