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새누리당이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지난 일요일 교대역 인근 커피샵에서 만난 K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는 해외에 거주하면서 새누리당 해외자문위원을 맡고 있었다.이번에 서울을 찾은 것도 새누리당에서 해외자문위원회의 때문이었다. 이에 참여하러 일부러 왔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6월7일 친박계의 홍문종 의원을 재외국민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경기 의정부을이 지역구인 3선의원이었다.그가 임명되자 새누리당 재외국민위원회는 해외자문위원 가운데 유력인사들을 불러 자문위원회의를 개최했다.그 날이 마침 올해 세계한인회장대회가 열렸던 6월26일이었다.

새누리당측에서는 해외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는 한인회장들이 다수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날 회의를 개최한 듯했다.행사에는 모두 30여명의 해외 자문위원들이 참석했다.해외에서 온 자문위원들이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고 현지 실정을 설명하고, 재외국민위원장인 홍문종 의원이 경청하는 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행사는 문제가 있었다. 우선 행사 개최장소부터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새누리당은 당초 여의도 당사에서 해외자문위원회의를 가지려고 했다. 하지만 행사 당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로 행사 장소를 바꿨다.행사에 참여할 인사들이 세계한인회장대회 등록 때문에 쉐라톤워커힐 호텔로 빨리 가야 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장소변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허둥지둥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3시반부터 5시까지 호텔 지하 1층에서 회의를 진행했다.하지만 이를 보는 눈은 곱지 않았다.세계한인회장대회가 열리는 곳에서 새누리당이 일부 자기편 회장들을 모아 당 자문위원회의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에는 여당 지지자도 있고 야당 응원자도 있다.이 때문에 한인회장들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중립을 표방한다.그렇게 하는 게 한인사회를 이끌고 통합하기 쉽다.  한인사회 리더로서 바람직한 자세이기도 하다.하지만 새누리당은 장소선정에서 한인회장들의 이같은 고심을 전혀 헤아리지 않았다.

이제 다른 당이 한인회장대회 현장에서 당 지지자 모임을 가져도 새누리당은 할 말이 없게 돼버렸다.새누리당이 먼저 나서서 한인사회를 분열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도 어렵게 됐다.

하지만 K회장이 새누리당을 비난한 것은 이 내용만이 아니었다. 그는 분명한 새누리당편이었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의 빈번한 재외국민위원장 교체에 불만이 컸다. 이를 푸념했다.새누리당은 6월28일 경기 평택갑의 원유철 의원을 재외국민위원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홍문종의원을 임명한 지 불과 20일만에 다시 재외국민위원장을 교체한 것이다.

홍위원장이 임명되기 전 새누리당은 재외국민위원장직을 공석으로 뒀다.18대 국회에서 이 직을 맡은 서병수 의원이 당 사무총장으로 되면서였다.그에 앞서서는 남문기 전 미주총연회장이 위원장으로 임명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K회장의 불만은 새누리당이 재외국민위원장을 자주 바꾸는 것이 재외국민을 가볍게 보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었다.사실 민주통합당에서는 여수출신의 김성곤의원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바뀜없이 맡고 있다. 새누리당이 재외국민을 담당하는 책임자를 밥먹듯이 바꾸고 있을 때 통합민주당은 한우물을 파면서 재외국민 표심을 얻어가고 있다는 게 K회장의 아쉬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