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환 대표의 단행본 표지

“미래한국이 네 사람한테 달렸다구요?”
“월드코리안 4명?”

책에 대한 첫 반응은 이같은 조크로 시작됐다. 월드코리안신문이 ‘미래한국, 월드코리안넷에 달렸다’는 단행본을 7월3일 출간했다(신국판 280p). 저자는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및 발행인이다. 세계한인사회 전문매체인 월드코리안신문을 창간해 지난 8년간 세계 각지를 취재 다니면서 현지방문 때 떠오른 단상들을 모아 책으로 묶은 것이다. 대부분이 월드코리안신문에 칼럼 혹은 탐방기 형태로 게재됐던 글이다.

“가쓰 가이슈는 에도성 문을 열어서 신정부군이 무혈입성하도록 했다. 당시 전쟁이 있었다면 얼마나 많은 원한,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었을까? 그렇게 됐다면 일본이 양패구상해서 한반도를 침략하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여하튼 근대 일본은 이처럼 에도성 무혈입성의 기초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게 역사가들의 평가다.”(‘公과 대한민국을 만드는 정신’에서-동경 방문기)

“하필 세계여성의 날에 베트남 여성들이 노 젓는 배에 앉아 유람하다보니 과연 베트남이 걸어온 길이 나았을까에 생각이 미쳤다. 오랜 끝에 어렵사리 통일해서 이제 산업화를 시작한 베트남, 통일문제는 남아 있으나 산업화에서는 세계의 선두에 선 한국, 그 어느 길이 나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불현듯 들었던 것이다.”(동족 간 내란이 더 무서운 것 아닐까-하노이 방문기)

“중국 대륙에 처음으로 철로를 놓아 기차를 달리게 한 것도 리훙장이었다. 하지만 그의 양무운동은 결코 순탄한 것이 아니었다. 조정 안팎에서 반대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철도를 놓고 기차를 달리게 했을 때도 엄청난 반대에 부딪쳤다. 완고파들은 철도운행을 막기 위해 수많은 상소를 올렸다. 철로를 만들면 풍수를 해친다, 기차 진동이 황실의 능에 나쁜 영향을 준다, 기차 연기가 농작물을 해친다....”(중국 첫 기차는 기관차 아닌 말이 끌었다-중국 안휘성 합비 방문기)

“베들레헴의 예수탄생교회를 떠나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유대민족을 이끌고 출애급을 하는 모세의 모델과 인류구원을 약속한 예수의 모델에 묘한 닮음이 있다는 생각이었다. 모세는 약속의 땅 가나안의 비전을 제시하며 이집트에서 억압받은 유대인들을 인도해 가나안으로 향했다. 예수는 어떠한가? 로마의 압제에서 벗어나 천국의 길로 가는 희망을 제시한 것이 사람들을 열광케 한 것이 아닐까? 모세의 가나안이 새로운 가나안인 천국으로 버전업된 게 아닐까?”(예수의 무엇이 2천년간 사람들을 열광시켰나-예루살렘 방문기)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와트츠메이 사원이었다. 시내에 있는 이 사원에는 해골들을 쌓아놓은 유골탑이 있었다. 킬링필드의 흔적이었다. …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아가 머릿속의 생각이 다를 것이라는 이유로 동족 170만명을 학살한 것이 폴포트 정권이었다. 남을 인정하고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이자 다원주의다. 한국은 어떤가?”(머릿속이 다르다고 동족 170만명을 죽여서야-캄보디아 방문기)

“비행기 출발시간을 앞두고 사자 찾기를 포기하려고 했을 무렵, 신기하게도 심바 일행과 맞닥뜨렸다. 암사자들이 이끄는 17마리의 무리였다. 그중 절반은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새끼였다. 이들은 늠름하게 행군해서 우리 곁을 지나갔다. 우리가 카메라를 들이대도 개의치 않았다. 이 같은 눈의 축복에 감사하며 우리 일행은 아쉬운 마음으로 세렝게티와 이별했다. 이번 세렝게티 여행에서 본 것을 짧게 표현하자면 어떤 말이 어울릴까? 적자가 생존한다는 대평원의 진리?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치열한 현장?”(공생공존이 세렝게티의 생존원리-케냐 탄자니아 방문기)

▲ 이종환 대표

책에는 이처럼 여행에서 느낀 내용들을 적은 글들도 있고, 한인사회의 현실과 발전을 위한 제언을 담은 글들도 있다.

“모바일투표는 직접 비밀이라는 선거원칙에서는 벗어난다. 부정투표 시비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본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투표가 미래의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사람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재외국민들처럼 전 세계에 흩어져 있을수록 모바일투표나 전자투표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투표 등록하러, 그리고 투표하러 공관을 두 번이나 방문하도록 한 것은 직접 비밀 보통 평등이라는 원칙에는 충실하지만 ‘다수의 참여’라는 민주주의의 본뜻은 잃고 있다는 것이다.”(‘낮은 투표율로는 민주주의 의미 없다’)

“지난해 리비아 항공기 요금 사태 때는 외교부가 아니라 국토해양부 국장이 사건 처리를 맡았다. 그는 전세기 항공료를 자신이 지급 보증한 끝에 교민 238명을 항공기로 철수시켰다. 1인당 200만원씩의 항공료 문제가 제기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철수한 근로자들과 교민들은 ‘중국도 국가가 철수 비용을 댔다’고 항변했다. 우리 정부는 ‘이럴 때 쓸 비용의 관련 규정이 없다’며 수익자 부담을 주장했다. 이게 흥남철수 때도 아닌 지금 우리의 실태다.”(‘재외국민보호법’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우리나라 해외동포 수는 750만명. 미일중러 4강국에 60-70%가 포진해 있다. 그 밖의 나라에도 나가 있지 않은 곳이 없다… 이들은 한국이 오늘로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한국 상품의 현지 소비자이자 광고판 역할도 했고, 우리 상품과 기술을 직접 퍼뜨리는 에이전트 역할도 떠맡았다. 한국이 어려울 때는 지갑을 여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지금 일본의 동경대사관과 각 지역 영사관은 모두 재일동포들이 낸 돈으로 건립했다. 이들을 잘 활용해서 한국과 현지사회를 더 발전시키고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백년대계 재외동포정책이 필요하다)

저자는 서문에서 책 제목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타이거 로드의 꿈’이라고 할까 생각했다. 저자는 오래 전부터 ‘호로몽(虎路夢)’이라는 닉네임을 써왔다. 야생동물들이 로드킬을 피할 수 있도록 생태도로를 만들자는 뜻으로 써온 이름이다. 백두산 호랑이나 시베리아 곰이 지리산 까지 올 수 있도록 휴전선의 철책 일부도 허물자는 생각까지 담은 것이 ‘타이거 로드의 꿈’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뜻을 접었다. 그동안 써온 칼럼들과 내용이 딱히 걸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심 끝에 단 제목이 ‘미래한국, 월드코리안넷에 달렸다’이다. 세계 750만 세계한인들이 이루고 있는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우리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는 뜻에서다.”

월드코리안신문 대표와 발행인을 맡고 있는 저자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와 중국사회과학원에서도 수학했다. 동아일보 기자와 북경특파원을 지냈고, 대통령실 사회통합정책 자문위원도 역임했다. 현재 경상북도 투자유치자문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미래한국, 월드코리안넷에 달렸다’는 휴식하거나 여행하면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시중 서점에서도 구매 가능하며 본지에 주문해도 발송이 가능하다.(월드코리안신문 편집실: 02-6160-5353, wk@worldkorean.net)