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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한민국-139] 곰탕과 설렁탕
한국인이라면 잊지 못하는 아련한 추억의 음식
2017년 09월 16일 (토) 06:52:18 김정남 본지 고문 wk@worldkorean.net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자고로 농사가 천하지 대본(天下之大本)이었을 때, 소는 아주 소중한 가축이었다. 소는 힘이 있을 때는 논밭을 가는 데 중심 역할을 하고 나이가 들어 힘을 못 쓰게 되면 도축되어, 사람에게 단백질을 제공했다. 그러나 쇠고기가 귀하다 보니, 그것을 삶아 국물을 내서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요리가 발전했다. 곰탕과 설렁탕 등의 국밥이 그래서 나왔다. 같은 탕이지만 그 만드는 방법이나 맛에서 차이가 있다.

곰탕은 쇠고기와 소 내장을 넣어 국물을 낸 뒤 삶은 고기를 넣은 국밥이다. 설렁탕은 소 뼈와 쇠고기를 함께 삶아 우러난 국물에 삶은 고기를 넣은 것이다. 곰탕에는 노란 기름기가 뜨고, 설렁탕 국물은 유백색이다. 사용하는 고기의 부위부터가 다르다. 곰탕은 살코기와 곱창, 양 등이 들어가는 반면, 설렁탕은 사골과 도가니, 양지머리, 사태 등을 넣는다. 곰탕과 설렁탕은 열량이 높아 특히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몸 보신할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곰탕은 주로 도축장 근처 시장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했는데, 서울·경기지역에서는 서울곰탕, 전라도는 나주곰탕, 황해도 해주곰탕, 경상도의 마산곰탕과 부산곰탕이 유명했다. 특히 나주곰탕은 나주 옛 관아 가까이에서 열린 5일장 날에 상인과 서민들이 즐겨 먹었던 국밥이었다.

도축한 고기를 당일에 삶아 맑은 국물에 밥과 고기를 넣고 토렴(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게 하는 일)하여 먹었다. 나주곰탕과 서울곰탕은 지방이 적은 양지살이나 사태살, 내장을 주로 쓰는 특징이 있다.

설렁탕은 지난날 농경시대 선농단(先農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임금이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선농단에서 농사의 신인 신농씨와 후직씨에게 제사를 올리고 백성들과 함께 직접 소를 몰아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의식을 거행했다. 이렇게 임금이 선농대제를 지낸 뒤, 백성들에게 소를 잡아 끓인 국밥과 술을 내렸는데, 그 국밥은 선농단에서 내린 것이라 하여 선농탕으로 부르다가 설렁탕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설렁탕이 일찍부터 대중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설렁탕집에는 큰 무쇠 솥 2~3개에 뼈와 여러 부위의 고기를 삶아 국물을 내고, 편육을 부위별로 썰어 놓았다가 손님이 찾아와 설렁탕을 주문하면 뚝배기에 밥을 담고 뜨거운 국물로 토렴한 후, 국수사리를 얹고 손님이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넣고 다시 토렴해서 내주었다.

곰탕과 설렁탕은 집에서 만들어 먹기 보다는 전문식당에서 먹는 것이 훨씬 더 맛이 있다. 곰탕과 설렁탕은 다양한 구색을 맞추어 재료를 구해야 하고, 고기의 부위별로 익는 시간이 다르고 또 익히는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고기를 전문적으로 삶는 사람의 작업을 거치는 것이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큰 솥에 각종의 재료를 넣어 푹 끓여야 곰탕과 설렁탕의 제 맛이 난다. 집에서 만들어 먹기는 힘들고, 전문적인 맛 집에서 먹어야 제격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곰탕과 설렁탕 모두 한국인이라면 잊지 못하는 아련한 추억의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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