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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기] 파주의 율곡 이이, 황희 정승을 찾아서
정운찬 전총리, 김정남 전수석과 동행
2011년 12월 12일 (월) 11:41:49 이종환 기자 stonevalley@naver.com

   
이종환 본지대표
‘족용중(足容重)’이란 글귀를 봤을 때 머리를 한방 맞은 듯했다. 격몽요결(擊蒙要訣)의 첫귀절이었다. 둘째 귀절은 수용공(手容恭)이었다.

격몽요결은 ‘몽매함을 깨우치는 비결’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율곡 이이 선생이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속에 심어놓으라고 한 ‘공부 신조’와 같은 것이다.

발걸음은 가볍게 하지 않으며, 손은 꼭 쓸 때가 아니면 단정해야 한다. 이율곡 선생은 퇴계 이황선생과 더불어 조선 학계의 큰 산을 이루는 대학자다. 그가 공부하는 비결로 맨 먼저 내놓은게 ‘발은 무겁게, 손은 단정하게’다.

이 글을 본 것은 자운서원에서였다.  정운찬 전 총리와 김정남 전 청와대사회교육문화수석을 동행해 이날 자운서원을 갔다. 파주일대 유학자들의 유허지를 답사해보자는 기획에서 이뤄진 여행이었다.

자운서원은 마지막 행선지였다. 이율곡 선생을 기리는 사액서원이 이 서원이다. 이율곡 선생의 가족묘도 이곳에 있고, 서원으로 가는길목에는 이율곡선생의 묵적을 모아놓은 기념관도 있었다.

‘임현능(任賢能)’이란 귀절도 이 기념관에서 만났다. ‘시무육조(時務六條)’로 이율곡 선생이 십만양병설을 주장하며 선조임금한테 올린 글이다. 첫 귀절이 ‘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을 쓰라’는 것이다.

“YS가 ‘인사가 만사’라고 했는데, 여기 그 글이 있네요”
김정남 전 수석한테 이 말을 건네자, 피식 웃는다.

정운찬 총리는 전시된 ‘학자일성’(學者一誠)이라는 글귀를 한번 읽어보였다. ‘배움이란 오로지 성실함’이라는 뜻 같았다.

이곳을 둘러보는데 휴대폰으로 문자가 들어왔다. 언론사에서 보낸 것이다.
“청와대 조직개편, 하금열씨 비서실장에…” 라는 내용이었다.

이날 잠실실내체육관에서는 민주당이 시민통합당 등과 통합하느냐를 두고, 혼돈속에서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었다. 현 시국에서 나라에 가장 시급한 게 무엇이냐는 것을 올린 것이 시무육조다. 가운데 가장 먼저가 임현능이라는 것이다.

전날 화석정을 갔을 때만해도 이율곡 선생의 진가를 느끼지 못했다. 화석정에는 이율곡 선생이 8세에 지었다는 한시가 걸려있었다. 자연을 담으면서도 어딘지 우울한 느낌이 드는 시였다.

이 화석정을 불질러 그 불빛으로 선조가 임진강을 건너 서북으로 피난을 갔다고 김정남 전 수석이 소개했다. 선조가 시무육조의 첫글귀만 제대로 받아들였어도 조선은 좀 달라졌지 않았을까?

화석정 인근에는 반구정이 있다. 청렴한 재상으로 이름난 황희정승의 유적지다. 황희정승은 두문동 선비들의 추천으로 조선조에 참여했다. 나머지 선비들은 두 왕조를 섬기지 못한다는 이유로, 두문동을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젊고 똑똑한 황희 선생을 내보내, 조선이 기반을 닦는데 이바지하도록 했다. 이 황희 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나 물새들과 벗하며 지낸 곳이 반구정이다. 반구정에 올라 임진강을 내려다보고는 경내에 있는 기념관을 찾았다.

“오제신후사, 지수일염자(吾齊身後事, 只守一廉字)”
죽어서도 청렴하다는 염자 하나는 꼭 지켰다는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뜻인 듯하다. 이상득 의원이 보좌관 비리 등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우리 일행이 반구정을 방문한 이튿날이었다.

반구정의 기념관에는 이런 글도 크게 적혀 있었다.
“법자만세공공지기 불가일시지술경개지야(法者萬世公共之器 不可一時之術輕改之也)”
법은 대대로 이어져야 할 것이기 때문에 단번에 가벼이 고쳐서는 안된다 하는 내용이다.

이번 여행은 가벼움이 없는 사회를 한번 머리속에 그려보는 여행이었다고 할까?
묵직하고 법도가 있는 사회. 우리 조선 선비들의 이상향이 그것 아닐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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