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최근 홍콩한인회를 들렀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홍콩한인회가 한인회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다른 한인회들도 이를 약간만 손질해서 쓰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김구환 홍콩한인회장은 투명한 관리를 위해 한인회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게 됐다고 동기를 밝혔다.한인회는 현지 한인사회의 구심체다. 현지 한인사회가 뭉치고, 구심력이 한인회로 모아지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투명한 관리를 보장할 수 있는 한인회 관리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한인회 투명함의 핵심은 회비나 후원금 등의 수입금 관리와 예산 지출을 결정하고 집행하며 피드백을 받는 재정관리다. 홍콩한인회는 수입지출 관리 기록 문제를 두고 한번 논란을 겪은 모양이었다. 따라서 이 같은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김구환 회장은 당선 직후 한인회 관리 솔루션 완성을 임기내 최대의 목표로 세우고 있는 듯했다.

홍콩의 한인사회 규모는 1만5천명 가량이다. 홍콩한인회는 한글학교와 한국국제학교도 관계하고 있다.한글학교는 100% 홍콩한인회가 책임지고 있고, 한국국제학교는 한국의 교육부 관할이지만, 한인회가 적극 참여하는 형태라고 한다.이 때문에 한인회가 책임지고 있는 한글학교의 학사 및 재정 관리 프로그램도 한인회관리 솔루션에 들어간다고 김구환 회장은 설명했다.

김회장은 이처럼 설명하면서 한인회 관리 솔루션을 표준형으로 하나 만들어놓고, 각 한인회들이 현지 실정에 따라 이를 수정해서 사용하면, 한인회 운영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홍콩한인회가 한인회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외동포재단측에도 알려서, 이를 세계 한인회에 널리 보급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실학파들이 얘기했던 이용후생(利用厚生)이란 게 이러한 것일 게다.

현재 세계 각지에 600여개의 한인회가 있다. 이들 한인회들마다 나름대로 회비의 입출금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어떤 한인회는 자체로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수도 있고, 어떤 한인회는 아직 수기에 의존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전세계 한글학교는 3-4천개에 이른다. 한인회 소속도 있고,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것도 있다.

이들 한글학교의 예산 입출금, 학생 출결석, 나아가 성적관리 등도 어떤 방식으로든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을 사용하거나, 한컴의 아래한글을 사용해 이를 관리할 수도 있다.하지만, 보다 활용하기 좋은 솔루션이 있다면 이를 가져다 쓰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그러다 보면, 공통의 관리도 이뤄질 수 있고, 정보교환도 쉬울 수 있다.

홍콩한인회 방문을 통해 느낀 게 바로 이 점이다. 표준형의 한인회 관리 프로그램 하나가 있고, 각 한인회가 이를 현지 실정에 맞게 변형해서 사용하면 각 한인회들이 공동으로 겪고 있는 큰 어려움 하나가 해소된다.관리도 쉽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 세계 한인회간 소통도 더 쉽게 이뤄질 수 있다.

홍콩한인회의 한인회 관리 솔루션 개발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면서, 남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된다. 올해는 이처럼 세계 한인사회가 각기 스스로 도움이 되면서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나씩 개발해서, 이용후생이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 홍콩한인회가 성공적인 작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